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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눈치보는 오바마, 정상회담서도 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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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눈치보는 오바마, 정상회담서도 수세

[분석] "이란의 핵능력, 평화적이라도 용납 못해"

이란이 올해 여름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이란을 공격할 것이라는 설이 무성한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상회담이 5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난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만이다. 지난 번 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팔레스타인에게 영토를 양보하라는 등 이스라엘에 충격을 주는 제안으로 두 사람은 냉랭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도 두 사람은 겉으로는 화기애애한 모습이었지만, 내용에서는 상당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알자지라>는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행동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면서 "양 정상은 공개 발언에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이어진 비공개 회담에서 네타냐후는 미국이 이란에 대해 보다 공격적인 입장을 취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이 '스스로, 독자적으로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밝힌 반면, 오바마는 외교적 해법을 위한 '창구'가 여전히 있다고 맞서 이란을 둘러싸고 양국간의 갈등이 부각됐다"고 전했다.
▲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회담을 갖고 있다. 하지만 양 정상의 입장은 상당히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
네타냐후 "이란 문제에 대한 우리의 선택, 우리가 결정한다"

특히 네타냐후는 외교적 해법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이스라엘은 이란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와 관련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유대국가를 세운 목적이 바로 유대민족이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힘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어디까지나 외교적 해결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때문에 오바마는 "미국은 안보에 관한 한 이스라엘을 언제나 지지할 것"이라면서도 "우리 모두 외교적 해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군사적 행동으로 치러야할 대가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히려 대선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에게 정치적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전날 이스라엘 로비단체인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례총회에 참석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들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 역력했다.

AIPAC은 미국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의 풀뿌리 정치단체로 자금력과 조직력으로 미국 정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AIPAC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당선된 경우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AIPAC 연례 총회에는 미국의 하원의원 3분의 1, 상원의원 절반 정도가 참석하고, 대통령은 물론이고 대선이 있는 해에는 대선후보들이 모두 참석하는 자리다. 올해는 미 대선과 이란 핵문제가 겹쳐 AIPAC는 총 3억 달러(약 3360억 원)의 로비자금을 만들어 이스라엘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의회 로비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이때문인지 올해 AIPAC 총회에는 통상적으로 1만 여명이 모이는 예년에 비해 5000명이 더 많아진 역대 최대 규모이며,이스라엘에서도 총리는 물론, 올해는 시몬 페레스 대통령까지 직접 연설에 나서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오바마, AIPAC에서 발언 수위 높여

이번 AIPAC에서 페레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를 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분명히 밝혀왔듯이 미국과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무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발언의 수위를 높여 AIPAC의 반발을 무마하려고 애썼다.

네타냐후 총리도 비공개 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란의 '레드라인(금지선)을 어느 정도로 설정할 지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자리라>에 따르면, 네타냐후 정권과 AIPAC 지도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에 대해 공격할 금지선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원하고 있으며 특히 AIPAC은 이번 총회에서 이스라엘이 원하는 이란에 대한 금지선에 대해 '핵무기 개발 능력을 갖는 것조차 용납할 수 없다"고 묘사한 유인물을 배포하고 있다.

이란이 주장하듯 이란의 핵프로그램이 평화적이라고 해도 언제든지 핵무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발전한 단계가 된다면 이스라엘로서는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중대 사태라는 것이다.

<알자리라>는 "AIPAC의 입장은 네타냐후의 이너서클의 상당수가 공유하는 것으로, 이란의 핵프로그램이 어느 수준에 도달하는 즉시, 이란의 지도부가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란에 대해 공격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입장은 지난 1월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장(DNI)이 의회 청문회에서 "이란은 아직 핵폭탄을 만들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증언한 것을 무색케 하는 것이다.

IAEA, "이란의 핵활동, 평화적이라고 보장 못해"

또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의 핵프로그램에 대해 처음으로 공개 경고를 하고 나섰다. 아마노 유키야 IAEA 사무총장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35개국으로 구성된 IAEA 이사진들과 비공개회의 갖고 "이란의 핵프로그램이 군사적으로 전환될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IAEA는 이란 내부에 공개되지 않은 핵물질과 핵 활동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으며, 그래서 이란의 모든 핵 물질은 평화적 목적에 이용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는 "아마노 사무총장이 서방권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문제에 대해 우려를 증폭시킨, 이란의 우라늄 농축 작업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최근 오바마가 이란에 대한 군사적 행동이 최후의 수단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면서 "또한 이란에 대한 정책은 봉쇄가 아니라 저지라는 점을 분명히 해 이스라엘에 화답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의 공세, 이란의 이슬람 보수파 득세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핵무기 개발에 착수하는 것도 아닌 단계에서 '핵 능력'만 가졌다고 공격을 하는 것은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화당 대선주자들은 오바마가 '외교안보에 유약한 대통령'이라면서 공세를 펴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공화당 대선후보인 밋 롬니는 AIPAC 총회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들은 직후 "오바마가 다시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란은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이란의 정계도 외교적 해법보다는 힘의 대결을 강조하는 보수강경파가 득세하면서 돌발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실시된 이란 총선에서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지지 세력인 이슬람 보수파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진영인 신보수파 후보들에 압승을 거둬 차기 의회에서 상대적으로 협상에도 비중을 둬온 아마디네자드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됐다.

<알자지라>는 이슬람 보수파가 전체의석 290석 중 많게는 75%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란 핵문제의 평화적 해법을 주창해온 중동의 저명한 이란 전문가이자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교수인 데이비드 메나시리는 "아마디네자드는 미국과 협상을 시도하는 등 서방을 끌어들이려 한 반면 하메네이는 대화조차 하지 않는 강경파"라면서 외교적 해법이 좌초될 것을 우려했다.

<뉴욕타임스>도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일종의 선명성 경쟁이 벌어져 평화적인 외교적 수단이 효과를 발휘할 때까지 기다릴 인내심을 잃게 되는 상황을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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