통합진보당 사태가 길어지면서 대선을 3개월여 남겨둔 시점에서 유권자들의 관심은 저조하기만 하다. 최근 가장 큰 화제가 된 사건은 백승우 전 사무부총장과 유시민 전 공동대표 간의 이른바 '아메리카노 논쟁' 이었다. 28일에는 두 사람 간의 논쟁 2라운드가 열렸다. 이번에는 '빚 논쟁'이다.
백승우 전 부총장은 전날 올린 글에서 통합 당시 국민참여당이 지고 들어온 빚 8억 원을 문제삼았다. 백 전 부총장은 "원칙과 상식을 지키고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 되길 간절히 호소한다"며 "유시민 전 대표의 입장이 무엇인가. 속히 말씀해 달라"고 공격했다.
통합진보당 창당 당시 참여당과 민주노동당 등은 '각 주체의 부채는 각 주체가 해결한다'고 합의했었다. 백 전 부총장은 이를 지적하면서 "참여당 부채는 참여당 전 최고위원들이 약속대로 갚겠다고 하고 공증절차를 하면 더 이상 논란이 될 사안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절차는 유 전 대표를 비롯한 참여당 최고위원들이 인감도장을 찍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백 전 부총장은 이에 자신이 "참여당 (출신) 공동사무부총장에게 '인증'절차나 '공증'절차를 밟아 약속한 대로 진행하자고 수차례 얘기했으나 계속 피하기만 했다"면서 "참여계 공동사무부총장의 태도가 이상해 몇 번 언성을 높이고 왜 합의한 대로 진행을 하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어느날 공동사무부총장이 저에게 '유시민 대표가 대노하며 버럭 화를 내신다. 그게 신의의 문제지 하면서'(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백 전 부총장은 "제가 볼 때 유 전 대표 등 참여당 최고위원들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이유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면서 "심상정 의원처럼 당의 부채는 갚지 않아도 된다는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정치철학을 갖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4.11 총선 승리 후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되면 재정 문제는 저절로 모두 해결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유시민 "갚겠다. 그런데 우리만 빚 있나?"
유 전 대표는 이날 이에 대해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유 전 대표는 "함께 당을 하면서 참여당 출신 당원들의 특별당비 형식으로 통합 당시의 '순채무'를 갚아나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총선을 앞두고 참여당 출신 당원들끼리 7360만 원의 특별당비를 모금해 중앙당에 납부했고 '참여당 펀드'의 투자자들 가운데 채권 회수를 포기한 의사를 밝힌 이들의 채권액수도 2250만 원이라면서 "이것은 참여당 출신 당원들은 통합 당시의 부속합의를 지키기 위해 성실히 노력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참여당 출신 권태홍 전 비대위 집행위원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오는 31일이 참여당 펀드 상환일인 것은 맞다"면서 "매년 2억씩 모아 갚는다고 했다"며 "올해 이미 1억 정도를 모았다"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말했다. 상환일이 도래한 만큼 통합진보당이 우선 8억을 변제하되, 이를 매년 2억씩 특별당비 형식으로 갚는다는 합의가 이행되고 있다는 취지다.
유 전 대표는 이같이 백 전 부총장에 반박한 뒤, 오히려 역공을 폈다. 유 전 대표는 "부채 문제와 관련된 부속합의는 통합의 다른 주체였던 민주노동당에도 적용되는 것"이라며 "중앙당을 통합한 후 시도당과 지역위원회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옛 민주노동당 시도당과 지역위원회가 다양한 형태의 부채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부분적으로' 알게 됐다"고 밝혔다.
유 전 대표는 "민노당에는 서울시당을 비롯 억대의 부채를 지고 있는 시도당이 있었다. 경기도당을 비롯한 일부 시도당은 그보다 더 부채가 많을 것으로 추정할 근거가 있었지만 민노당 시도당 집행부는 부채 규모를 정확하게 말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공동대표 시절 대표단 회의에서 사무총장 등 당직자들에게 민노당 시도당과 지역위원회의 부채 액수와 성격, 채권자 현황에 대해서 보고해 달라고 몇 차례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중앙당에서는 모른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유 전 대표는 "옛 참여당의 '순채무'는 국민참여당 '출신' 당원들끼리 특별당비를 모아 따로 갚는 반면, 옛 민노당 시도당과 지역위원회 '순채무'는 '출신'을 가림이 없이 통합진보당 모든 당원들이 내는 당비와 당이 받는 국고보조금으로 갚는다면 이것을 공평하고 합리적인 고통 분담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옛 민노당 측이 지난해 11월 말 시점에서의 중앙당과 시도당, 지역위원회 자산 부채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해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메리카노 논쟁'이란?
한편 유 전 대표는 이 글에서 "소위 민노당 구당권파와 몇 달째 벌이고 있는 이 싸움의 의미가 무엇인지 저는 모르겠다"며 "갈수록 우리 모두가 비천해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비천함을 감수해서 고귀한 그 무엇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면 얼마든지 감당하겠지만, 의미가 보이지 않는 싸움에서 비천함을 감수하기란 정말 쉽지가 않다"고 토로했다.
앞서 백 전 부총장은 지난 17일 당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유시민 전 대표 부도덕한 패악질 도를 넘고 있습니다' 제하 글에서 "오늘부터 제가 보아온 사실에 근거한 유시민 전 공동대표 관련한 일화를 하나씩 풀어내려 한다. 노동자 민중과 인연이 없는 행위와 거짓 발언 그리고 불법적 요소가 있는 행위까지 정리해 보겠다"고 밝혀 '추가 폭로'를 예고했었다.
당시 백 전 부총장은 이 글에서 "(유 전 대표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다"며 "유 전 대표와 심상정 의원의 공통점 하나는 대표단 회의 전에 아메리카노 커피를 먹는다는 것인데 문제는 비서실장이나 비서가 항상 회의 중 밖에 나가 종이포장해 사온다는 것"이라고 문제제기를 해 때아닌 '아메리카노 논쟁'이 빚어졌었다.
백 전 부총장이 글에 "아메리카노 커피를 먹어야 회의를 할수 있는 이 분들을 보면서 노동자 민중과 무슨 인연이 있는지 의아할 뿐"이라고 한 게 발단이었다. 유 전 대표는 이 글에 대해 "그거 사실 이름이 그래서 그렇지 미국하고는 별 관계가 없는 싱거운 물커피"라며 커피를 사다준 비서와는 그런 부탁을 양해할 만큼 인간적으로 각별한 사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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