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무디스는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3단계나 한꺼번에 낮춰 투기등급 직전까지 추락시키더니, 21일(현지시간) 유럽계 금융의 자존심처럼 여겨진 대형은행들과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의 내노라하는 대형은행들까지 무려 15개 은행에 대해 무더기 강등 조치를 발표했다.
통상 이름값 있는 몇 개의 대형은행에 나머지 은행들이 숫자를 불리는 무더기 등급 강등과 달리 이번에는 모두가 스타급 대형은행들이라는 점에서 현재 유럽은 물론 미국의 대형은행들의 위기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 보여준다.
▲ 미국 최대은행 JP모건 등 5대은행과 유럽의 스타급 은행들이 21일 무디스에 의해 무더기 강등됐다. ⓒAP=연합 |
<BBC>는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 "스위스 2위 은행 크레디스위스가 3단계 강등된 것이 가장 놀랍다"고 전했다. 크레디스위스는 유일하게 3단계나 강등됐다. 영국은 자국의 최대은행 3곳이 모두 포함된 것에 놀라고 있다. 영국 최대은행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바클레이즈, HSBC 모두 무디스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등 5대은행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 프랑스에서는 BNB파리바, 크레디아크리콜, 소시에테제네랄 등 3대은행이 모두 포함됐고, 그밖에 UBS, 도이체방크,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 모건스탠리 등이 15개 대형은행에 포함됐다.
"조달비용 증가 넘어 비즈니스 모델 의문 제기"
무디스가 이처럼 글로벌 대형은행 15개를 무더기 강등한 의미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들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을 늘릴 뿐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15개 은행 중 가장 우려되는 곳은 모건스탠리가 주목됐다. 모건스탠리는 스위스크레디처럼 3단계 강등 위기에 몰렸지만 강력한 로비 끝에 두 단계 하락으로 막았다. 하지만 스위스크레디는 아직 A1의 등급으로 우량등급을 유지한 반면 모건스탠리는 투기등급에서 불과 세단계 높은 Baa1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모건스탠리는 다른 신용평가사가 무디스의 등급 강등에 동조한다면 파생상품에 대한 담보액을 67억 달러 증액해야 할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두 단계 강등된 골드만삭스는 22억 달러의 담보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무디스의 발표는 뉴욕증시 마감 직후에 나왔지만, 시장은 이미 글로벌 대형은행들이 강등될 것을 예상했기에 이날 뉴욕증시가 급락한 주요 요인이 되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그룹, RBS의 주가는 3% 넘게 폭락했다.
미국 5대은행은 추가 강등까지 예고
강등 폭으로 15개 은행을 분류하면 크레디스위스는 유일한 3단계 강등된 은행이 됐다. 두 단계 강등된 은행은 모건스탠리, UBS,바클레이즈, BNB파리바, 시티그룹, 크레디아그리콜, 도이체방크, 골드만삭스, JP모건, RBC이며, 한 단계 강등된 은행은 뱅크오브아메리카, HSBC,RBS,소시에테제네랄이다.
15개 은행 가운데 크레디스위스, BNP파리바, RBC, 소시에테제네랄, UBS, 도이체방크 등 6곳의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나머지 9곳의 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제시돼 추가 강등이 예고됐다.
15곳 가운데 미국 은행은 5곳이고, 9곳은 유럽 은행이며 한 곳은 캐나다 은행이다. 유로존 위기에 시달리는 유럽은행들이 많이 포함돼 있지만, 미국 5대 은행이 모두 강등되고, 모두 추가 강등까지 예고되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시티그룹은 투기 등급 두 단계 위이고,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투기 등급 세 단계 위에 있다.
22일 코스피도 뉴욕증시 급락 소식과 무디스의 강등 조치 등 악재가 겹치면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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