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가 넘어야 할 산은 오히려 '대중'이다. 스스로 "주홍글씨"라고 표현한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전력은 야권 후보로서 그를 계속 따라다니는 아킬레스건이다. 또 문재인, 김두관 등 민주당 내 다른 후보들에 비해 소위 '인기'가 떨어진다. 장외에서 후보로 거론되는 안철수와 비교하면 더 그렇고, 젊은 층에서만 따지면 더 취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학규는 조급하지 않다. 결국 국민들의 선택은 '시대정신'을 견지하는 후보로 모아질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은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후보라는 주장이다. 그가 집권할 경우 "신 공포시대가 올 것"이라고 손학규는 말한다. 문재인, 김두관에 대해서도 "구도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평가했다. 특히 문재인이 안철수에게 공동정부를 제안한 것에 대해서는 "안철 수 없이 안된다면 안철수에게 맡겨야지, 무책임한 생각"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다음은 지난 30일 있었던 손학규 전 대표와 인터뷰 전문. 두 시간 가량 이어진 인터뷰는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가 진행했다. <편집자>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 : 민주당 대표로 야권통합을 성사시켰고 그에 따라 총선 승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과는 패배였다. 패배 원인에 대해 '패권 놀음'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민주당, 총선 과정에서 드러난 오만과 무능에 대해 제대로 반성했다고 생각하나?
손학규 : (이른바 '이-박 연대') 담합론 때문에 또 한참 시끄러웠다. 그런 것들이 국민 눈에 반성이나 쇄신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가 유럽에 있을 때 담합론이 처음 나왔는데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웠다. 정치인들이 국민의 눈으로 스스로를 보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치, 민주주의는 국민과 함께하는 것이고 요즘 중요하게 논의되는 것이 소통이다.
나 자신도 대상이 되는데, 반성해야 할 게 '안철수 현상'이다. 정치가 국민들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국민들을 위한다고 느껴지지 않으니 '뭐 다른 게 없나' 하고 '백마 타고 오는 신사'를 기다리는 마음이다. 물론 정치가 쉽게 타성을 벗을 수는 없겠지만 끊임없이 강조하고 반복하는 것은 국민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프레시안 : 이번 당 대표 경선을 보면 이해찬 후보가 고전하고 있다. 어떤 생각이 드는지?
손학규 : 자연의 이치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이 흐를 때, 낮은 곳을 일단 채우고 흘러가고 막힌 게 있으면 옆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물결이 센데도 막으면 밀어버리지 않나. 정치도 그런 것 같다. 이-박 담합이 뭔가. 당 대표 선거는 당원의 권리인데 당원들에게서 선택권을 미리 뺏은 거 아닌가. 그러니 (당원들은) '그래? 웃기지 마. 우리가 여기 있어'라고 하는 것이다. 그게 최소한 지금까지 진행된 경선의 현상이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앞으로 결과가 어떻게 되더라도 (이-박 연대) 그 자체는 당원들에 의해 부정된 거다.
프레시안 : 이번 당 대표 경선이 사실상 '문재인 대 김두관'의 대리전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손학규 : 그건 전체를 보지 못한 것이다. 부산, 경남 지역 표의 분포만 보고 얘기하는 것 같다. 국지적 현상이다. 전체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민심과 당심의 반영이다. 조직? 부분적으로만 반영되지 크지 않다.
2010년에 제가 당 대표가 됐을 때 조직이 있었나, 지역적 지지 기반이 있었나? 국민의 염원을 반영하는 민주당원들이 '당이 좀 바뀌어야겠다'고 했고 저는 안일하게 패배의식에 젖은 야당을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집권하자는 주장을 내걸었다.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실정을 저지르고 '개판'을 치는데 우리가 나서서 책임을 져야지 야당만 해서 되겠냐면서 정권 교체를 얘기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당 대표 선거에 나가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했다. 당 내 선거는 조직이고 돈인데 둘 다 없지 않냐는 것이었다. 조직으로만 치면 어림없었다. 그때그때의 시대정신이 가장 큰 힘이다. 당 대표 경선에 반영된 건 민심이지 세(勢) 싸움이 아니었다.
프레시안 : 김한길 후보 같은 경우에도 국민의 기대나 당원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후보인지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단지 '반(反) 이해찬'이어서 선택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손학규 : 물론 그런 얘기도 성립 가능하다. 그러나 누구를 좋아한다 싫어한다, 친노다 반노다 하는 것들보다 사전에 다 짜놓고 당원들에게 '따르라'고 한데 대한 반발이 요체다.
