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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21세기 한국 진보가 중세 마녀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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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21세기 한국 진보가 중세 마녀사냥"

[현장] "공동대표단 무원칙한 대응…당기위에 나를 제소하라"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비례대표 경선에서 부정·부실 선거 관련 당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보고서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공청회를 열었다. 당 진상조사위(위원장 조준호 공동대표)는 당내 경선에 대해 "총체적 부정·부실 선거"로 규정했다. 이 공청회에는 진상조사위원장이나 위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의혹을 사실로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근대 형사법의 상식이며 우리 사회의 상식"이라며 진상조사위원회가 '부정 의혹이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는 근거로 의혹을 제기한 것을 맞받아쳤다.

이 공동대표는 부정·부실선거라는 의혹보다 오히려 △비례 여성명부 1,2번 순위에 분쟁 여지를 남긴 것 △남성명부 2,3번 순위를 정치적 결단으로 바꾼 것 △진상조사위원회를 아무 통제를 받지 않는 기구로 남겨둔 것 등을 대표단의 '과실'로 꼽으며 "저를 당기위에 제소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 저와 공동대표단은 매우 무원칙하게 임했다"고 말했다. 자성인 동시에 유시민, 심상정 공동대표에 대한 공격이기도 하다.

이 공동대표는 "'(국민들은) 온라인 선거 로그파일을 영구 보존하고 누구도 흔들지 못하게 하지 왜 그랬어?'라고 할 수 있다. 잘못했다. 죄송하다"면서도 "부실이 있었다면, 그리고 규정대로 100% 하지 못했다면 저희가 잘못했다고 빌면 된다. 교육을 제대로 받으면 되고 당에서 철저히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우려를 갖게 해드려 죄송하다'고 말하는 것과 '이 사람이 정당하게 뽑힌 건지 모르겠으니 싸그리 무효로 돌려야 할 것 같다'는 것이 같은 범주라고 보지 않는다. 자해해서는 안 된다. 근대법의 원칙은 우리 스스로에게도 적용돼야 한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당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사를 반박하고 있다. ⓒ뉴시스
"중복 IP, 다른 후보도 대동소이"
이 공동대표는 이날 공청회에서 진상조사위가 형상관리 프로그램의 부재를 지적한 것에 대해 반론을 폈다. 중요한 것은 형상관리 프로그램이 아니라 "개발자의 행위가 모두 자동적으로 기록되는 '로그'"라는 것이다. 진상조사위는 "로그파일도 확보하지 않는 부실조사"를 했으면서 "형상관리 프로그램 탓만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 근거로 이 공동대표는 지난 4일 전국운영위원회에서 '로그파일을 확인했느냐'는 우위영 대변인의 질문에 박무 진상조사위원이 "그것(로그파일)을 확인할 기술적 중요성을, 이유를,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고 답한 것을 들었다.

그러나 당시 박무 위원은 '로그 확인이 불필요했다'면서 그 이유를 설명했었다. 박 위원은 해당 시스템에 대해 "데이터 로그가 존재하지만 날릴 수도 있다"며 "수동으로 조작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프로그램을 통한 조작도 가능하다. 그것(프로그램 조작 흔적)은 로그를 뒤진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은 "과거에 어떤 작업을 했는지 업체에서는 '진심을 믿어달라'는 얘기만 들었다. 아무 자료가 없기 때문에 '(부정이 없었음을) 보증할 수 없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복 IP에서 이뤄진 온라인 투표 비율이 높은 것에 대해 이 공동대표는 "그런 조직기반을 갖고 당원들을 조직해 왔고, (이들이) 같은 생활공간에 기반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공동대표는 중복 IP 출처 투표 조사 자체가 "1인 후보를 특정해서 조사한 것"이라며 "편파 조사로 보일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석기 당선자를 대상으로 한 표적 조사였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공동대표가 관련 업체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석기 당선자의 경우 61.5%(6237표)가 중복 IP에서 얻은 득표였고 27.3%(2767표)는 중복 IP에서 10건 이상 투표가 이뤄진 경우였다. 이는 나순자 후보(총득표 2955, 중복 IP 65.3%, 10건이상 41.8%), 이영희 후보(2088표, 59.9%, 32.1%) 등에 비하면 표 수로는 더 많지만 비율로는 더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석기 당선자든 나순자 후보든, 의혹을 명확히 해소할 수 없는 순위경선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사퇴하라'는 전국운영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반론은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비당권파가 주도적으로 의결한 이 권고안은 '이석기 당선자만 물러나라'는 것이 아니다.

이 공동대표는 비례3번 김재연 당선자가 거친 청년비례대표 선출 경선과 관련해 "진상조사위는 일반비례 시스템의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고서도 시스템상 정당성과 신뢰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비약하고, 진상조사위원장은 여기서 다시 청년비례경선도 이 시스템을 썼으므로 별도의 조사 필요도 없이 (사퇴 권고가) 정당하다고 볼 수 있는 비약을 감행했다"고 공격했다.

이 역시 '투표에서 부정이 있었다는 확증이 있어야 사퇴를 권고할 수 있다'는 이 공동대표 및 당권파의 입장과 '부정 가능성이 있는 경선은 신뢰성이 없기에 이로써 선출된 당선자 및 후보 모두가 정당성이 없다'는 비당권파의 입장이 충돌하는 사례다.

