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핏빛 자본' 민간군사업체…미국판 '컨택터스' 논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핏빛 자본' 민간군사업체…미국판 '컨택터스' 논란

민간군사업체는 성역?…블랙워터 또 솜방망이 처벌

'블랙워터'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미국의 악명 높은 민간군사업체가 불법적인 무기 판매와 보유 등 무려 17개의 혐의로 기소 위기에 처했으나, 법무부와 750만 달러(약 85억 원)의 합의금을 물기로 하고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아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블랙워터는 2년 전에도 비슷한 혐의로 국무부의 조사를 받았으나 4200만 달러(약 470억 원)의 합의금을 물고 기소를 면했다.

이 업체는 현재 '아카데미'라는 업체 성격과는 전혀 맞지 않은 이름으로 바꾼 채, 지금도 미국 정부가 연간 10억 달러가 넘는 계약을 맺으며 성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미국의 민간군사업체 블랙워터가 저지른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 미국 정부가 솜방망이 처벌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컨택터스라는 용역경비업체가 민간군사기업을 방불케하는 장비를 보유하고, 노동자들을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다. 사진은 8일 국회 앞에서 컨택터스의 만행을 규탄하는 집회 모습. 오른쪽에는 피해자들과 컨택터스가 보유한 시위 대응 특수차량 등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전쟁까지 수행하는 '현대판 용병'

민간군사업체는 '전쟁 대행업체', '현대판 용병'이라고 불리면서 전투와 경비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원래 전쟁은 국가의 통제를 직접 받는 군대가 하는 것이고, 공공의 치안은 경찰이 하는 것이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국가의 통제를 직접 받지도 않는 사설업체가 군대나 경찰이 하는 일을 위탁받아서 하거나, 민간 고객과 계약을 맺고 군대나 경찰처럼 경비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군사업체'가 창궐하고 있다.

이들이 일반 경호업체와 다른 것은 전쟁을 수행할 정도의 장비를 갖추고, '프로'급이라고 할 군경 출신들을 직원으로 채용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원래 시설이나 요인 보호 등 방어적인 서비스에 그쳐야 하지만, 마치 '살인 면허'를 받은 듯 청부 살인·폭력업체 수준으로 막나가는 행태를 저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민간인 수십명 사살하고도 5년 지나도록 재판 지지부진

실제로 블랙워터 경호원들은 지난 2007년 9월16일 이라크 바그다드 니수르 광장에서 미국 외교관 경호 업무를 수행하던 중 인파가 밀집한 광장 교차로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수류탄을 투척해 비무장한 민간인 14명이 사망하고, 18명이 중상을 입었다.

민간인을 살해할 권한이 없는 사설업체 경호원들이 민간인들을 죽인 이 사건으로 5명의 경호원이 기소됐지만, 아직도 연방법원에 계류중일 정도로 사건 처리가 미온적이다.

이번에도 법무부는 "블랙워터가 미국 정부를 위해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때때로 중요한 법률을 따르지 않았다"면서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미 사법당국자들도 "블랙워터는 미국의 법을 반복해서 무시해 왔다"고 시인은 하고 있다.

국내에도 민간군사기업급 업체들 벌써 10여개

최근 국내에서도 '컨택터스'라는 한 경비업체가 파업 중인 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한 사건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데, 이 업체 스스로 '민간군사기업'을 지향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고, 정권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컨택터스는 블랙워터처럼 아프가니스탄 등 해외 경호 서비스도 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이 회사는 지난 2008년부터 아프간 바그람 지역에 경호요원을 파견하고 주재 공관의 경호를 담당하기도 했으며, 이를 위해 해군 특수전 부대인 UDT나 SEAL 출신 예비역들을 채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컨택터스와 비슷하게 민간군사업체를 지향하는 용역경비업체는 국내에서도 10여 개 사에 달한다. 이들 업체들은 해외 경호 업무를 위해 해외 파병경험이 있는 특전사 부사관 출신들만 직원으로 채용하는 등 전문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민간군사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배경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전쟁수행에 따르는 부담을 줄이는 신자유주의 논리가 득세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민간군사업체를 활용해 전쟁에서 전투 중 정규군 사상자를 줄이고 외주에 의해 경비를 줄이는 효과와 인권 유린 등에 따른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는 등 다목적 용도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민간군사기업 활성화 방안까지 마련

실제로 현정부 들어 '민간군사기업 활성화 방안'이 대통령 직속 국가싱크탱크라는 미래기획위원회 주도로 국방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10월 당시 곽승준 미래기획원장이 주도한 이 방안은 "경비를 절감하고 민간의 우수한 기술력을 국방에서 상시 활용함으로써 일자리 창출 효과를 높일 것"이라는 등 민간군사기업을 경비절감을 넘어 일자리 창출 효과와도 연결시켰다.

인권단체들은 민간군사업체들이 정부의 책임회피에 이용되고, 인권유린 등 만행을 저지르는 문제를 주로 우려하고 있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민간군사업체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계약을 해지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위험하고 지저분한 일에 이런 민간군사업체를 내세운다는 거이다.

정규군이나 경찰이 국내나 해외에서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다면 그 자체로 엄청난 정치적, 국제적 비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을 민간업체가 했다면, 통제를 제대로 못했다는 비난은 받아도 직접적인 비판을 피하는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간군사업 시장이 커질수록 문제는 커질 수밖에 없다. 군법 등에 의해 최소한의 규율이라도 적용받는 군대나 경찰도 극한 상황에서 끔찍한 행위를 하게 되는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업체들이 현장에서 막나갈 때 누가 제어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