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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심장도 탈취당한 마당에 다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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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강기갑 "심장도 탈취당한 마당에 다 바꿔야"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1차 토론회, 정파주의·진성당원제 비판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산하기구인 '새로나기 특별위원회'는 31일 국회도서관에서 첫 토론회를 열고 당내 민주주의의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정파주의와 진성당원제의 문제에 대한 날선 비판이 제기됐다.

강기갑 비대위원장은 인사말에서 "골방에서 등사기 밀던 거리의 투사들이 디자인한 정당이 진보정당"이라며 "오래 골방에서 지낸 그 세월과 헌신은 명예롭게 기억돼야 하지만 그것이 패쇄적 패거리 문화로 표현되는 것을 용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국민과 소통하지 못하고 나만 옳다고 외치는 사람이 국민 혈세를 지원받는 공당에 있어선 안 된다. 이제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진보정치는 용납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 국면에 대해 강 위원장은 "진보정당의 역사는 '국민승리21'부터 따져도 15년"이라며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지나고 있다. 그맘때의 사람이 그렇듯, 잘못된 일인 줄 알면서도 실수를 저지른다. (그러다) '민심'이라는 엄한 선생님께 회초리도 맞고 귀싸대기도 맞고 질타를 당하고 있다"고 묘사했다.

강 위원장은 "농사꾼은 씨 뿌리기 전에 땅부터 갈아엎고 시작한다"면서 "쟁기질하고 좋은 흙을 갈아넣는 일을 지금 혁신비대위가 하고 있지만 엄청 힘이 든다. 가는 곳마다 쟁기가 바위 같은 걸림돌에 걸려 덜커덕거리고, 보습도 깨지고, 쟁기를 끌고 가던 사람 허리도 휘청하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는 당 내의 저항이 만만치 않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전날 구 당권파 측 인사들은 혁신비대위가 주관한 당직 인사에 반발, 권태홍 공동집행위원장을 당기위에 제소키도 했다.

그러나 강 위원장은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통합진보당이 통째로 바뀌어나가야 된다는 강력한 주문을 했다. 적당히 옷 좀 갈아입고 모자 하나 바꿔 쓴다고 당이 거듭나는 것이 아니라 가죽을 통째로 바꿔달라는 강력한 주문이었다"며 "'심장'도 탈취당한 마당에 뭔들 못 바꾸겠나. 다 바꿔야 한다고 본다"고 강한 혁신 의지를 드러냈다.

▲통합진보당 강기갑 비대위원장이 31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새로나기 1차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원석 "당권파, 동문서답에 오리발 내밀기식 대응"

박원석 의원은 먼저 조준호 전 공동대표가 이끈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구 당권파에 대해 "정치적 책임의 문제를 사법적 책임으로 치환하는 동문서답식의 논리"를 펴고 있다며 비판했다. 박 의원은 사퇴한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들에 대해 "진상조사의 부실함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똑같이 억울함을 항변했어야 하지만 (경선의) 정당성 결함을 인정하고 정치적 공동책임의 방식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석기·김재연 의원과 조윤숙·황선 후보가 '나는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으므로 물러날 수 없다'고 하고 있는데 대해 '그러면 윤금순·이영희·노항래 등은 부정행위자라 사퇴했나?'라고 쐐기를 박은 것이다. 박 의원은 비례대표 총사퇴안이 '특정세력 죽이기 음모'라는 구 당권파의 논리에 따르면, 사퇴한 당선자·후보들은 "스스로를 모욕하면서까지 특정세력을 죽이려는 음모에 가담한 사람들"이 되지 않냐고 했다. 중앙위 폭력사태를 겨냥해 "이들(구 당권파)이 다수파에서 소수파가 된 순간 당의 기본적인 민주적 질서는 사라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당내 정파 문제에 대해 박 의원은 "문제의 해법은 정파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이정희 전 공동대표 등이 경기동부연합에 대해 '모른다', '20년 전에 있었던 조직이다' 등의 태도로 일관한 것을 "오리발 내밀기식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정파 또는 계보 등으로 불리는 특정한 정치적 의견그룹 또는 인물을 중심으로 결집한 내부세력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어느 정당에나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정파의 존재 그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과거 동교동계와 상도동계가 민주화 과정에서 야당과 정치의 발전을 이끌었던 것처럼 오히려 정치의 활력과 에너지가 될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그러나 "현재 우리 당이 직면한 문제는 정파를 그렇게 순기능적 요소로 작용하도록 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정파는) 당의 발전, 정치의 발전 그리고 더 거창하게는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개된 실체도 모호하고 공식적인 책임도 지지 않는 써클적 구조의 다수파가, 당의 발전이나 정치발전보다 정파의 권력과 이익추구를 더 우선에 놓고 그것을 관철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집요하게 권력을 전유하고 전횡하게 되면 그것이 곧 패권이 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진성당원제, 정파 동원수단으로 전락"…유시민 "못된 정파적 제도"