"통합진보당 사태? 민주당은 신경 꺼라"
프레시안 : 최근 신기남 의원이 <프레시안> 기고문에서, 총선 패배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패권 다툼만 하고 있다는 지적을 했다. 민주당을 정비할 계기가 돼야 하는데 서로 흠집내기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 대표 경선이 흥행몰이를 하고 있지만 흥행 내용이 부정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손학규 : 충분히 일리 있는 얘기라 생각한다. 시작이 그리 됐다. 우리 스스로에 대한 철저한 반성 위에서 당의 나아갈 길을 보여줬어야 한다. 담합론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우리가 해야 될 일에 대한 목적의식의 상실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집권하는 건 어디까지나 국민을 잘살게 하는 거고, 실망과 좌절에 빠진 서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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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서 대선에 이길 생각을 해야한다. 지금 정치가 지역, 세력구도 등 '구도'로만 뒤덮여있다. '왜' 이겨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것은 실종돼 있고 무슨 야권연대니 공동정부니 '어떻게'만 있다. 제대로 된 목표의 상실이다.
그전부터 해오던 얘기인데 당 대표 시절 '하늘이 무너져도 정권교체 해야 한다' 이런 소리는 하지 말자고 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하늘이 무너지면 어떡하나? 정권교체는 수단일 뿐이다. 국민을 잘살게 하기 위해, 정의롭고 국민이 편안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권교체를 이뤄야겠다는 것이지 한풀이하겠다 또는 당해봐라는 식은 안 된다.
프레시안 : 그러나 현실정치에서는 구도도 보지 않을 수는 없다. 대부분 새누리당이 총선에 승리한 상황에서 다 뭉치지 않으면 야권은 이길 수 없다고 보고 있고 따라서 야권연대 문제가 불거진다. 한 달 넘게 통합진보당 사태가 해결이 안 되고 있고 오늘(30일)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문제가 되는 의원들의 제명까지 얘기했다. 민주당이 어떻게 해야 할까?
손학규 : 나는 '통합진보당에 대해 민주당은 신경 끄라'고 하고 싶다. 통진당이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이 국민에게 어떻게 보일건가 하는 생각부터 해야 한다. 민주당이 국민에게 무엇을 하겠다, 나라 어떻게 살리겠다, 일자리 어떻게 만들겠다, 재벌을 어떻게 하겠다, 이렇게 국민에게 희망을 줄 생각을 해야지 통진당 걱정을 할 게 뭐 있나. 그건 거기 맡기면 된다.
통진당이 지금 진보를 왜곡하고 있다. 진보라는 이름으로 두껍게 싸고 있는 껍데기 안에서 뭘 해도 상관없다는 것은 횡포고 도그마다. 패망한 소련, 동구식 사회주의가 저런 종파주의, 패권주의 때문에 그리 된 게 아니냐. 통진당이 새롭게 태어나면 그 때 가서 할 얘기지, 지금 그 얘기를 할 필요가 뭐 있나?
프레시안 : 새누리당이나 보수언론에서는 그러나 통진당과 민주당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손학규 : 우리는 우리만 잘 하면 된다. 거기 대답할 이유가 뭔가. 연대가 필요하면 그 때 가서 고민하면 된다. 진보가 뭔가? 국민의 삶을 개선시켜 주는 게 진보다. 사람을 중심에 놓는 게 진보다. 자연과 생명, 평화를 중심적 가치로 놓는 게 진보다. 거기(통진당)에서 그런 가치를 제대로 세워나가면 손잡는 것이다.
프레시안 : 대선을 단독으로 치를 수도 있다는 것인가?
손학규 : 무슨 악을 써서라도 정권만 잡으면 된다는 건 아니라는거다. 통진당이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진정한 진보의 길, 새로운 진보의 길을 걸으면 자연스럽게 같이 가는 거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이기기 위해 무조건 함께 한다'고 보이는 한 국민들은 우리부터 내칠 것이다. 지난 총선이 그것을 보여주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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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그렇다면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만의 내용을 채우기 위한 어떤 작업이 필요할까? 총선 이후 당 내에서는 통진당에 지나치게 끌려갔다는 면에서 다시 중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손학규 :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비전을 보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서로 똥덩어리를 던지는 싸움이 돼 버렸다. 통진당이 이러이러하게 했으니 민주당 노선은 중도로 가야 한다, 또는 좌클릭해야 한다, 그런 접근부터가 잘못됐다. 우리가 갈 길이 뭔지만 찾으면 된다. 통진당이 이러이러하게 했기 때문에 그 길은 안 된다는 것은 웃기는 게 아닌가. 중심이 없다는 얘기다. 우리의 중심을 잡고 가야 한다.
