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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황제' 머독 "영국 정부와 정경유착" 자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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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황제' 머독 "영국 정부와 정경유착" 자폭

[분석] 불법취재 스캔들로 궁지 몰리자 '물귀신 작전'

도청과 경찰 매수 등 희대의 불법 취재 관행이 드러나 정부의 지시로 구성된 언론윤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미디어 황제' 머독 부자가 '모르쇠 작전'과 '물귀신 작전'을 분담하고 나섰다.

27일 <파이낸셜타임스>와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런던 고등법원에서 이틀째 열린 청문회에서 80세가 넘은 아버지 루퍼트 머독 회장은 불법 취재의 모든 죄를 중간 간부들의 소행으로 돌리며, 자신은 몰랐다고 발뺌했다. 또한 아들 제임스 머독은 전날 청문회에서 정부와 자신들의 유착관계를 증명하는 이메일을 대량 제출하는 폭로 작전에 나섰다.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을 이끄는 언론 재벌과 영국의 현 정부와 충격적인 정경유착을 해왔다는 것을 스스로 밝힌 것이다.

▲ 26일 루퍼트 머독이 언론윤리위원회의 청문회에서 도청 등 불법취재는 중간간부들의 소행이며, 자신은 몰랐다고 해명하고 있다. 앞서 아들 제임스 머독은 영국 정부와의 정경유착을 보여주는 이메일을 대량 제출했다. ⓒAP=연합

폭로 이메일 "위성방송 인수 관련 정보, 완전 불법이지만 입수"

머독 부자는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폭스 TV>, 영국의 <더 타임스> 등 전세계에 수많은 신문과 방송 등을 계열사로 거느려,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최대의 미디어복합그룹 뉴스코퍼레이션을 소유하고 있다.

또한 영국에서는 보수당 현 정부는 물론 정치인치고 그의 돈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다거나, 머독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정치인은 거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여서 루퍼트 머독은 '미디어 황제'를 넘어 '밤의 황제'로 불려왔다. 이제 머독은 나이가 많아 주요한 결정 이외에 현재 일상적인 경영은 아들 제임스 머독이 그룹 부회장으로서 하고 있다.

특히 머독 부자는 40% 정도 지분을 갖고 있는 영국 최대 위성방송 <B스카이B>도 100% 지분을 확보해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위성방송까지 장악하려는 머독의 야심에 언론독점을 우려한 반대 여론이 많아 위성방송 지분 인수가 쉽지 않았고, 여기에 불법취재 스캔들까지 터지면서 일단 위성방송 인수가 물건너 간 상태다.

게다가 불법취재 스캔들도 사법처리될 가능성도 커지자 머독 측은 위성방송 인수 여부를 결정하는 주무 부처 장관이 직접 개입했다는 폭로에 나선 것이다. 제임스 머독이 청문회에 이런 내용이 담긴 이메일 등을 직접 제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제임스 머독은 브라이언 레버슨 판사가 이끄는 런던 고등법원 법정에 161쪽에 달하는 수십 건 이메일 증거자료를 제출했다. 이메일에는 제레미 헌트 문화장관이 인수 지지 의사를 표명하며 정보를 제공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위성방송의 매각에 대해 승인 결정을 하는 헌트 장관의 보좌관과 뉴스코퍼레이션의 로비스트가 주고받은 이메일에 따르면, 이 보좌관은 헌트 장관이 뉴스코프의 위성방송 인수를 열렬히 지지하며, 머독에 유리하게끔 정보를 알려주는 등 인수과정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 어떤 이메일에서는 "장관이 내일 의회에서 B스카이B 인수에 관해 발언할 내용을 가까스로 얻었다. 완전히 불법이지만..."이란 내용도 있었다.그뿐이 아니라 제출된 이메일에는 산업경제부장관, 재무장관의 측근들로부터 얻은 정보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이런 폭로가 나오자 야당인 노동당은 "주무부처 장관이 머독 일가의 정보원처럼 행동했다"며 장관의 즉각적인 사임을 촉구했다.

캐머런 총리와의 수차례 비밀회동 수첩 기록도 공개

영국 총리도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제임스 머독이 한 계열사 매체의 사장 집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크리스마스를 맞아 식사를 하면서 위성방송 인수건과 관련해 대화를 나눈 사실도 폭로한 것이다. 지금까지 캐머런 총리는 B스카이B 매각 건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일각에서 떠돌던 크리스마스 접촉설도 부인해왔다.

하지만 제임스 머독은 이번 청문회에서 최소 5차례 캐머런 총리와 비밀회동을 했다면서 자신의 수첩을 제출했다. 이 수첩에는 캐머런 총리와 만난 날이 기록돼 있었다. 2010년 5월, 7월, 2011년 3월, 6월 등에 1∼2차례 만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런 폭로가 나오자 캐머런 총리는 "우리는 매우 친밀하게 지냈다"면서 관계를 시인했으나 "부적절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당은 장관과 총리가 정경유착에 앞장섰다는 충격적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면서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머독 일가가 정부와의 정경유착 의혹을 뒷받침하는 충격적인 폭로를 하고 나선 배경에 대해, 영국의 언론들은 불법도청과 경찰 매수 등의 초대형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머독 일가가 논란의 초점을 영국 정부로 돌리며 반격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권력자들이 자기 돈을 받고 지금의 자리에 올라섰는데, 자기들은 깨끗한 척하면서 사법처리와 진상조사를 지시하자, 물귀신 작전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캐머런 총리는 경제정책도 실패했다는 공세를 받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2010년 5월에 노동당에서 보수당으로 정권교체를 이루며 집권을 한 이후 거의 실험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채택했다. 재정적자를 확실하게 감축하겠다는 명분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 국내총생산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공식적으로 경기침체에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노동당은 "캐머런 총리 정권은 정경유착도 모자라, 경제위기도 자초한 정권"이라면서 맹공을 퍼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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