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실랑이로 경찰 5명이 다쳤다고?"

용산참사 유가족 체포 논란…"사후 보복성 표적 수사"

경찰이 용산참사 희생자 가족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체포해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살인진압 진실을 밝히라는 국가폭력 피해자의 절규마저 묵살한 경찰을 규탄한다"며 "이는 명백히 사후 보복적인 표적 수사"라고 주장했다.

체포된 유가족은 고(故) 이성수 씨의 아내 권명숙(51) 씨로, 지난해 12월 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청와대 방면으로 벌인 행진에서 경찰 5명에게 폭력을 행사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체포됐다. 사건 발생 시점에서 넉 달이 넘게 지나고 나서야 권 씨를 체포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수차례 경찰 출석 요구에도 권 씨가 응하지 않아, 지난 3월 체포 영장을 발부해 집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진상규명위원회는 '전치 2주가 나올 경찰 폭행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1월부터 12월 말까지 매일 10명 내외 인원이 인도를 통해 대한문에서 청와대 쪽으로 평화적인 행진을 벌였으며, 정부 청사 앞에서 행진을 막는 30~50명의 경찰과 10여분 간 실랑이가 벌어지곤 했다는 것. 문제가 된 12월 4일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쳐 농성촌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올해 1월 종로경찰서가 권 씨에게 12월 4일 행진 건으로 느닷없이 소환장을 발부했다"며 "2009년 발생한 용산참사에서 경찰 폭력으로 희생된 사람의 유가족이 경찰 조사를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해 소환에 응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유가족 한 명을 찍어 소환장을 보내고, 연행한 것은 명백히 사후 보복적인 표적 수사"라며 "경찰 폭력으로 하루아침에 남편이 죽은 것도 억울한데, 경찰을 폭행했다고 갇혀 있어야 하는 유가족의 한스러운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앞서 권 씨는 25일 오후 3시 용인에서 운전 중 검문과정에서 체포돼 성남 중원 경찰서로 연행됐다. 당시 권 씨는 혼자 있었다. 이후 7시 반께 종로 경찰서 소속 수사관에 의해 수갑을 찬 채 종로서로 이송됐으며, 자정께 종로서 유치장에 입감됐다.

참사 유가족 등 10명은 종로서 로비에서 밤새 석방을 촉구하며 연좌 농성을 벌였다.

이원호 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은 현재 권 씨가 "많이 놀라고 억울해하고 있다"며 "그동안 험한 일을 많이 겪긴 했지만, 수갑을 차본 일은 없었다. 지난 밤에도 한 숨도 못 자고 우셨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