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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 반체제 인사 팡리즈 사망에 중국 '검색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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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 반체제 인사 팡리즈 사망에 중국 '검색 차단'

덩샤오핑에 정면 도전한 '중국의 사하로프'

'중국의 사하로프'로 불린 중국의 반체제 물리학자 팡리즈(方勵之)가 망명지인 미국에서 지난 6일(현지시간) 사망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잇따라 추모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팡리즈는 76세의 나이로 망명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사망했다. 그는 1980년대부터 중국 반체제 학생운동가들의 정신적 지도자로 추앙받은 인물로 러시아의 반체제인사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물리학자 안드레이 사하로프와 비유돼 '중국의 사하로프'로 불려왔다.

팡리즈는 1989년 6월 4일 중국 당국이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벌어진 대규모 민주화 시위를 유혈 진압하고 친정부 지지자들의 그의 모형을 불태워 처형하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자, 이튿날 아내와 함께 미국 대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요청했다.

이에 중국 당국은 팡리즈에게 반혁명죄로 수배령을 내리고 사형죄에 해당한다며 미국 측에 신병 인도를 요청했으나, 당시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과 미국의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이 1년이 넘는 협상 끝에 미국으로 망명을 허용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미국은 팡리즈 부부를 군용기에 태워 영국으로 보내 6개월 머물게 한 뒤 미국으로 입국시켰고, 이후 팡리즈는 애리조나대학에서 물리학 교수로 20년간 재직한 후 퇴직했다.

▲ 미국에 망명한 직후인 지난 1991년 티베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함께 티벳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대화에 참여한 팡리즈. ⓒ프레시안

"팡리즈는 중국 '89세대'의 정신적 스승"

중국이 팡리즈의 망명을 허용한 배경에는 당시 텐안먼 민주화 시위에 대한 유혈진압으로 미국이 각종 제재조치로 개혁개방을 추진한 덩샤오핑 정권에 타격을 준 것과 관련이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필요해 팡리즈의 망명을 허용하는 대신, 망명 후에는 팡리즈의 반체제 언행을 금지하는 책임을 미국이 질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팡리즈는 망명 후에도 활동에 제약을 받기는 했지만 죽기 전까지 중국의 민주화를 염원하는 소신을 감추지 않고, 중국인권이사회 공동회장을 맡는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텐안먼 시위를 주도해 역시 미국에서 망명 생황을 하고 있는 왕단은 "팡리즈 같은 사상가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중국인들은 잊지 못할 것"이라면서 "그는 중국의 '89세대'를 고무시켰고, 인권·민주주의에 대한 중국민의 갈망을 일깨웠운 정신적 스승"이라고 추모했다.

팡리즈는 1936년 2월 베이징에서 우체국 직원의 아들로 태어나 16세에 베이징대 물리학과에 입학해 이론물리학·핵물리학을 전공했고 중국 내 레이저 물리학 분야를 개척한 과학자이지만, 1980년대부터 "과학이 공산당 이론에 지배되서는 안된다"는 등 공개적으로 공산당 독재를 비판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하는 정치적 소신을 펼쳐왔다.

특히 그는 텐안먼 사태가 일어나기 3년 전부터 중국 각지에서 대학생들의 민주화 시위가 태동할 때 과학기술대 부학장 신분으로 학생들의 시위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 학생운동에 불을 붙였다, 이 사건으로 팡리즈는 곧바로 부학장직에서 쫓겨나고 공산당 당적도 박탈당했다.

또한 텐안먼 사태 직전에는 반체제 활동으로 유명한 웨이징성(魏京生) 등 정치범 석방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덩샤오핑에게 보내기도 했다.


팡리즈는 "민주주의는 아래로부터 쟁취하는 것이지, 위에서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마르크시즘은 치워버려야 할 낡은 곳"이라는 등 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발언으로 텐안먼 민주화 시위의 사상적 자양분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고, 당국으로부터는 텐안먼 사태의 배후인물로 지목받았다. 당적으로 박탈 당할 때는 덩샤오핑이 이례적으로 팡리즈를 직접 거론하며 당적 박탈을 주도할 정도였다.


텐안먼 사태 재평가 요구 등 체제불안 심화


중국 당국은 팡리즈가 사망하자 관련 검색어를 즉각 차단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팡리즈의 사망 소식을 중국의 언론은 보도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 인터넷상에서 관련 내용의 검색이 완전히 차단됐다.

중국 당국이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배경은 요즘 어느 때보다 체제 불안이 극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중국의 차기 지도부 내 입성이 확실시된 보시라이 전 충칭시 총서기를 실각시킨 사건 이후 '내란설'이 공공연히 회자될 만큼 공산당내의 노선을 둘러싼 갈등과 계파간 권력투쟁으로 혼란스럽다.

사회 전반적으로도 극심한 빈부격차와 공산당 독재에 대한 반발기류도 거세다. 텐안먼 민주화 시위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이에 따라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서는 반체제의 상징적 인물인 팡리즈의 소식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중국 당국은 팡리즈뿐 아니라 좌파 논객들의 주장들에 대한 보도통제 등 미디어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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