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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원로들 "이해찬-박지원 연대 제안 한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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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원로들 "이해찬-박지원 연대 제안 한 적 없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 "박지원 의원이 견강부회한 것"

시민사회 원로 그룹인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원탁회의)는 민주통합당 박지원 최고위원과 이해찬 상임고문이 각각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맡기로 한 이른바 '이-박 연대'가 자신들의 제안에 따른 것이라는 일부 언론 및 정치권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27일 공식 반박했다.

앞서 박지원 최고위원은 "원탁회의 원로들이 '원내대표를 맡아서 정권교체에 매진해 달라'는 말씀이 계셔서 충언을 받아들여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5일 가진 원탁회의 모임에서 이같은 제안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원탁회의는 "이해찬 당선자와 박지원 의원 사이의 당 대표와 원내대표 논의에 관여한 것으로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민주당의 내부 경선 등과 관련한 논의를 한바 없으며, 4월25일 오찬 역시 그런 논의를 하기 위한 자리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김상근 6.15 남측위 상임대표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11시 회의는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이 이번 총선 결과를 놓고 깊은 성찰을 해야 한다. 우리가 충고해줘야 할 쓴소리를 정리해서 전달하자'는 것이 전부였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회의 후 이해찬 상임고문이 갑작스런 총선 출마로 원탁회의를 떠나게 된데 대한 인사 차원에서 점심 모임을 가지게 됐는데, 이 자리에서 이 상임고문이 먼저 '박지원 최고위원을 원내대표로 하자고 제안했는데 박 최고위원이 받아들이지 않더라'는 언급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 대표는 이 고문 가까이 앉았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자신만이 개인적인 의견으로 "민주당이 국민 앞에 깊이 반성하는 모습, 투명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당 지도부를 만드는 것도 계파싸움, 자리싸움으로 비춰지지 않았으면 하고 단합하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일반론'을 얘기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 백 교수가 이 고문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하던 중 이런 얘기를 나눴을 뿐이며 '이해찬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구상은 원탁회의의 공식 제안도 아님은 물론 시민사회 원로들이 '누가 원내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구체적인 말을 한 적조차 없다는 얘기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같은 설명을 했다. 박 대표는 "11시 모임에 이해찬 전 총리는 안 왔고, 12시 모임은 그냥 식사 자리"였다면서 "식사하는 데서 덕담하는 정도의 그런 내용들"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박 대표는 박지원 최고위원이 '충언을 받아들여 결정했다'고 한 부분에 대해 "그 사람이 견강부회를 한 것"이라며 "어른들한테 누가 안 되게 해야 할 것 아니냐"고 일침을 놨다.

▲지난달 22일 서울 관악을의 야권연대 경선 부정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원탁회의 구성원들. 앞줄 왼쪽이 백낙청 교수, 가운데가 김상근 대표, 뒷줄 왼쪽이 박석운 대표다. ⓒ뉴시스

이인영 "이-박 연대, 초국자본 맞서자고 삼성-현대 손잡은 꼴"

민주당 내부의 비판도 계속 이어졌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떤 경우에도 연대는 가치의 연대여야지, 권력의 연대여서는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초국적 기업에 맞서기 위해서 삼성과 현대가 손을 잡았다, 이것이 어떻게 비춰질까 상상해 본다"며 "연대를 한다고 하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불공정거래, 독과점의 담합구조가 시장에 등장했다고 보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남윤인순 최고위원도 "통합된 마당에 친노냐 비노냐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이런 구분이 잘못됐기에, 이를 전제로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분리하는 발상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방식은 헌법기관인 국회를 모독하는 것이고, 지도부 선출 권한을 당원과 국민에 의해 뽑겠다고 했던 원칙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로들이 권유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고, 그 진의는 호남과 친노를 구분하지 말고 단합된 모습을 보이라는 것"이었다면서 "단합하라는 것이었지 담합하라는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원내대표 경선과는 비교적 무관한 일부 의원들의 비판도 나왔다. 부산 사하을에서 3선에 성공한 조경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인위적으로 만들면 감동이 안 된다. 그러면 대선 필패 구도로 가는 것"이라며 "담합은 '노무현 정신'에 어긋난다. 노 전 대통령이 가장 혐오한 것이 '줄세우기' 정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 '쇄신연대' 출신인 장세환 의원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만약 대선 후보는 자신이, 당권은 '비박' 쪽에서 맡는 식으로 역할분담하자고 제안한다면 우리는 '참 좋은 제안'이라며 박수칠 수 있을까. 이 당을 민주정당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19대 총선에 불출마했다.

장 의원은 "역할분담론은 민주주의 원칙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밀실야합이자 치졸한 꼼수"라며 "대선 승리보다 당권이라도 장악하고 보자는 사욕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내 단합을 위해 친노와 비노가 손을 잡자는 것은 허울좋은 명분일 뿐, 실제로는 친노가 박 최고위원에게 당권이라는 당근을 챙겨주는 대신 친노는 민주당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접수'해 대선주자까지 먹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문재인 상임고문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moonriver365)에 올린 글에서 "이해찬·박지원 두분의 합의, 이상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더 참신해야 한다는 생각도 당연하다"면서도 "친노·비노 또는 친노·호남 프레임을 깨려는 현실적인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 상임고문은 "더 나은 선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은 그렇게 노력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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