총선 때부터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니 끌려다닌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만 해도 우리가 설정한 원칙이 있다. 지난해 투쟁을 통해 우리가 지켜 왔었던 기본자세가 있다. 총선 연대를 하면서 '폐기'라고 했을 때부터 잘못된 게 아닌가 한다. 원칙과 기본자세가 바뀐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프레시안 : 한미 FTA에 대한 민주당의 기본자세는 뭔가?
손학규 : 재재협상이다. 이명박 정부가 재협상을 통해 그나마 유지됐던 이익균형을 깼으니 다시 맞추라는 거다. 물론 당 내에 폐기 주장도 있었지만 일부 주장에 휩쓸릴 수는 없었고, 국민과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재재협상 수준도 상당히 최저한도로 조정했다. 그게 투자자국가소송제(ISD) 폐기다. 이것만이라도 하면 응해주겠다는 거였다.
그런데 느닷없이 총선에서 야권 단일화를 하면서 민주노동당 노선인 '폐기'라고 했다가 '폐기를 포함한 재협상'이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폐기청원 문서를 당 대표가 미국 대사관에 가지고 가고, 결국 새누리당의 정치공세에 얽매인 것이다. 우리가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해 그런 거다. 중도로 옮기고 말고가 없다. 원래 자세대로 하면 된다.
그렇다고 도그마에 빠져 '우리가 지고지선이다'라고 할 건 아니다. 국민과 대화하고, 역사와 대화하고, 그러면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뭔가 찾고 잘못되면 물론 수정도 한다. 그 길을 찾아가면서 같이 가는 사람이 있으면 손잡고 가고, 그러다 한집으로 합치기도 하는 거다. 눈 딱 감고 가라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국민을 보고 가야 한다.
프레시안 : 민주당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있다. 뭔가를 '하자'는 건 잘 안 되고, 말리는 것만 잘 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효율적이고 일사불란하지 못하다는 비판이다.
손학규 : 전반적으로 혼란기에 있는 것은 틀림없다. 우리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 때까지는 일사불란한 권위를 갖는 그런 리더십 하에 있었다.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 하에서는 일사불란하게 단합된 힘을 과시하는 게 필요했고 그 때문에 모든 것이 합리화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차피 3김시대와 함께 지나갔고 우리는 다양성, 다원성이 논의되는 시대에 와 있다. 모든 것이 일사불란하게 진행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물론 의견 단일화 과정에서 파열음이 날 수도 있고 터질 수도 있다. 지난해 말 야권 통합에서도 국민들에게 꼴불견이나 난장판까지 다 보여주지 않았나. 12월 11일 전당대회에서는 폭력사태까지 났다. 그러나 '통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의 명령이다. 소명이다'라는 확고한 의지만 있으면 결국 해낸다. 그걸 보여주니 국민들도 '아, 괜찮네?' 했다. 통합돼서 전당대회 잔치를 하니 (지지율이) 확 올라가지 않았나. 그게 민주당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이다.
"박근혜, 집권하면 신공포시대 올 것"
프레시안 : 손 고문은 최근 여러 인터뷰에서 '시대정신'을 많이 강조했다. 2012년의 시대정신이 뭔가?
손학규 : 민생과 통합이다. 지난 2007년에도 시대정신은 민생이었지만 그때는 크게는 경제였다. 경제와 민생이 다르지 않지만 그때 경제와 지금 경제는 다르다. 그때는 경제 전체가 무너질 것 같으니 사전적으로 경제를 좀 살려달라는 것이었다. 지금은 지난 4년 동안 서민들 생활이 완전히 망가졌다. 양극화와 차별이 갈 데까지 갔다. 특권사회가 판치고 있고 그게 피부로 느껴진다. 서민들, 평범한 사람들이 좀 살게 해달라는 면이 크다.