박 의원은 이어 통합진보당의 운영 원리인 '진성당원제'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언젠가부터 통합진보당의 진성당원제는 형식화되고 당의 균열을 가속화하는 원리로 작동하는 듯하다"며 "진성당원제를 당의 권력, 혹은 당의 공직후보자 추천과 선출의 방안으로 절대화한 순간부터 당내 민주주의는 단순히 정파의 수적 우위여부로 대체됐으며, 진성당원제는 이를 위한 동원수단 또는 합리화 수단으로 전락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왜곡된 진성당원제로 인해 "자파 당원들을 안정적으로 관리만 하면 당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구조"가 생겨났다면서, 그러다 보니 "국민들에 대한 책임의 정치보다는 당원들을 향한 신념의 정치에 주력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으며 그 결과 선출된 공직후보자나 공직자들이 전혀 준비가 안 된 당혹스러운 모습마저 보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유시민 전 공동대표의 비판과 궤를 같이한다. 유 전 공동대표는 전날 <한겨레> 인터뷰에서 "민노당의 진성당원제는 못된 정파적 제도였고 진성당원제의 모범은 아니었다"며 "'오더' 때려서 이름도 모르는 사람을 1만2000표 얻게 하는 게, 대신 투표해주는 게 무슨 진성당원제냐"고 이석기 의원을 겨냥해 말했다. 유 전 공동대표는 "당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체적인 개인일 때 가능한 게 진성당원제"라며 "(현재 통진당 사태는) 진성당원제를 제대로 못해서 그런 거다. 당원을 투표하는 기계로 이해한 것"이라고 했다.

유 전 공동대표는 오병윤·김미희·이석기·김재연 의원 등 구 당권파 성향 인사들에 대해 "대의에 헌신하겠다는 열정으로 충만하지만 자기가 하는 일을 대상화시키고 객관화해보는 균형감각이 전혀 없다. 책임감도 없다"며 "공직자로서 너무나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원석 의원의 지적과 거의 흡사하다.

그는 김재연 의원과 TV 토론을 준비할 때의 일화를 소개하며 "국회의원 되면 뭘 제일 하고 싶냐고 묻자 '당원들을 지키고 싶다'더라. 너무 놀랐다. 뭐라고 얘기해야 될지 대책이 안서서 그런 게 아니라고 말했다. 공직자가 될 아무런 준비가 안 돼 있다. 그건 이석기 씨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천호선 전 공동대변인이 사회를 맡은 이날 토론회에서는 특위 위원장인 박원석 의원이 발제를 맡았고, 최순영 전 민노당 의원,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정연욱 전 민노당 지방자치위 부위원장, 오유석 여성정치세력연대 공동대표가 패널로 참석했다. 특위는 이날 행사에 이어 △남북관계 등 정책현안(5일), △노동중심성 강화(7일) 등의 주제로 연속 토론회를 계획하고 있다.

