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과 '제2의 스페인'이 될 위기에 처한 이탈리아가 자신들이 '당장의 긴급 처방'을 내놓지 않는 한 어떤 안건에도 합의에 응할 수 없다는 배수진을 쳤고, 실제로 상황이 너무 심각하자 '유럽의 돈줄'인 독일이 이례적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 29일 EU정상회의에서 유로존 위기 시상 모처럼 주목할 만한 합의가 나왔다. 정부를 거치지 않은 구제금융 등 긴급대책이 나온 것이다. ⓒ프레시안 |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 주목할 만한 합의는 '정부를 거치지 않는 구제금융'의 등장이다. 스페인에게 주어진 1000억 유로의 구제금융 성격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당초 스페인의 구제금융은 은행의 자본 확충이라는 특정한 목적으로 정부의 산하 구제금융 기구을 거치고, 긴축 등 다른 조건이 붙지 않아 '특혜성'이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여전히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는 부담이 컸다.
이때문에 시장에서 스페인의 금리는 구제금융이 결정된 이후 오히려 더 크게 치솟았고,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전면적인 구제금융 사태에 봉착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됐다.
이에 따라 이번 EU 정상회의에서는 스페인·이탈리아 은행들에 대한 자본 확충을 위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와 7월부터 이를 대체하는 유로안정화기구(ESM)를 통해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데 합의했다.
스페인·이탈리아 정부 부채를 늘리지 않고도 이들 나라 은행 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는 특단의 자금 지원 방식에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다만 독일은 본격적인 자금 지원을 위해서는 유로존 은행들에 대한 통합감독기구를 유럽중앙은행(ECB)에 설치할 때까지 미룰 것을 요구해서 관철시켰다.
독일 "EU은행감독기구 설치해야 지원 가능"
성명서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통합 은행감독기구를 ECB에 설립하는 일정이 제시돼 실제 자금 지원은 빨라야 연말이 지나야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EU은행감독기구는 유럽은행의 공동 보증을 추구하는 '금융동맹'의 구성요소이기도 하다.
실제 자금 지원이 늦춰지더라도 시장의 반응은 일단 호의적이다. ESM은 유로존 회원국을 지원하는 유럽판 국제통화기금(IMF) 기능을 하게 될 항구적 구제금융 기구로서 당초 민간투자자보다 우선 변제권이 부여됐으나, EU 정상들은 ESM의 우선 변제권을 인정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스페인의 구제금융이 시장의 불안을 키운 배경에는 실제 자금 지원이 우선 변제권이 없는 EFSF가 아니라 ESM에서 대부분이 조달될 것을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날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금리는 각각 3주, 1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급락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EU 합의가 단기적인 대책에 불과한 만큼 보다 근본적인 대책으로 발전해야 유로존 위기의 폭발적인 전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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