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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선거에 대한 냉소, 누군가에 의해 조직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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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선거에 대한 냉소, 누군가에 의해 조직되는 것"

[창비주간논평] 박근혜도 4.11 총선의 심판 대상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만큼 어려움을 겪던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에서는 심각한 위기상황은 모면한 것 같다. 그렇게 된 이유는 새누리당의 공천과 선거를 주도하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고 박근혜 위원장이고, 많은 사람들이 박위원장이 이명박정부의 과오와 실정에 별로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위원장은 이명박정부의 과오와 실정에 대해 큰 책임이 있다. 그녀는 미래 권력이 아니라 과거에도 현재에도 이명박정부의 권력자였기 때문이다. 좀더 엄밀히 말하면 미래 권력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권력에 입각해 미래의 더 큰 권력을 가지기 위해서 뛰고 있을 뿐이며, 이명박정부의 실정과 과오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교묘하게 잘 숨기고 있을 뿐이다.

그녀는 정권심판론에서 자유로운가

박위원장은 지난 4년 동안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의원들 상당수와 친박연대 의원들의 실질적인 보스였고, 그런 의미에서 국회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존재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행정수도 문제와 동남권 국제공항 문제를 제외하고는 이런 막강한 권력을 이대통령에게 협조하는 데 사용했을 뿐이다. 실제로 박위원장은 한미FTA 비준과 종편채널 허가, 예산안 변칙통과 등 이명박정부의 숱한 날치기 법안처리에 직접 참여하거나 방관으로 실질적인 지지를 보냈다.

특히 2011년 예산 날치기 통과에 가담한 사실은 변명하기 어렵다. 의회정치의 규칙을 온통 짓밟으면서 그때 흙탕물과 금이 간 보로 되돌아온 4대강사업 예산을 위해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지원 예산과 필수예방접종 민간 병의원 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다. 박위원장으로서는 "아버지가 꿈꾸는 나라가 복지국가"라고 말하고 다니기에 부끄러운 행적인 셈이다.

우리는 장로 대통령과 더불어 종교간 갈등이 심화되고 기독교 내의 냉전적이고 퇴영적 분파들이 과도하게 설쳐대는 모습을 지난 4년 동안 보아왔다. 비견할 만하게도 사학재단 이사장이었고 여전히 그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박위원장과 더불어 우리가 경험한 것은 심각해진 사학분규였다.

이명박정부 하에서 구재단 이사와 이사장이 학교 재단에 복귀함으로써 갈등을 빚고 있는 곳이 작년말 기준 34개다. 이런 사학분규의 원인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잘못된 결정 때문인데, 바로 이 사학분쟁위원회는 박위원장이 한나라당 대표이던 시절 국회를 뛰쳐나가 장외투쟁을 통해 만들어낸 것이다. 이명박정부 하의 사학분규에서 박위원장이 져야 할 책임은 이대통령보다 무겁다.


▲ 새누리당 총선 상황실 전경 ⓒ뉴시스

교묘한 '물타기'와 정부 감싸기

이뿐 아니다. 이명박정부의 주요 정책 기조도 이대통령보다는 박위원장에 의해 수립된 것이다. 이대통령의 747공약은 공염불이 되었다. 하지만 박위원장의 줄푸세 공약은 이명박정부에 의해 충실하게 수행되었다. "세금은 줄인다." 그렇다. 부자들에게 100조 정도의 감세가 이루어졌다. "규제는 푼다." 그렇게 풀린 규제로 재벌이 빵집을 경영하고 골목상권을 짓이기고 일감 몰아주기로 편법상속을 했다. "법질서를 세운다." 엄정한 법률 집행에 의해 일어난 일이 촛불시민에 대한 숱한 소송남발이었고, 용산철거민에 대한 경찰의 진압이었고, 쌍용차 노동자에게 쏘아진 테이저건이었다.

이명박정부 하에서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을 사찰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사건은 민간인 사찰이라는 점에서 용서할 수 없는 범죄지만, 사적인 지역인맥을 토대로 '비밀정부'를 정부 안에 창설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여느 사찰 사건을 넘어서는 심각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런 문제가 언론매체에 의해 상세히 드러나자 박위원장은 자신도 이명박정부 그리고 그 이전 참여정부에 의해 사찰 당했다며 피해자를 자처했다.

박위원장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는 증거를 내놓지 않고 그런 말을 하는 것도 큰 문제지만,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지금까지 아무런 분노도 표출하지 않았고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더 심각한 문제다.

더구나 참여정부에 의한 사찰이 정말 있었다면 이를 징벌할 권력을 박위원장은 이미 갖고 있었으며, 적어도 2년 전에 드러난 이명박정부의 불법사찰에 대해서는 그것을 막거나 사후에라도 시정하기 위해 노력했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박위원장은 피해자를 자처하기 전에 부끄러움과 사죄부터 표명해야 했고, '물타기'로 정부 감싸기에 나서는 일은 결코 하지 말았어야 했다.

냉소에 저항하고 최선의 선택으로 나아가야

총선이 다가옴에 따라 역대 많은 선거가 그랬듯이 공론장의 중심 의제가 집권세력의 공과, 여러 정치 세력의 미래 프로그램,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정책 및 입법능력 등에 대한 평가 같은 본질적 사안에서 한참 벗어나 지저분한 폭로와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 여기에 이대통령도 애용하는 색깔론까지 들고 나온 것이 바로 박위원장이며, 이런 저질 선거를 보면서 일각에서는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식의 정치적 냉소주의가 퍼지고 있다. 아니 어떤 면에서 냉소와 염증은 조직되고 있다. 보수신문은 무가지를 배포하면서까지 염증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MBC 김재철 사장은 선거 당일 선거방송시간마저 줄이겠다고 했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냉소에 저항하는 자세이다. 안철수 원장은 좋은 후보를 뽑으라고 했다. 하지만 선거가 좋은 후보와 나쁜 후보의 사이의 선택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도 우리는 나쁜 후보와 더 나쁜 후보 사이의 선택을 할 수 있다. 이런 선택이 흔쾌한 것이 아니긴 하지만 그것을 회피하는 것은 그 자체로 나쁜 선택일 뿐이다. 왜냐하면 나쁜 것과 더 나쁜 것 사이의 선택을 신중히 거듭하지 않고서는 좋은 것과 더 좋은 것 사이의 선택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투표를 하자. 그리고 정당들의 약속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면 이미 사실로 드러난 과거의 행적을 살피자. 그렇게 과거를 살핀다면, 우리가 넘겨보아서는 안될 점은 비리로 비리를 덮어온 이명박정부의 과오와 실정이 의회 과반수를 차지했던 한나라당(새누리당) 없이 불가능했다는 사실이다. 아니, '친박연대'를 포함한 압도적 다수 의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위원장은 그것에 책임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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