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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포함 12명 익사…"살인 기업 1위 한라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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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포함 12명 익사…"살인 기업 1위 한라건설"

삼성 2년 연속 '특별상'…노동계 "기업살인법 제정" 촉구

풍랑주의보를 무시한 채 작업을 강행하던 선박은 결국 시퍼런 바닷속으로 침몰했다. 현장 실습을 나왔던 18세 고교생을 포함한 12명은 약 한 달에 걸쳐, 한 명씩 한 명씩 변사체로 건져졌다. 사고 발생 84일 만에 인양된 선체는 처참했다.

책임자들은 법정에 섰다. 1심 재판부는 하청업체 사장에게 징역 1년 4개월, 원청업체 현장 소장에게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원·하청에 선고된 벌금은 총 1500만 원. 지난해 말 발생한 '석정 36호' 사건 개요다.

25일 석정 36호 건설 현장의 원청 사업주인 한라건설이 '2013 최악의 살인 기업'으로 선정됐다.

고용노동부가 민주통합당 은수미·한정애 의원과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에게 제출한 '2012년 중대 재해 발생 현황 보고 자료'에 따르면 한라건설이 원청으로 있는 사업장에서 지난해에만 총 14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18세 고교생 포함 12명 사망…벌금 1500만 원

▲ 지난해 12월 14일 울산항에서 방파제 타설 작업 도중 침몰해 12명의 사망자를 낸 석정 36호가 7일 오후 울산항에 떠 올라 있다. 사고 후 84일 만으로 작업선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돼 있다. ⓒ뉴시스

석정 36호가 침몰한 건 지난해 12월 14일. 울산 신항 북방파제 축조 공사 현장에서 해저 연약 지반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작업 중이었다. 선박 전복 당시 울산 앞바다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있었고 울산항만청은 수차례 피항을 권고했으나, 석정건설은 작업을 강행했다.

희생자 장 모(32) 씨는 사고 발생 약 한 시간 전인 오후 6시 10분, 지인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풍랑이) 이렇게 심한데…. 피항 계획도 말 안 해주노…", "또… 누구 하나… 죽어야겠네"라는 내용이었다.

장 씨가 이 같은 메시지를 보내고 약 한 시간 후, 80미터가 넘는 작업대가 부러지며 조타실을 덮쳤다. 결국, 선박은 비명 소리와 함께 침몰했다. 승선해 있던 24명 가운데 12명이 구조됐고, 12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가운데는 현장 실습차 배를 탄 고등학생 홍성대(18) 군도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던 홍 군은 지난해 10월 석정건설에 입사했다. 석정 36호에는 동급생 친구 2명과 함께 승선했다.

친구 두 명은 구조됐지만, 홍 군은 숨진 채로 발견됐다. 사고 발생 16일 만이었다. 침몰 지점인 남구 용연동 앞바다에서 남쪽으로 4.3마일(6.9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홍 군은 '홍성대'라는 이름이 적힌 신발을 신고 있었다. 보름 넘게 바다에 빠져 있던 시신을 보고 아버지는 "아들이 맞다"고 해양 경찰에 확인했다.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에 따르면, 울산신항 북방파제 공사의 최초 추정 공사비는 2390억 원이었다. 하지만 시공사인 한라건설은 2011년, 그 절반도 안 되는 1000억여 원에 이 공사를 수주했다.

이 가운데 석정 36호가 투입된 현장의 공사 금액은 79억 원. 계약상 공사 기간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였지만, 석정 36호는 지난해 6월 현장에 투입돼 사고 때까지 공정의 97퍼센트를 완료했다. 17개월이 걸릴 것으로 계산됐던 공사를 6개월 만에 진행한 셈이다.

