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대표는 "어제 의원총회는 당심과 민심을 완전히 거스르는 결정을 내려, 혁신을 좌초시키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지금 이 순간,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 저의 솔직한 심정이다. 통합진보당은 혁신과 통합의 어떤 수단도 찾기가 난망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고백했다.
강 대표는 당 일각의 탈당 움직임과 싸늘하게 식은 여론을 의식한 듯 "석고대죄로도 떠나는 마음을 잡을 수 없다. 지금의 상황이 너무도 통탄스럽다"고 비통한 어조로 말했다. 한 통합진보당 당직자는 27일 하루에만 1500명 이상이 탈당할 듯 하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기자들이 분당 가능성 등을 묻자 이를 부인하지 않은 채 "이 자리에서 답을 드릴 수 없다. 진보의 혁신이 무엇인지 길을 묻고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또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의원 자격심사에 대한 질문에도 "그 부분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해 이전의 '반대' 입장에서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부에서 강기갑 지도부의 책임론마저 나오는 가운데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묻고 찾아보겠다는 그 범주에 포함시켜 달라"고 말했다. 중앙위원회 개최 등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거기까지 예단해서 말씀드릴 상황이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강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두 의원의 제명이 거부된 것은 국민의 뜻을 위배한 것이며, 강기갑의 혁신 기치를 지지해준 당원들의 뜻을 심각하게 왜곡한 것"이라며 "중단 없는 혁신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야권연대로 정권교체를 실현하자는 국민과 당원의 뜻이 꺾이고 말았다"고 규정했다.
그는 "죄송하다. 이 말씀 이외에는 당장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 당분간 국민의 목소리와 당원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며 "곧 당 내외의 의견을 수렴해 책임 있는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기자회견을 마쳤다.
▲강기갑 통합진보당 대표가 27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김제남 "중단 없는 혁신 위해 무효표 던졌다"
한편 강 대표의 기자회견 직전 회견장을 찾은 김제남 의원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무효표를 던진 것이 자신이었음을 밝힌 후 "구당권파, 신당권파 모두가 강기갑 대표 체제를 지지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13명을 모두 아우르는 방안을 모색하고 행동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제가 최종적으로 제명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져야겠다고 결정한 것은 바로 25일 있었던 중앙위원회에 참석하고 나서"라며 "신, 구당권파가 서로 갈등하느라 6시간에 걸쳐 회의 안건조차 상정도 못하고 끝나는 것을 지켜본 이후"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저는 이석기 의원에게 승리를 안겨준 것이 아니라 강기갑 대표 체제에 봉사할 수 있도록 노역형을 명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구체적으로 (이 의원 등 구 당권파는) 강기갑 대표가 추천하는 인선 등 혁신 노력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저의 선택이 (진보 혁신이라는) 이 길의 초석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의 눈높이에 따른 책임'을 말했던 자신의 과거 발언과 무효표라는 선택이 배치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두 의원을 제명하는 길 뿐 아니라, 13명 의원이 책임을 나누어 져야 한다. 13명 의원의 민생을 섬기는 의원 활동으로 (책임지는 것이) 가능하다 본다"고 답했다.
그는 기자회견 및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내내 "중단 없는 혁신은 당원이 선택한 강기갑 대표를 중심으로 신, 구 당권파가 모두 참여할 때만 가능하다"며 강 대표와 '혁신'을 위해 제명안을 부결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강 대표는 기자회견 후 '김 의원은 강 대표와 혁신을 위해 무효표를 던진 것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질문을 받고 정면을 바라보며 굳은 표정으로 한동안 말이 없다가 "두 의원의 처리 문제는 혁신 이전의 전제 조건이었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강 대표와 심상정 원내대표 측인 이지안 당 부대변인은 김 의원의 회견에 대해 "혁신을 중단시켜 놓고 '중단없는 혁신'을 말하다니 한국정치사 최고의 궤변"이라며 격분한 반응을 보였다.
박원석 "김제남, 얼토당토 않은 궤변"
박원석 전 원내대변인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김 의원의 입장 표명에 대해 "얼토당토 않은 궤변"이라고 맹공했다. 박 의원은 "강기갑 대표를 선택한 당원들의 결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자, 야권연대의 파국을 바라는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에 선물을 안겨주는 정치적 범죄행위"라고 소리높여 비판했다.
박 의원은 김 의원이 "대단히 정직하지 못한 태도이고 6명 의원을 기망한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3일 "의총 날짜를 연기하는 대신 제명 문제를 중앙위 직후 여하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처리한다는 정치적 합의를 했다"며 "의총 결정을 이례적으로 결정문 형태로 만들어 연명 서명한 것은 그런 결정의 중대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결하기로 합의했을 뿐 어떤 표결을 하는지는 의원의 자율 재량'이라는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해 박 의원은 "그건 지금 와서 하는 변명일 뿐"이라며 "누구도 그렇게 이해하지 않았다. 이렇게 뒤통수 맞을 거라면 어제 의총을 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량이라 해도 귀속 재량이다. 두 의원을 제명하는 이유가 당의 방침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인데, 의원들이 이를 부결시키면 의원들도 당 방침을 어기는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박 의원은 "그런 결정을 내려놓고 '중단없는 혁신'을 주장하는 것은 심각한 자가당착"이라며 "일관성도 논리도 없는 자기분열적인 얘기"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게 강기갑 대표 체제를 위해 봉사할 것을 주문하는 것은 두 의원과 구 당권파가 보인 모습을 망각한 한 편의 코미디"라고 꼬집었다.
다만 박 의원은 국회 차원의 의원 자격심사에 대해서는 "그 자체가 부당한 것이고 전례도 없었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새누리당의 그런 선동이 기승을 부릴 빌미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줬다는 게 땅을 치고 통탄할 노릇"이라며 "새누리당이 대선 때까지 가지고 놀지 않겠나"라고 탄식했다. 분당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지리멸렬해지는 길"이라고 부정적으로 답하면서도 "다만 구 당권파와 함께 당을 할 수 있을까 심각한 회의가 드는 건 사실"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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