거기에 더해, 이 정부 들어 분열과 갈등이 엄청 심해졌다. 언론도 완전히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가 돼버렸다. 어떤 부류의 신문에 나는 것과 다른 부류의 신문에 나는 것이 완전히 따로 논다. 국회도 어떤 일이든 이념적 잣대로 들이밀고 있다. 국민적 분열과 갈등을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지역적 분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일이 생긴다. 그래서 지금은 조화로운 화합의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통합이 필요하다. 민생과 통합은 둘이 아니라 하나다.
프레시안 : 현재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는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다. 여러 평가가 있지만 지난 총선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에도 성공한 것 같고, 보편적 복지나 경제 민주화도 마치 뭔가 할 것 같은 믿음을 줬다는 평이 있다. 손 고문이 말한 '시대정신'에 비추어 박근혜 전 위원장의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하나?
손학규 : 박근혜 전 위원장의 강점은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상당히 위력적이라고 본다. 박근혜 전 위원장을 그렇게 쉽게 폄하할 일은 아니다. 아무리 여론조사에 허수가 있다 해도, 그만큼 지속적으로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고 계속 상승한다는 것은 대단한 힘이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 이 시대 국민들이 원하고 바라는 리더십인가 그건 생각해볼 일이다.
우리는 평소에 산소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그런 잘못을 한 가지 범하고 있다. 바로 '민주주의'다. 나는 박 전 위원장이 만약 집권한다면 한마디로 '신(新)공포시대'가 올 것이라는 염려를 한다. 새누리당에서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위해 동의를 받는 데 서명을 다섯 명만 했더라. 작년만 해도 황우여 신임 대표를 포함해 과반수 이상, 대다수가 찬성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사이 그렇게 생각이 바뀌나? 여의도에 '새누리당에는 눈치주는 사람과 눈치 보는 사람 밖에 없다'는 얘기가 돈다고 한다.
왜 소통이 중요한가. 안정감도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통 없이 그게 유지되겠나?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은 보이지 않지만 그 위에서 모든 게 이루어진다. 그런데 민주주의에 대한 철학과 소신이 없고, 지금까지 생래적으로 민주주의와 무관하게 살아온 사람이 뭘 보겠나? '내 말을 따르라' 아니, '내 눈치에 따르라' 이거다. 박근혜 전 위원장이 대통령이 되면 대재앙이 올 것이다. 민주주의의 부정은 그 철통같은 권위주의가 유지됐던 아랍에서도 다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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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손 고문이 갖고 있는 구도상의 불리한 점들이 있다. 예를 들면 대세는 친노이고, 새누리당과의 대결에서는 PK(부산·경남) 출신 후보가 유리하다는 것 등이다. 그럼에도 손학규가 야권의 대표주자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문재인·김두관·안철수와 비교할 때 자신의 강점이 뭔가?
손학규 : 대통령은 시대정신이 뽑는다. 구도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또 지역구도는 더 이상 결정적인 변수가 되지 않는다. 대통령은 구도가 아니라 사람을 보고 뽑는 거다.
먼저 '민생과 통합'이라는 시대정신을 보자. 민생이라는 면에서는 박근혜의 안정감을 넘어설 수 있는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서민을 잘 살게 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박근혜 전 위원장은 '아버지가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줬듯 내가 복지를 해 주겠다. 우리 아버지 목표도 복지였다'고 하고 있다. '내가 해 줄게, 너희는 가만있어'라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보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실제로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공격해 봤자다. 실제로 찬바람이 불 때까지는 추위로 느껴지지 않는다.
박근혜의 안정감을 깨서 '이쪽에서도 할 수 있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선거는 이념 싸움이 아니다.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다. 능력은 살아온 삶의 자세와 실적을 통해서 보여줄 수밖에 없다. 내가 경기지사 시절 일자리를 4년 동안 74만 개를 만들었다. 당시 4년 간 전국의 새 일자리가 100만 개였다. 파주의 LCD 단지나 수원 광교의 테크노밸리, 판교의 벤처단지 등이 도지사 시절 내가 만든 것이다. 안철수 교수가 대학원장으로 있는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원도 내가 경기도 지사로서 수원 광교에 전적으로 만들어준 것이다.
다음으로, 지역구도는 별게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때 한 번 써먹었지만 지금은 경남 사람이 아니라도 이명박 정부에서 민심이 떠나는 만큼 우리 민주당에 표가 올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의 PK지역 야당의 정당 득표율은 민주당과 진보당 합쳐서 40%로, 과거 김정길 부산시장 후보가 얻은 45%보다 낮았다. 경남은 36%였는데 김두관 지사 당선 시는 54%였다.
