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에 무려 1000억 유로(약 145조 원)에 가까운 자본이 국외로 빠져나갔다는 스페인 중앙은행의 발표와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스페인 당국의 어설픈 대책으로 대형은행 방키아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규모가 더욱 늘어났다며 맹비난하면서 스페인의 우려가 증폭됐다는 것이다.
▲ 경기침체에 금융부실의 이중 위기에 빠진 스페인에서 자본 이탈이 충격적으로 진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수도 마드리드에서 전국에서 모인 광부들이 일자리를 보장하라며 집단 시위를 벌이는 장면. ⓒAP=연합 |
특히 3월 한 달 동안 외국으로 빠져나간 자본만 662억 유로(96조 원)이며, 아직 공식 통계 발표는 없지만 그 이후의 자본 이탈은 더욱 심해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 최대 투자분석업체 'IHS 글로벌 인사이트'의 이코노미스트 라즈 바디아니는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야말로 '퍼펙트 스톰'을 목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의 자본 이탈 규모는 충격적이다. 스페인은 2011년 기준 세계 12위 경제규모이며, 15위인 한국의 GDP 대비 1.3배라는 점에서 한국의 시장에서 3개월 사이에 110조 원 정도가 빠져나가고, 한달에 70조 원 정도가 빠져나간 것에 해당한다. 지난해 3월만 해도 54억 유로의 자금이 순유입된 것을 보면, "스페인에 자본이탈의 퍼펙트 스톰이 몰아치고 있다"는 비유가 지나치지 않게 느껴진다.
스페인 정부는 방키아에 공적자금 190억 유로를 투입하기로 결정했으나, 시장에서 국채를 발행해 조달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자본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마당에 국채를 사줄 투자자도 찾기 어렵고, 투자자가 있다고 해도 '구제금융으로 가는 신호'라는 '연리 7%'를 줘야 가능할 처지에 빠졌다. 지난달 31일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미 6.7%에 달했다.
국채 금리보다 더 중요한 지표로 여기지는 독일과의 금리차(스프레드)는 이미 '티핑포인트'라는 5%를 넘었다. 이 정도의 스프레드는 국채의 담보 가치가 급격히 떨어져 '죽음의 악순환'을 일으키는 수준이다.
구제금융으로 막기 어려운 스페인, 유로존 탈퇴?
스페인의 위기 확산을 구제금융으로 막기도 어렵다. 유럽 차원에서는 유로존 4위의 스페인을 구제할 규모의 자금을 마련하기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만이라도 연대보증해서 파산 사태를 막아주자는 '금융동맹' 방안이 유럽연합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유로존이 연대보증하는 채권을 만들자는 '유로본드'처럼 '금융연맹' 구상에 대해서도, 가장 큰 부담을 떠안을 독일은 "조약 개정 사항"이라면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때문에 '스페인 구제금융설'도 확산되고 있다. 아예 <월스트리저널>은 "스페인이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고, IMF는 최대 30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까지 했다.
스페인 정부나 IMF는 이 보도를 즉각 부인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스페인이 그리스처럼 유로존 탈퇴의 수준으로 가고 있다는 관측이 무성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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