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의 청년비례대표 후보로 최종 선출된 이는 전체 투표인단 4만8386명 중 9180표를 얻은 김재연(31) 후보다. 김 후보는 당선권 내인 비례대표 순번 3번을 받게 될 것이라고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선출위원회는 밝혔다.
전날 확정된 민주당의 청년비례대표 후보는 김광진(31) 전 민족문제연구소 전남동부지부 사무국장과 안상현(29) 전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 연구원, 장하나(35) 제주도당 대외협력특별위원장, 정은혜(29) 민주정책연구원 인턴 등 4명이며 이중 최다 득표자인 김광진 후보는 청년 몫의 민주당 최고위원으로도 선임된다.
▲12일 통합진보당의 청년비례대표 후보로 최종 확정된 김재연(31) 전 한대련 집행위원장. ⓒ통합진보당 |
심사 공정성 관련 잡음 끊이지 않아
2012년 총선 및 대선의 키워드로 부각되고 있는 '2030 세대'의 표심을 노린 이같은 프로젝트는 사상 초유의 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없지 않다. 당장 민주당에서 20대 국회의원 2명 배출이 사실상 확정됐다.
그러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선발자들의 면면을 놓고 볼 때 '젊다'는 것 외에 기존의 민주당 및 통합진보당의 노선에 변화를 요구할 수 있는 인물들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통합진보당의 김재연 후보는 한국외대 총학생회장,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집행위원장 등을 지낸 이력이 있으며 통합진보당 내 주류인 구 민노당계와 가까운 성향이다.
민주당에서도 당선자 4명 중 2명이 민주당 및 관련기관 출신이며 1등으로 당선된 김광진 후보 역시 시민통합당 출신이다. 반면 '불온서적 헌법소원 사건'으로 국방부로부터 파면 결정을 받았던 군법무관 출신 박지웅 변호사는 최종 투표에서 탈락했고,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등의 국면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투표까지 가기도 전인 2차 면접에서 떨어졌다. 중학교 상담전문교사 출신인 성나경 후보도 고배를 마셨다.
임태훈 소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심사 과정에 대해 "떨어진 사람이 무슨 할 말이 있겠나"라고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청년비례대표 선발을 공개선발로 전환하겠다는 결정에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큰 실험에 도전한 것에 대한 점수는 90점이지만 '과정'에는 50점도 못 준다"고 혹평했다.
임 소장은 "선거인단 등록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인터넷을 활용한 생중계 등의 전략이 있었어야 한다"면서 "(선거인단에) 1만8000명이 등록해 1045표를 받은 사람이 최고위원이 된 것은 창피한 일"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민주당이 통합진보당보다도 오히려 선거인단 수가 적었던 '흥행 참패'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서도 "대표성 시비"가 있을 수 있다면서 "안 그래도 청년 대표가 '거수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이같은 걱정이 배가된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민주당 청년비례대표 선발 1, 2차에서 탈락한 후보자들 가운데에서도 이같은 심사 결과에 불만을 제기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1차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후보 4명은 심사의 공정성 결여를 이유로 지난달 서울 남부지법에 경선 무효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박지웅 변호사 등 일부 탈락자들도 민주당의 선발 과정에서 빚어진 이같은 논란과 관련해 "문제가 많다"며 걱정했다.
'나가수'식 선발, 정당 기능 아웃소싱?
<88만원 세대>의 공저자인 박권일 <자음과모음 R> 편집위원은 "생물학적 나이를 가지고 이런 식의 서바이벌 오디션 형태로 비례대표를 뽑는 형식 자체가 너무 식상한 방식"이라며 "주변의 20~30대들도 민주당이나 통합진보당이 (청년비례대표를) 뽑는 것을 보면서 냉소적이었다"고 전했다.
박 위원은 청년 세대의 당사자 운동이 실패한 원인이 세대 내부의 균열을 도외시했기 때문인데도, 두 야당은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나이브한 접근"을 했다고 비판했다. 선발 방식과 관련해서도 "시류에 영합하는 형태, 또는 언론의 말초적 관심을 끌고 보자는 식이어서 아쉬움이 크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그는 "청년 비례대표를 뽑으려 하는 의도 자체는 선하지만, 의도만을 따지기에는 시간이 너무 지났다"면서 2007~08년에 이미 나왔던 얘기들만 반복할 게 아니라 △정치에 참여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청년세대 내부의 계급·계층·성별(genger)적 차이들을 고려해야 하며, △대학 진학을 하지 않은 '블루칼라' 청년들 등 "시야 밖에 있는" 문제들에도 섬세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윤형 <미디어스> 기자는 청년비례대표 선출이 "아웃소싱의 형식이 됐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한 기자는 "정당 내에서 정책을 만들고 인물을 발굴해야 하는데 개인이 정책을 만들어 와서 자기들끼리 경쟁해 올라오게 하는 방식은 정당의 역할을 외부에 전가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기자는 "당 내에서 인력을 키울 수 있는 고민이 있어야 청년들이 1회적으로 선출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정당 자체에 참여해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방송 이벤트 형식을 따라가 의례적인 이벤트가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청년층 반응도 엇갈려…"걔들이 뭘 할수 있을까?"
최종 선발된 후보들이 '2030세대' 유권자들의 처지를 대변해줄 수 있는 인물들인지에 대한 젊은 층의 반응도 엇갈린다. '아무래도 나이가 젊은 만큼 윗세대 정치인들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기대도 있는 반면 회의론도 있다.
대학생 배정훈(26) 씨는 "웃겼다"고 했다. 배 씨는 "정치가 '트렌디'한 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억지로 트렌디를 만들려 한게 아닌가"하는 생각이라며 "경쟁이라는 방식의 문제에 생각해 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2030세대들의 '경쟁' 사회에 대한 반감이 전해지는 듯했다. 배 씨는 "조직 표를 동원해 하는 것 밖에 안 되는 것은 아닌지, 2030세대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뽑힌 것인지 모르겠다"고 불신감을 내비쳤다.
일부 20대 유권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 등을 통해 '기성세대는 정치 신인이라도 서류 제출, 면접 과정만 거치는데 청년들은 심사위원 앞에서 재롱을 부려보라는 것이냐'고 냉소를 보내기도 했다. 최종 결과는 선거인단 투표로 이뤄지지만 투표까지 갈 최종 후보들을 걸러낸 것은 당직자들이라는 점을 빗댄 것이다.
6년차 회사원 이주연(29) 씨는 "그들(청년 후보들)이 정치판을 완전히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유권자로서 크게 기대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씨는 "'운동권'들이 그리로 들어가는 게 신선한 일은 아닌 것 같다"며 "차라리 새누리당이 이준석, 손수조 씨를 영입한 것은 신선한 면이 있었지만 (그 역시) '들어가서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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