지역구도 자체가 약화됐다. PK출신이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표의 차이는 35%냐 40%냐 하는 것이지, 40%를 50%로 올린다든가 40%를 30%로 줄인다든가 하는 건 아니다. 지역구도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인가 하는 판단이 가장 중요한 대결 구도다. 이명박 식의 신자유주의를 거부하면서도, 얻지 못할 이상향을 꿈꾸는 과격한 강령도 아니다. 국민의 실생활을 중시하는 복지사회, 정의사회가 큰 흐름이다.
프레시안 : 대선 키워드 중 하나가 '2040 세대'인데 이 역시 손 고문의 약점으로 꼽힌다.
손학규 : 40대는 좀 다를 거다. 20~30대, 특히 20대인데…. 20대 젊은이들은 아직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리더십을 치밀하게 분석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다분히 감성적으로 접근한다. 20대가 막연히 갖는 '백마 타고 오는 신사'를 기다리는 그런 것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고민이 있다.
20대가 그렇게 진보적인가? 아니다. 그럼 20대는 안철수가 진보적이라서 지지하나? 역시 아니다. 나 자신은 스스로 취할 이념적 자세는 일관되게 중도 진보로 유지해오고 있다. 그것을 민주당의 정통성, 정체성과 우리 시대의 흐름과 같이 가게 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이념적 분포 자체가 지난 2~3년 동안 진보 쪽으로, 왼 쪽으로 온 건 사실이다. (그러나) 거기에 억지로 맞추는 건 아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진보의 길을 선도해 나갔다.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 정책을 내놓고 이를 우리 사회가 나아갈 커다란 방향으로 자리잡도록 한 게 제가 당 대표일 때다.
프레시안 : 성장에 방점을 두면 복지가 약화되는 게 아닌가 하는 지적이 있다.
손학규 : 그런 이분법적 논리는 잘못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성장 위주로 하려다 나라를 망쳤는데, 복지 분배에만 치중해도 망한다. 스웨덴도 분배만 했다면 지속가능하지 못했을 것이다. 저는 '지속가능한 복지'라는 구호를 보수세력에게 뺏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스웨덴이 2010년 경제성장률이 5.5%였다. 미국, 유럽은 거기 훨씬 못 미쳤다. 복지를 하면서도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복지를 뒷받침할 경제를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부가가치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생산하는 것이다. 정부가 기업을 적대시하면 망하는 것이다.
"민주당 선택, 찬바람 부는 시베리아로 나온 것"
프레시안 : 과거 소위 여론선도층이나 기업 간부들, 교수들을 대상으로 물어보면 야권 대선 후보 중 손 고문을 지지한다는 답이 압도적이었다. 지금도 지식인층과 중산층에서는 호감도가 높은 것으로 안다. 그런데 밑바닥, 저변으로 내려가면 아니다. 대책은?
손학규 : 때가 안 되고, 국민이 인정하고 인식하지 않으면 무슨 대책을 세워도 소용없다고 본다. 그 때는 손학규의 때가 아니었다. 저 자신의 의욕은 강했지만 그때 이미 민주당은 아니었다.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합류할 때, 따뜻한 길로 가려 했다면 탈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 당시 열린우리당의 재집권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일반의 상식이었다. 그러니 해산되지 않았나? 한나라당에서 주저앉아 있으면 국무총리라도 할 수 있고, 대표라도 할 수 있고, 그런 얘기를 만나는 사람들이 흔히 했다. 요즘도 길거리에서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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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후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이명박 정권이 들어섰다. 미국이나 영국이나 정권의 일반적인 주기는 10년인데, 그런 기준에서만 본다면 다음엔 이명박 정부를 잇는 정권이 들어서는게 일반적인 경우다. 그러나 내 생각은, 우리가 진보성향 정부로 가다가 아직 충분히 경험 축적이 못 되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지 못해서 이명박 정부가 잠깐 '새치기'를 한 거다. 국민들이 '이게 아니다'라고 진보를 전면 부정한 게 아니다. 흐름은 진보로 가야 한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 도탄에 빠진 민심은 차별과 양극화를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진보정권이 원숙하지 못하고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역시 복지사회, 경제민주화, 공동체 중시 사회다. 가치 지향이 그렇게 돼 있는데 이명박 정부가 잠깐 끼어들었지만 시대정신의 토양은 민주당에게 있다.