유시민 "당권파 권유 받아 대선출마? 그럴 바엔 박지원이랑 손잡지"

한편 유 전 공동대표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관련 언급도 했다. 유 전 공동대표는 "통합 전부터 여기저기서 '유 아무개가 대권 불출마 선언만 하면 통합하겠다'고 해서 내가 이정희 대표한테 '(유시민 대선출마) 안 한다고 하세요. 약속받았다고' 그렇게 말했다"며 "내 생각은 이런 거다. 내가 나서서 (대통령) 한다고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 전 공동대표는 "당권을 쥔 다수파가 혁신할 의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되는데, 그 권유를 받아 당 대표나 대선후보가 돼서 어쩌자는 거냐"면서 "그런 권력정치를 하려면 내가 민주당에서 박지원 대표하고 손잡고 정치하지 왜 통합진보당에 왔겠나. 내가 그거 하려고 여기 온 거 아니다"라고도 했다. 다만 유 전 공동대표는 "만약 통합해서 같이 하다가 당원들이 '저 사람이 우리 당 대통령 후보 되는 게 좋겠다'며 나보고 하라고 하면 할 수는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는 "지금 통합진보당 주요 종사자들이 느껴야 할 감정은 부끄러움"이라며 "당의 주요 종사자는 분노를 느낄 자격은 없다. 오직 부끄러움을 느낄 의무만 있다. 계속해서 사실관계를 다투고, 사실의 해석을 둘러싸고 논리적으로 다투는 건 부끄러움을 모르는 모습"이라고 구 당권파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부정경선 논란에 대해 유 전 공동대표는 "한 사람 빼고는 다 했다. 나중에 보니 선거관리가 없는 가운데 모두가 동일한 패턴으로, 각자가 할 수 있는 만큼 부정경선을 했다"며 "이게 총체적 부정선거가 아니면 대체 뭐가 총체적 부정선거냐"고 했다. 그는 "법률에 의거해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한다면 중복 IP 건은 한 나절 만에 100% 다 나온다. 근데 사실관계를 뭘 더 어떻게 확인하라는 거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같은 투표행위가 '관행'이었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유 전 공동대표는 "관행은 민주당도 새누리당도 있다. 다른 당에서 '관행'상 돈봉투 돌렸다고 하면 인정해주나?"라고 반박했다. 또 김재연 의원이 속했던 청년명부의 경우 별도의 경선이 치러진 만큼 전략명부로 볼 수도 있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실제로는 경쟁이었다. 똑같은 투표 시스템으로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구 당권파 측 인사들은 유 전 공동대표의 인터뷰 내용에 거세게 반발했다. 백승우 전 당 사무부총장은 "유 전 공동대표 인터뷰 내용은 80% 이상 거짓말로 보인다"며 "이젠 정치적 선동을 중단하실 때도 되지 않았나? 장관도 국회의원도 하신 분이, 대선후보로 거론되시는 분이 왜 이리 철이 없으신가?"라고 맹비난했다.

안동섭 경기도당 공동위원장은 트위터에 "이정희 대표한테 그만두라고 한건 유시민! 당신이잖아요"라면서 "원통할 사람은 유시민 대표의 언론플레이에 또 상처받을 이정희 대표일 듯"이라고 썼다. 안 위원장은 "정말 나쁜 입! 유시민!", "이정희 대표를 곤경에 빠트린 사람은 유시민, 조준호 두 사람 아닌가"라고도 했다.

한편 김재연 의원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사퇴에 대해 한 번이라도 고민해본 적이 없나'라는 질문에 "차라리 명예롭게 사퇴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 것은 제 개인의 명예만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본다"며 사퇴할 뜻이 없음을 재차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애초 3월, 4월부터 (보수언론에 의해) '경기동부', '종북세력' 논란은 있었다. 이 모든 문제들이 그 연장선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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