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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치 당선, 긴 잠에서 깨어나는 버마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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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치 당선, 긴 잠에서 깨어나는 버마 민주주의

시민들 환호하면서도 "작은 진전일 뿐" 냉정 잃지 않아

아시아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67) 여사가 역사적인 버마(미얀마) 의회 입성에 성공했다. 1990년 선거에서 수치의 민족민주동맹(NLD)에 압승을 선사했지만 군부의 권력 이양 거부로 독재 치하에서 신음했던 버마 국민들이 22년 만에 희망의 불씨를 지펴 올렸다.

버마에서는 1일 45개 선거구에서 하원의원 37명과 상원의원 6명, 지역의회 의원 2명을 선출하는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NLD 고위 당원인 틴 우는 이날 투표가 끝난 후 "자체 집계 결과 수치 여사는 82%의 득표율로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선언했다. 버마의 옛 수도 양곤 외곽의 카우무에서 하원 선거에 출마한 수치 여사는 이로써 제도권 정치권에 처음으로 진출하게 됐다.

틴 우는 또 "NLD 소속 모든 출마자들의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NLD는 44개 선거구에 후보를 냈고, 이같은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결과 발표 날짜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1주일 내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투표 후 양곤 외곽에 있는 NLD 건물 밖에 모여든 수백명의 지지자들은 전광판에 수치의 승리 소식이 표시되자 그의 사진을 흔들며 환호했다. 65세의 화가 킨 마웅 민트는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춤을 추고 싶을 정도로 기쁘다"라며 "NLD 후보들이 군부가 내놓은 후보들을 이겨서 너무 기쁘다. 민중들을 대표하는 정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아웅산 수치 사진을 들고 환호하는 버마 사람들 ⓒAP=연합뉴스

그러나 NLD가 후보를 낸 44개 지역구에서 모두 승리한다고 해도 의회에서 차지하는 의석수는 전체의 7%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의 의석은 군부와 친군부 성향의 통합단결발전당(USDP)이 장악하고 있어서 반민주적인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2008년 헌법을 다시 고치는 등 입법 활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같은 '상징적인 승리'에 대해 NLD 지지자인 우 민 저우는 "(이번 승리는) 첫 걸음을 뗀 것에 불과하다. 민주주의로 아주 조금 다가갔을 뿐이다"고 냉정함을 유지한 뒤 "그래도 미래는 더 밝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18개월 전까지 군부가 지배했던 버마가 얼마나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라고 여겨졌다.

이날 투표에 앞서 수백명의 해외 언론 기자들과 선거 감시단은 선거를 취재하고 투표 상황을 감시하기 위해 버마에 들어갔다. 버마 정부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미국, 유럽연합(EU),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등의 참관인들이 선거 진행과정을 감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뉴욕타임스>는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거나 자신의 정견을 밝히는데 있어 과거보다 더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전했다. 투표를 마친 전직 교사 치 치 툰은 신문에 "과거 우리는 외국인들과 민주주의에 대해 말하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이제는 용기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투표용지 조작 등의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미국, 호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은 투표가 비교적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평가하며 버마에 대한 제재 해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최근 있었던 버마의 진전이 무엇을 의미하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지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면서도 "최악의 억압 정부도 개혁될 수 있고 최악의 폐쇄 사회도 개방될 수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되어 기운이 난다"고 말했다.

버마는 1962년 군사 쿠테타 발발 후 50년간 군부에 의해 통치되다가 2010년 총선을 통해 형식적이나마 민간정부가 들어섰다. NLD는 그해 총선을 보이콧했지만, 정부가 수치 여사에 대한 가택 연금을 해제하고 점진적인 개혁 정책을 펴자 이번 보궐선거에 참여하게 됐다. 버마 정부는 이같은 개혁 조치를 통해 서방 국가들이 가하고 있는 제재가 해제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포위 전략의 일환으로 버마와 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중으로 지난해 11월 클린턴 국무장관이 미 국무장관으로서는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버마를 방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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