프레시안 : 당 내 경선에 들어가면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주홍글씨'로 공격이 시작될지 모른다.
손학규 : 이번에는 안 먹힐 거다. 비난과 공격일 뿐 국민적 설득력은 없을 것이다. 다만 나 자신이 한나라당 있었을 때 보고 배운 것이 있다면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자산으로 쓸 것인가 하는 문제다.
프레시안 : 경쟁자로서 당내 대선 주자들을 평가하자면?
손학규 : 다 훌륭하고 좋은 분들이다. 문재인 실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끝까지 지키고 사후에도 지킨 의리의 사나이다. 김두관 지사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해 왔고 지방자치의 경험이 풍부하다. 이 소중한 자산들은 정권 교체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정권 교체 후 국민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의지할 수 있는 정부를 만드는데 그런 능력을 다 활용해야 한다. 그 토대를 지금부터 만들어야 한다. 함께 안고 가는 통합의 모습을 보여 주겠다.
"안철수와 공동정부? 왜 정권 달라고 하나"
프레시안 : 안철수 교수 관련 이야기가 많다. <한겨레> 칼럼 이후 논쟁도 되고 있다. 민주당이 안 교수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손 고문은 안 교수가 '백신'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혹시 예방주사 역할만 하고 주역이 돼서는 안 된다는 뜻은 아닌가?
손학규 : 백신은 병을 예방, 치료하는 물질이지 않나. 중요한 역할이다. 그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국민이 도와야 한다. 내가 그 역할을 돕겠다. 또 안철수를 이렇게 하라 마라 할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국민에게 뭘 보여줄 것인지 개발하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안철수 얘기를 하는 것은 '어떻게든 정권 잡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 나라를 어떻게 경영하겠다는 능력 없이 왜 정권을 달라고 하나? 안철수 없이 안 된다면 안철수에 맡겨야지. 그런 무책임한 생각이 어디 있나? 능력 없는 사람들이 왜 정권을 잡겠다고 하나?
민주주의 사회는 정부를 의회와 법원이 견제하고 언론과 시민사회가 균형을 잡는 통합된 사회다. (이들을) 포괄할 능력, 정부를 운영할 능력을 가진 사람이 돼야지, 그럴 자신이 없는 사람이 왜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서나?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 : 경제민주화 얘기를 해보자. 경제민주화에서 빼놓을 수가 없는 것이 재벌개혁이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고 했듯 정부가 거대한 기업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돼 있다는 지적이 있다.
손학규 : 수단이 왜 없나? 정부가 의회와 협조하고 설득할 의지가 있으면 재벌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속에서 재벌이 무제한의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미국 금융위기 이래 그렇지 않다고 공인됐다. 신자유주의적인 시장이 완전자유를 갖고 국가는 할 일 없다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미국에서도 금융기관을 살려주고 지탱해 준 게 국가이고 대기업 살려준 것도 국가다.
이명박 정부 들어 '작은 정부'를 얘기했는데 웃기는 얘기다. 국가는 좀더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 다보스포럼(WEF)에서도 "자본주의와 기업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죄인이다." 이런 얘기까지 나왔다. 사회적 분위기는 충분히 돼 있다. 의지를 갖고 해야 한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기업을 적대시하는 분위기를 선도한다면 재벌이 아니라 국민에 의해 버림받는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폐지하지 않는 한, 기업에서 부가가치가 생산되고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국민은 생활 속에서 느낀다.
그런 면에서 재벌개혁 논쟁이 진보진영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희망적이다. 보수 대 진보라면 이념적 대결인데, 진보 내에서 '재벌의 지배구조를 혁명적으로 뒤집어야 하는가, 오너십은 인정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가'가 논쟁이 되고 있다.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 개입은 필연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재벌 회장들 불러 놓고 일자리 만들라고 '공갈'을 쳤지만, 제대로 하려면 그게 아니다. 사장들 만나 사진 찍고 그 자리에서 일자리 만들라고 하는 건 헛공갈이다. 제대로 하려면 내용을 갖고 설득해야 한다. 진정성을 갖고 양보와 타협 속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대통령이 언론을 향해 정치를 하면 안 된다. 국민을 향해 해야 한다. 그래서 철학이 필요한 것이다.
