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는 "직접 가르치는 제자 몇 사람을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안 원장 측근들의 말을 근거로 "안 원장이 2학기에도 서울대 일을 계속하기로 결심을 굳힌 상태이며, 이에 따라 주변에서는 '출마 선언 시기가 10월을 넘겨야 할 것'이라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안 원장 측은 이에 대해 "2학기 강의 계획은 잡혀 있지 않다"며 "논문 지도를 신청한 사람들이 있겠지만, 학생 선발은 2학기 학사일정이 나와야 하는 것이지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부인했다.
또 이날 한 경제지는 안 원장이 대선 정책공약 관련 설문조사에 처음으로 응답을 보내 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안 원장 측의 공식 답변이 아니라 핵심 관계자가 '참고용'으로 보내 준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는 두 건의 보도 모두 정확하지는 않았던 셈이다. 그러나 언론의 관심에는 이유가 있다. 대학원장 일에도 성심을 다하는 안 원장의 '스타일'로 미루어 볼 때 1학기가 끝나는 6월 말부터는 뭔가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지 않겠나 하는 추측이 퍼져 있었다.
또 19일에는 안 원장의 대변인 유민영 전 춘추관장이 일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근래 민주당 일부 인사의 발언은 안 원장에 대한 상처내기"라며 "발언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 어렵다.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생각하기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유 전 관장의 메시지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안 원장의 존재감을 부각시킨 면이 있다. 지난달 말 안 원장 측에 합류한 유 전 관장이 '대응'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메시지를 낸 것도 처음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뉴시스 |
안철수 본격 행보는 언제? 어떻게?
이처럼 안 원장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앞으로의 행보는 여전히 누구도 짐작하지 못하고 있다. 언제? 관찰자들이 예상을 내놓고 있는 수준이다. 어떻게? 민주당 인사들이 각자의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안 원장은 말이 없다.
민주당 내에서 이해찬 대표, 정세균 의원 등은 '민주당에 들어와 당 내 주자들과 원샷 경선을 하자'고 하고 있다. 문재인 의원은 '공동정부론'을 들고 나오는 등 연대를 강조하고 있고 손학규·김두관 등의 주자들은 '안철수에 신경쓰지 말고 우리가 알아서 하자'는 자강론(自强論) 파다.
자강론에는 배경이 있다. 2007년 대선에서의 '고건 트라우마'다. 당시 상당한 득표력이 예상됐던 잠재적 대선주자 고건 전 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하자, 고 전 총리에 대한 지지는 야당으로 옮겨가지 않고 그저 사라졌다. 반면 이해찬·정세균·문재인 등의 입장이 안 원장에 대한 '구애'에 가까운 것은 안 원장이 가진 무시할 수 없는 지지율 때문이다.
20일 발표된 <SBS> 여론조사에 따르면, 1대1 가상대결에서 박근혜 의원을 꺾은 야권 주자는 없다. 안 원장만이 46.8% 대 43.2%로 그나마 오차범위(95%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안쪽의 접전을 펼쳤다. 박근혜 대 문재인 구도에선 거의 20%포인트 가까운 차이가 났다.
이 때문에 안 원장을 무시할 수도 없지만 정작 본인이 말이 없으니 민주당에서 뭐라고 하건 큰 의미가 없는 상태다. 이종걸 최고위원 등 일부 인물들이 안 원장과 관련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이는 안 원장 측의 입장과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정치 입문 시기에 대해서는 계속 미뤄지고 있는 안 원장의 자서전 출간 시점을 '기점'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또다시 연기되지 않는다면 안 원장의 책은 7월 중 나올 예정이다.
안 원장으로서도 결정을 마냥 미룰 수는 없다. 안 원장의 절대적 강점이었던 지지율이 다소 빠지는 추세다. 앞의 <SBS> 조사 다자대결에서 안 원장은 38.3%인 박근혜 의원에 이어 2위를 했지만 지지율은 18.5%를 기록, 20%대 밑으로 떨어졌다. 3위는 10.1%를 얻은 문재인 의원이었다.
또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62.5%는 안 원장이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을 빨리 해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의 '고건 트라우마' 못지않게 여론의 피로감도 엿보인다.
검증 문제
'검증'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도 일부 민주당 인사들의 정치적 공세나 견제, 텃세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안 원장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발언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남긴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것은 현재의 집권세력이며, 현 집권세력이 한국 사회에서 그 어떤 확장성을 가지는 것에도 반대한다"는 말밖에 없다.
능력에 대해서는 "안 원장은 필요한 결단을 결코 미뤄본 적이 없다"는 주변의 평가가 있다. 그러나 그런 '결단'은 이명박 대통령도 한다. 문제는 어떤 결단을 어떻게 하느냐다. 청춘콘서트를 통해 청중과의 소통 능력은 선보였지만 정치에서 필요한 소통, 이명박 대통령에게 부족한 덕목으로 지적되는 그 소통은 이와는 의미가 다르다. 한때 소통의 아이콘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끈 정부도 부처 간, 당정 간 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 나아가 기존 정당질서에 비판적인 안 원장의 인식은 이명박 대통령의 여의도 정치 혐오와 닮아 있다는 지적마저 있다.
진용을 어떻게 짤 것인지도 알려진 바 없다. 안 원장은 앞서 남북관계 전문가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 유명 사회학자인 김호기 연세대 교수 등과 접촉을 가져 왔지만, 만약 안 원장이 캠프를 차린다면 이들이 그 안에서 역할을 할 것인지 조언자로 남을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안 원장과의 '인증샷'을 트위터에 올린 금태섭 변호사는 안 원장을 적극 도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고, 유민영 전 관장이 계속 대변인으로서 역할을 하겠지만 알려진 건 이 정도다.
언제쯤 행보가 본격화될 것인가에 대해 안 원장 측은 "일단 결심하면 무섭게 움직일 것"이라고 하고 있지만 '그래서 그 결심은 언제 하는데?'라는 의문도 한편에서는 커져만 가고 있다.
* [대선읽기]는 2012년을 맞아 대선이 끝나는 12월19일까지 <프레시안> 기자들이 쓰는 연재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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