이석기 "IP 중복투표 다른 후보도 대동소이"

이석기 당선자 역시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IP 중복 투표' 순위에서 이석기 당선인은 2번째이며 다른 후보도 대동소이하다"면서 "이석기 당선인의 IP 중복 투표 비율이 다른 후보자에 비하여 확연하게 높은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당선자는 "굳이 'IP 중복 투표' 비율에 대해서 의혹을 제기하려 하더라도 이석기 당선인만을 특정해 연관시키는 것은 논리적이지 못하다"면서 "일부 언론의 팩트 확인 결여에 편향적 보도태도까지 더해져서 왜곡편파 보도를 낳았다. 이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현장투표 부정의혹 '일부' 해소, 그러나…

현장투표와 관련해서는 이 공동대표의 '소명'으로 부정 의혹이 해소된 사례들도 있었다. 1인의 선거관리인이 동시에 2곳의 투표소에서 투표록을 작성한 의혹에 대해 이 공동대표는 "(해당 투표소는) ○○맥주 노동조합으로, 청주시 당원과 청원군 당원이 함께 있어 편의를 위해 청주, 청원군 투표소를 (같은 곳에) 설치해 현장투표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정된 기표용구를 사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해당 규정이 없었다'고 하거나, 현장투표 집계 결과 오류에 대해 '총계는 맞다'면서 "실수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그렇다고 이것이 선거부정사례는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 등 '해명'이라고 보기엔 불충분한 경우도 있었다. 1인 단독개표 진행 의혹이나 동일인 서명인데 필체가 전혀 다른 경우 등에 대해서도 '본인 확인을 해보니 아니라고 하더라'는 말을 그대로 전하는 수준이었다.

또 현장투표 총 투표자 수가 선거마감 시점인 3월 18일 오후 6시 집계로는 4853명인데 사흘 후 결과발표에서는 5455명으로 602표의 차이가 났다는 의혹에 대해 이 공동대표는 "선거마감일(에 집계된) 수치는 현장투표시마다 하게 돼있는 인터넷 등록자 숫자이며 최종결과발표일 수치는 전국지역위원회 현장투표소로부터 투표마감 직후 곧바로 실시한 개표결과를 보고받은 숫자"라는 김승교 당 중앙선관위장의 소명을 전했다. 그러나 인터넷 등록자 숫자와 개표결과 보고 숫자가 '왜' 차이나는지에 대한 답은 없었다. 이 공동대표는 이에 대한 설명 없이 "선관위 결정사항"이라는 부분만 강조했다.

선거인 명부에 '최병섭'이란 이름이 '병신'으로 서명된 사례에 대해 당사자인 최병섭 씨가 이날 공청회장에 직접 나와 해명하기도 했다. 최 씨는 "(동료에게) '내 거 사인 좀 해라' 그랬더니 나보고 평소에 '병신'이라고 장난하는 친구가 거기다가 '병신'이라고 썼다. 나는 '진짜 그렇게 썼겠나' 생각하고 투표만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공동대표는 "하나하나 규정을 다 따져서 보면, 다른 분이 대신 서명한 것은 장난이든 무엇이든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명부조작 의심으로, 부정선거를 자행한 사람으로, 통합진보당의 투표는 모두 믿을 수 없고 부정이 만연했다는 평가를 받을만한 것인가에 대해서 어떤 제대로 된 조사도 되지 않은 발표였음이 한탄스럽다"고 했다.

이정희 "온라인 투표 의혹? 5일 '전자회의'는 본인 참석 맞나?"

이날 200여 명의 당원 및 지지자들이 참석한 공청회 자리에서 이 공동대표는 입장할 때와 연단에 올라갈 때, 발표를 마친 후 등 여러 차례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이 공동대표가 "진상조사위는 검찰이나 마찬가지의 기구"라며 "유죄의 증거가 없으면 무엇입니까"라고 두 번 묻자 청중들이 "무죄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 공동대표는 전날 대표단 회의에서 자신이 '5일의 전자회의에 28명의 위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이 참석했다는 것을 의문의 여지없이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이 공동대표는 자신의 이같은 요청에 대해 "모욕하려고 한 것은 아니고 의심한 것도 아니다"면서 "온라인 투표 전체가 무한정한 의심을 사고 있는 이 상황에서 '전자회의는 100% 본인이 들어와 한 것이 맞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지 묻고 싶었다. 그래서 모멸감 드는 질문을 받게 해드렸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공동대표는 이어 기자들에게도 "언론에 확인 없이 마녀사냥식 기사를 쓰게 해서 죄송하다"면서 "조사결과가 바뀌게 된다면 제발 그것만이라도 보도해 달라"고 했다.

이 공동대표는 "중세의 마녀사냥, 당과 동지에 대한 무고, 통합진보당의 내부로부터의 몰락, 야권연대와 진보집권의 가능성 소멸, 이것이 지금 이 사태의 본질과 현상"이라며 "누가 이 사태를 만들어냈는지에 대해 책임을 일일이 캐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바로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공동대표의 발표가 끝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김선동 의원과 김재연 당선자 등 참석자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 의원은 퇴장하는 이 공동대표를 포옹하며 연대감을 표시했다. 다른 지지자와 당원들도 이 대표에게 인사를 건네며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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