프레시안 : 한미 FTA에 대해서도 찬반 양론이 심하다. 주된 찬성 논거는 한미 FTA 외에 성장 동력이 뭐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손학규 : 한미 FTA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하는 질문은 성립하지 않는다. 벗어날 수 없는 새로운 세계질서다. 어떤 FTA를 하느냐, 어떻게 다뤄 나가느냐 하는 문제지, 반대한다고 FTA가 없어지지 않는다.
지금 FTA 없는 한미관계가 있을 수 있나? 미국과 무역 안 하고, 미국 없는 독자적 동아시아 질서 구축하겠다? 되느냐? 아니지 않나. 한중 FTA를 먼저 했어야 한다는 논리도 있었다 하는데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
끊임없이 이상을 추구해야 하지만 현실적 여건을 무시할 수 없다. 중국, 북한과도 공존해야 하지만 미국과도 공존해야 한다. 좋으나 싫으나 미국은 세계 제일의 패권국가다. 그런 현실을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미국과의 관계에서 국익을 챙겨야 한다.
또 국가 대 국가의 관계는 경제적 실익만의 관계가 아니라 국민감정, 자존심, (국내의) 정치적 경쟁관계도 존재한다. 그걸 다 감안해서 어떻게 미국과 좋은 관계를 해나가느냐가 우리 생존의 문제다. FTA는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여건이 돼있지만, 이명박 정부의 FTA는 우리가 충분히 챙길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다 챙기지 못했고 미국과 FTA를 맺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국민들의 자존심을 심하게 훼손했다.
(이명박 정부는) 한미관계에서 장기적으로 지켜야 하는 우리 것을 훼손할 수 있는 요소를 막지 못했다. ISD도 그렇고 제약산업 특허 문제도 그렇다. 미국과 FTA를 맺으면서도 특허 허가 연계제도를 안한 나라도 많은데, 우리는 유럽에서 약이 들어와도 도매금으로 손해를 보게 돼 있다. 우리 제약산업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양자관계에서 우리가 모든 것을 챙기고 하나도 안 줄 수는 없지만 핵심적인 것이 있게 마련이다. 미국이 지난 4년 간 시간을 끌며 자동차 분야에서 이익을 취해 갔다면 우리는 우리대로 요구할 수 있는 게 있다. 대통령은 외교관계에서 상대방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 외교를 보는 국민도 똑같이 생각해야 한다. 국민 통합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갈등하고 자존심이 상하면 안 된다. 설사 경제적으로 소득이 1000달러 낮아진다 해도 (국민이 스스로) '자. 우리가 1000달러어치만큼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한다면 그게 더 행복한 국민을 만들 수 있다. FTA는 그런 차원에서 국민과 함께 해야 한다. 복지 문제도 그렇다. 북유럽이라고 경제 어려울 때 복지 줄이자는 얘기가 안 나왔겠나? 그런데도 끊임없이 복지를 발전시키고 세계 최고 수준의 국민소득을 이룩한 것은 사회적 합의 덕분이다. 그래서 정치가 중요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실패는 국민통합의 실패다.
프레시안 : 햇볕정책에 대해 진보 내에서도 고쳐야 하지 않겠나 하는 반성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죽어버린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하겠나.
손학규 : 대북 화해협력 정책은 확고히 지켜지고 발전시켜야 한다. 다만 대북관계 역시 그 자체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햇볕정책의 중요 변수는 대미(對美)관계에 있고, 또다른 변수는 대중(對中)관계에 있다. 같이 봐야 한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대내(對內)관계다. 햇볕정책,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은 대한민국과 동북아 미래를 건 탁견이고 확고한 철학이 있다. 거기에 대해서는 조금의 문제제기 여지도 없다.
저는 한나라당에 있을 때도 햇볕정책에 공개적으로 찬동하고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계승·발전해야 할 정책'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다 한나라당 극우파들이 '나가라, 북한 가서 살아라' 하기도 했다. 또 경기지사 때 했던 대북 협력사업은 북한에서 매우 좋아했다. 시범사업에서 벼 수확이 자기들 생산량의 2배가 나왔다.
그런데 햇볕정책을 포함해 모든 것에는 부족함이 없는 것은 없다. 부분적으로는 다 부족함이 있기 마련이다. 워낙 한국사회의 보수세력이 단단하고 크다. 그러니 반대가 (여론을) 지배했다. 농촌에서는 '햇볕정책'이라고 하면 '북한에 비료를 퍼줘서 우리 비료 값이 올랐다'고 오해하곤 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보수세력이 강고해서 그렇긴 하지만 이런 대국민 설득과정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 그런 것을 더 해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 : 공식적인 대선 경선 도전 선언은 언제쯤 하실 생각인가?
