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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신의 입자' 힉스, 서둘러 발표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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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신의 입자' 힉스, 서둘러 발표한 까닭은?

"표준모형의 완성" vs "우주 생성 비밀은 아직"

이른바 '신의 입자'가 발견됐다고 전세계 과학계가 떠들썩하게 환호하는 실험 결과가 발표됐다. 과학계가 '신의 입자'라고 부르는 '힉스 입자'를 마침내 찾은 게 아니냐는 기대 때문이다.

1964년 피터 힉스라는 영국 물리학자가 우주 생성 직후 이런 입자가 있었다는 가설을 제시해서 '힉스 입자'라고 이름이 붙었지만, 지금까지 '가상 입자'였다.

현대물리학으로 우주가 생성된 과정을 설명하는 표준모형이라는 이론이 아직 가설에 머물러 있는 이유도 이 입자가 꼭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힉스 입자' 가설이 나온 이후 이 입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과학계가 지난 48년 동안 매달린 끝에 처음으로 '힉스 입자'와 모든 특성이 일치하는 새로운 입자가 발견됐다는 발표가 나온 것이다.
▲ 힉스와 모든 특성이 일치하는 입자를 발견했다는 입자 가속 충돌 실험도. ⓒCERN
"힉스와 특성 같은 입자, 과학적 확률로 발견"

그동안 과학계는 힉스 입자를 찾기 위해 전세계 과학자들이 모여 막대한 예산에 거대한 장비를 동원해 실험을 거듭해 왔다. 이 실험을 주도하는 곳이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다. 물질과 닿으면 물질을 사라지게 하고 엄청난 에너지로 바꾼다는 반물질을 다루는 곳도 이곳으로, 영화 <천사와 악마>에도 나오는 연구소다.

그런데 이 연구소가 4일(현지시간) "모든 면에서 힉스와 일치하는 입자를 찾았다"면서 "이 입자의 존재 확률은 99.99994%"라고 발표했다. 과학계에서 미지의 특정 입자가 존재한다고 인정하려면, 반복적인 실험의 결과가 통계적으로 99.99994%의 확률을 넘어서야 한다.

'힉스와 모든 특성이 일치하는 입자'는 거대강입자가속기(LHC)라는 장비로 실험을 거듭하다가 발견됐다. LHC는 입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키는 입자가속기로 세계 최대 규모다.

둘레만 27km에 이르는 이 원형 가속기는 프랑스 국경 지대 스위스 제네바 인근 지하 100m 깊이에 묻혀 있다. 14년 동안 100억 달러(약 11조4000억 원)가 투입돼 2008년 말에 완공됐으나, 여러 가지 사고로 실험에 필요한 출력을 내지 못하다가 올해 초 정상 출력을 회복한 이후 실험에 필요한 데이터가 급증하면서 성과를 냈다.

실험 방식은 두 개로 나뉜 가속기에서 각각 양성자 빔을 빛의 속도로 가속한 뒤 서로 부딪칠 때 뭔가 나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 실험이 가장 어려운 점은 빛의 속도로 가속된 입자들을 서로 부딪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입자 충돌에 대한 데이타가 충분히 쌓여야 과학계가 인정하는 확률로 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것이다.

힉스라는 입자가 이런 충돌 과정에서 나오더라도 직접 확인할 정도로 충분한 시간으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어서, 그 특성을 확인하는 간접적인 데이터를 얻는 것이다.

아무튼 과학계 내에서 "새로운 입자가 발견됐다"고 인정하는 수준으로 힉스와 모든 특성이 일치하는 입자를 처음으로 찾아냈다는 것이다.

힉스라는 입자가 꼭 필요하다는 표준모형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17개 입자로 구성돼 있다. 힉스입자가 이 이론에서 중요한 이유는, 표준 모형 이론이 성립하려면 힉스 입자가 반드시 존재했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입자는 질량이 없어 빅뱅 이후 그냥 우주를 떠돌 뿐인데, 이런 입자에 질량을 부여해 서로 뭉치게 하고 자신은 사라져버린 역할을 한 것이 힉스 입자라는 것이어서, 힉스 입자의 존재가 입증되지 않으면 표준 모형 이론은 가설에 불과하게 된다.

7개월만에 또 비슷한 발표한 이유는?

이번에도 힉스 입자가 발견됐다는 발표가 나온 것은 아니다. 롤프 호이어 CERN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힉스 입자를 찾은 것이냐"는 질문에 "비전문가라면 찾았다고 대답하겠지만, 이 입자가 힉스가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견한 새로운 입자가 힉스가 확실한지는 추가 실험과 데이터 분석을 거쳐 12월쯤 확정될 것으로 과학계는 보고 있다.

힉스 입자를 발견했다고 말하지도 못하는 단계인데, 지난해말 "힉스 입자로 추정되는 입자가 발견됐다"는 발표에 이어 또다시 중간 발표가 나온 배경에 대해, 유럽 경제위기와 연관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40여개 국이 참여하고 있는 이 연구에서 일부 유럽 국가들이 지원할 자금이 없다고 나설 것을 우려해서, 서둘러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입자가 힉스 입자라고 밝혀져서 표준모형 이론 자체는 성립된다고 해도, 우주 전체를 설명하는 이론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표준모형 자체가 우주를 모두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인 이론이라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주 에너지의 대부분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되어있다는 것이 최근 과학계가 인정하는 연구 결과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이 우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다.

이때문에 이번에 발견된 입자가 표준모형의 힉스 입자가 아니기를 바라는 과학자들도 있다. 표준모형을 넘어서는 이론을 연구할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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