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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내홍 계속…중앙위 개최 놓고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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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내홍 계속…중앙위 개최 놓고 격돌

강기갑 "소집요구 거둬달라" vs 구 당권파 "당 정상화 위해 중요"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 부결 사태로 촉발된 통합진보당의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 강기갑 대표 등 신당 창당을 주장하는 '혁신모임' 측과 이에 맞선 구 당권파의 '비상회의' 측은 당 의결기구인 중앙위원회 개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강기갑 대표는 13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가지 부탁을 드리겠다. 당헌·당규대로라면 중앙위 소집은 (소집요구일로부터 15일 이내인) 17일 안에 해야 하지만 중앙위를 곧바로 개최하기에는 여건이 충분하지 못한 실정"이라며 중앙위 개최 연기를 촉구했다.

강 대표는 "자칫 세(勢)대결 양상의 대립이라도 일어난다면 어려움을 가중시킬 우려가 많다"고 이유를 설명하고, "중앙위 소집을 요구하신 동지들께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소집요구를 거둬주시고,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강 대표가 중앙위 개최를 연기하려는 이유에 대해서는, 구 당권파가 중앙위원의 수적 우위를 동원해 총선 비례경선 부정사태를 고발한 '조준호 보고서'를 폐기하고 이를 통해 제명 처리된 자파 당원들의 복당을 추진하거나 당기위·예결산위 등 주요 당직을 장악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어 강 대표는 "중앙당기위를 비롯해 각급 당기위에도 요청드린다"며 "일부 중앙위원들께서 우려하고 계신, 차기 중앙위 개최 전 징계결정을 유보해 주셨으면 한다. 징계 결정을 통한 대의기구 성원 변경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시켜 달라"고 말했다.

또 강 대표는 당원과 국민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는 동시에 "정치적 논의의 장도 열겠다"며 "가급적 이번 주 중에 당 내 책임 있는 인사들이 참여하는 '비상연석회의'를 열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구 당권파에서 중앙위 개최 요구를 철회한다면 5월 중앙위 폭력사태 가담자 등에 대한 징계 결정을 유보하도록 노력할 수 있고, 울산연합 측의 요구사항이었던 '연석회의' 개최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구 당권파에서는 강 대표 측이 당기위를 통해 폭력사태 가담자들을 제명한 이후로 중앙위 개최를 연기하려 하는 게 아닌지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오전 통합진보당 최고위원회가 열린 가운데 강기갑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천호선·이정미 최고위원, 강 대표, 민병렬·이혜선·유선희 최고위원. ⓒ연합뉴스

구당권파 "강 대표가 안 하면 내가 하겠다" 강력 반발

그러나 '비상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유선희 최고위원은 "중앙위원회 개최는 당 정상화를 위해서 너무나 중요한 회의임에도 불구하고, 회의구조가 혁신(모임) 측에 불리하다고 주관적으로 규정하고 '여건이 성숙되면 중앙위를 개최하겠다'고 하고 있다"면서 "적절치 않다"고 정면 반박했다.

유 최고위원은 "당원 의견수렴 과정은 거치더라도 빨리 최고위·중앙위를 정상화하고, 당 해산 선언을 먼저 하는 것이 아니라 당적 논의 과정을 통해 통합진보당을 정비하고 대선 준비에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만약 당 대표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최고위원으로서 당원들의 힘으로 당을 정상화하는데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유 최고위원은 한편 "이제 이석기·김재연 의원 문제로 정쟁을 그만 중단해야 된다"면서 "의원총회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혁신모임'에 대해 "더 많은 분열과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혁신모임 측 천호선 최고위원은 "새로운 당을 만들자는 분들이 결코 분당이나 분열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며 "당 내에서 합의를 통해서 혁신을 이뤄나갈 가능성을 찾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함께 논의하고 당원들과 대화하기 위해 새로운 비전을 세워나가는 과정"이라고 맞받았다.

천 최고위원은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또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배제하는, 그리고 그 과정에서 폭력까지 발생한 이런 상황에서 어떤 사과와 반성도 없이 그저 상대보고 '분열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또 하나의 폭력이고 패권"이라고 역공을 폈다.

그러자 비상회의 측 이혜선 최고위원은 참여계인 천 최고위원을 겨냥, "(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가 흔들리게 된 배경에는 참여계의 진정성에 대한 동의가 쉽지 않았던 것도 중요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당에 사형선고를 내리고 분열·분당행위로 당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혁신모임은 즉각 해산할 것을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격한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최고위원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됐다가 오후 1시경에야 끝났다. 이정미 당 대변인은 회의 결과에 대해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결론을 못 내렸다"면서 14일 중 재차 비상 최고위원회를 소집해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열리는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통합진보당은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민병렬, 별도 기자회견…울산연합 입장은?

한편 민병렬 최고위원과 부산·울산·경남도당 위원장들은 이날 최고위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강기갑 대표는 탈당, 분당을 촉발시키는 일체의 언행을 즉각 중단하고 조속히 당 운영을 정상화하라"면서 "집단탈당과 분당의 진원지인 혁신모임은 즉각 해산하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중앙위 개최에 대해 "1차 토론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상태"라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만 이들은 구 당권파에 대해서도 "당원들은 그동안 당을 책임지고 운영해 온 세력, 사태 악화에 책임 있는 세력이 반성과 사과 한마디 없는 것에 대해 개탄하고 있다"며 "구당권파는 스스로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과 성찰, 사과와 자숙, 백의종군 등의 조치를 취하라"고 했다.

이들은 '분당이 아닌 통합' 등 원칙을 내세우며 "(이같은) 원칙에 기초한 '혁신재창당'이라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민 최고위원은 범 울산연합 내에서도 '현재의 통합진보당으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는 있다면서, 하지만 당 해산 후 신당 창당이 아닌 당 내에서의 '질서있는 논의'를 통해 재창당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 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한 입장이 있지 않다"고만 했다. 혁신모임 측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강 대표에게는 구체적인 요구를 하면서 구 당권파에는 추상적인 논의만 하고 있다"면서 "아쉽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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