손학규 : 어차피 제가 지난 총선 출마하지 않은 것 그 자체가…(대권 도전 선언이다). 당선돼도 국회의원직을 길어야 두세 달 이상 유지하지 못할 것이니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고, 이는 국민 혈세를 축내는 일이고 분당 주민들에게도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총선 불출마선언 때부터 내 길은 정해져 있었다. 대선 출마선언을 언제 하는가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프레시안 : 자서전 집필 계획이 있다고 들었는데? 자서전 출판기념회가 출사표 던지는 자리가 되지는 않나?
손학규 : 그간 제 삶에 대해서 부분적으로는 이런저런 일화가 알려져 있지만, '인간 손학규'를 좀 더 깊이, 상세히 알고 싶다는 요구도 있고, 또 나 자신 지나온 길을 살펴보고 성찰의 시간을 갖고저 준비해 왔다. 제목만 정하면 곧 출판하게 될 것이다.
프레시안 : 언론사 파업이 길어지고 있고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매체환경이 야권에 불리할 수도 있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여권에선 일부러 방치할지도 모른다'는 말도 한다. 언론사 파업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손학규 : 답답하다. 우리가 집권하면 언론과 검찰은 자율성을 100% 인정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금 정권은 모든 독립적 기관에 대해, 심지어 한 때는 종교에 대해서도 간여를 했느니 압력을 행사했느니 하고, 법원에 대한 간섭조차 나오는데 그래선 안 된다. 이제 민주주의가 제대로 돼야 한다. 언론을 장악해서 뭘 하겠다고 하다가 결국 최시중 위원장이 구속되는 등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부패까지 언론장악의 추잡한 뒷면마저 드러나지 않나? 언론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고 연장하는 것들은 안 해야 한다. 우리는 그런 의지를 확고히 가져야 한다.
프레시안 : 대선 경선 룰과 관련해 어떤 입장이 있나?
손학규 : 나는 뭐, 룰에 관해서는 왈가왈부 하고싶지 않다. 바람이 있다면 국민의 뜻과 가장 가까운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경선이 됐으면 좋겠다는 원론적인 생각이다. 대선에서 정말 승리할 것을 기대한다면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는 절차로 합의돼 가지 않을까 한다.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어차피 되지도 않을 건데 우리 몫이나 챙기자' 이렇게 되면 안 된다. 총선 때부터 보여왔던 패권주의랄까 하는 것들, '내가 당장 잡아야겠다' 이런 것들은 없어져야 한다. 경선에서도 그런 자세를 갖고 (몫을) 챙기려 하면 대선은 하나마나다. 그 과정부터 국민들이 볼 텐데, 그럼 국민들은 '안 하겠다는 거구나'라고 할 것이다.
프레시안 : 손 고문은 그런 룰 같은 데 악착스럽지 않아 손해를 본다는 평이 있다. 또 오픈 프라이머리 얘기도 나오는데 어떤 생각인가?
손학규 : 믿고 가자는 거다. (오픈 프라이머리 관련해서는) 민주당의 판단과 국민 전체의 판단이 가장 가깝게 갈 때 이기는 것이다. 그 길을 맞춰가는 것이다. 국민의 길이라고 하면서 다른 길을 고집하면 안 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판단력이 높거나 낮을 수 있지만, 희한하게도 전체적 판단은 오케스트라처럼 화합이 되고 화음이 된다. 국민들이 역동적으로 만들어내는 '집단지성'의 힘을 믿어야 한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손학규 : 이번 대선에 사명감을 갖고 임하고자 한다. 날로 힘들어지는 국민들의 생활, 민생을 제대로 챙겨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국민들에게 정의로운 복지사회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안정감을 보여줄 수 있도록 더욱 철저히 준비하겠다.
요즘 내 느낌이 좋다. 유럽 방문하면서 스스로 내면의 마음 자세가 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핀란드의 한 기초학교에서는 1시간 반 정도 예정이었는데 3시간을 둘러봤다. 나도 모르게 '집권하면 어떻게 응용할까' 하는 고민 속에 하나도 놓치지 않고 챙기고 있었다. 이전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책임감이 저절로 표출된, 나 자신에게 놀라운 변화인 것 같다. 좀더 확고한 자신감과 더 강한 사명감을 갖고 임해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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