이와 관련,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은 지난해 낸 성명에서 "덤핑 수주를 만회하기 위해 다단계 하도급, 무리한 작업 강행, 열악한 작업 조건, 안전 조치 불이행, 해양 오염 등의 문제는 충분히 예상됐다"고 비판했다. 사고 발행의 근본 원인은 원청인 한라건설에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석정건설 대표이사, 현장소장, 공무이사와 한라건설 현장소장 등 4명을 구속 기소하고, 책임 감리원과 보조 감리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업무상 과실 선박 매몰과 해양환경관리법 위반, 증거 은닉 혐의였다. 그리고 25일, 울산지방법원은 기소된 이들에게 전원 유죄 판결을 내렸다.

석정건설 현장소장 징역 2년, 석정건설 대표이사 징역 1년 4개월, 한라건설 현장소장 집행유예 2년, 책임감리원 징역 10월, 보조감리원 집행유예 2년, 석정건설 공무이사 벌금 700만 원. 그리고 석정건설에 벌금 1000만 원, 한라건설에 500만 원을 선고했다. 다 합쳐도 1500만 원이다.

석정 36호 사건 이전에도 한라건설에서는 지난해 10월 노동자 한 명이 협착 사고로 사망했고, 9월에는 사업장 내 교통사고로 한 명이 사망했다. 한 달에 한 명 이상씩 죽어나간 셈이다.


삼성 2년 연속 '살인 기업 특별상' 오명

민주노총, 한국노총, 민주통합당 한정애 의원,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로 구성된 '산재 사망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 캠페인단(이하 캠페인단)'은 25일 건설업과 제조업으로 나눠 집계한 살인 기업 순위도 발표했다.

한라건설의 뒤를 이어 살인 기업 2위로 선정된 건설사는 GS건설로 지난해에만 8명이 사망했다. 3위는 포스코건설(7명)이고, 4위는 태영건설(6명)과 대우건설(6명)이 공동으로 선정됐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LG화학(8명)이 1위로 선정됐고, 휴브글로벌(5명), 아미코트(4명), 포스코(3명)가 뒤를 이었다. 휴브글로벌은 구미 불산 유출 사고가 났던 기업이고, 아미코트는 접착제 생산 기업으로 지난해 6월 폭발 사고가 발생해 4명이 사망했다.

누리꾼이 뽑은 2013 최악의 살인 기업 특별상 수상 기업으로는 삼성이 2년 연속 선정됐다. 지난 1월 화성 공장에서 불산 누출 사고로 하청 업체 노동자가 사망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역대 최악의 살인 기업으로 꼽힌 업체는 현대건설(2012년), 대우건설(2011년), GS건설(2010년), 코리아2000(2009년·이천 화재사고 원청 기업), 한국타이어(2008년), 현대건설(2007년), GS건설(2006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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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이 책임져라"…노동계, '기업살인법' 제정 촉구

캠페인단은 이날 2013 살인 기업 목록을 발표한 후,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기업살인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기업살인법이란 작업장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을 기업에 의한 '살인'으로 취급해 사업주를 형사 처벌하는 법이다. 영국은 지난 2007년 기업살인법(Corporate Killing Law)을 제정했다. 노동자 한 명이 산업 재해로 사망했을 경우, 해당 기업은 약 7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캠페인단은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환경과 구조를 만들어 놓고, 노동자 실수를 운운하거나 하청 업체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행위"라며 "대기업은 충분히 산재를 예방할 수 있는 자원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 노동자 건강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원청 기업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준 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장은 "강력한 기업살인법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며 "정부가 더는 노동자들의 죽음과 대기업의 책임 회피를 방기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최악의 살인 기업은 매년 4월 28일 국제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발표된다. 1996년 첫 추모의 날 행사가 개최됐으며, 이후 국제노동기구(ILO) 등이 이날을 공식 추모의 날로 제정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일 6300명, 매년 234만 명의 노동자들이 사고나 직업성 질환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의 경우 민주노총은 매년 2500명의 노동자가 작업장에서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산업 재해 통계가 공식 발표되기 시작한 지난 2001년 이후 10년간 약 2만 5000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집계에 따른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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