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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민주화와 팔레스타인 독립은 역사의 흐름"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중동 최근 취재 <3> 압바스 대변인 인터뷰

바람이 새차게 불고 비가 오락가락 하다 진눈깨비마저 내리는 궂은 아침, 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라말라로 향했다. 예루살렘 북쪽에 자리잡은 라말라는 버스로 40분, 서울로 치면 북쪽의 의정부쯤에 있는 거리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가 자리잡고 있기에 팔레스타인의 정치 중심 도시라 말할 수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 마음속에는 언젠가 팔레스타인에 독립국가가 들어선다면 동예루살렘이 수도여야 한다고 믿는다. 라말라는 어디까지나 자치정부의 수도로 말하자면 임시방편인 셈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유대인들 마음속에는 예루살렘은 나눠가질 수 없는 도시이기에, 지금 이 시각에도 분쟁의 씨앗이 자라는 중이다.

▲ 이스라엘의 식민지 억압통치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시위. 멀리 새로 건설중인 이스라엘 정착촌이 모습이 보인다. ⓒ김재명

아라파트가 잠든 땅, 무카타

라말라 시내 중심부에서 조금 북쪽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가 있다. 현지 아랍 사람들은 그 청사를 '무카타'라고 일컫는다. 그곳 한쪽에는 지난 2004년 원인을 알기 어려운 괴질에 걸려 프랑스 육군병원으로 갔다가 눈을 감은 야세르 아라파트(1929~2004,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통령)의 무덤이 있다. 1960년대부터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이끌며 이스라엘에 맞서 투쟁을 벌여왔던 아라파트는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을 맺고 그에 따라 3년 뒤(1996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출범시켰던 인물이다.

그는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을 통해 '이스라엘이 원하는 평화를 주고 팔레스타인이 바라는 땅을 얻는다'는 이른바 '땅과 평화의 교환원칙'이라는 현실 노선을 받아들였지만, 팔레스타인 강경파인 하마스로부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식민통치를 인정하고 완전 독립이 아닌, 부분적인 자치에 만족했다. 너무 타협적이다"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그 나름으로는 이스라엘과의 투쟁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인티파다(봉기)가 일어난 2000년부터는 이스라엘군의 포위로 무카타에 갇혀 매우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이스라엘군은 무카타를 포위해 아라파트의 바깥 외출을 막았고, 이스라엘군 탱크는 아라파트의 집무실이 있는 본부 청사만 빼고 무카타 부속건물들을 포격해 무너뜨렸다.

▲ 팔레스타인 독립투쟁의 핵심인물인 야세르 아라파트가 잠든 무카타 묘소 ⓒ김재명
2002년과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무카타를 방문해 아라파트를 만났을 때, 그는 햇볕을 쬐지 못해 얼굴이 하얗게 보였다. 그래도 그는 "지금 베를린 장벽이 어디있냐?"며 1989년에 무너졌던 베를린장벽을 상기시키면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 안쪽을 파고들며 세우는 분리장벽(이스라엘의 용어로는 '보안장벽')이 언젠가는 무너질 것이란 낙관론을 폈다. 아라파트의 무덤 앞에서 한국식으로 두 번 큰절을 올리며 그가 평생 꿈꾸었던 팔레스타인 독립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기원했다.

압바스와 인사만 나누다

아라파트의 묘소와 바로 잇닿은 무카타 본청사로 발길을 옮겼다. 보안검색을 거치고 비서실로 들어갔다. 아라파트의 후계자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통령 자리를 이어받은 마흐무드 압바스를 인터뷰할 수 있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서였다. 그러나 압바스는 생전의 아라파트와 마찬가지로 외국 언론과의 본격적인 단독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그랬다. 집무실에 들어가 짧은 인사말을 나누고는 사진 몇 장을 찍는 정도로 그쳐야 했다.

그리고는 압바스의 측근들을 몇 사람 만나 얘기를 들었다. 그 가운데 한사람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변인인 가산 카티브(58). 그의 공식직함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직속 미디어 센터 소장. 라말라 그의 집무실에서 마주 앉았다. 그와는 지난 2000년 9월말 동예루살렘 알 아크사 이슬람사원에서 이스라엘 보안경찰과 팔레스타인 군중들이 충돌해 이른바 제2차 인티파다가 일어난 뒤로 세 번째 만남이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노동부 장관(2002년)과 계획부 장관(2005~6년)을 역임한 바 있는 카티브는 그의 현직함이 말해주듯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입'이다. 라말라는 방문하는 대부분의 외신기자들은 카티브에게서 지금의 중동상황을 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시각을 물어본다.

카티브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식인들이 인터넷으로 서로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고 대화의 공간을 여는 <비터레몬>(www.bitterlemons.org)의 공동 편집자이기도 하다. 그의 입장은 팔레스타인의 양대 정치세력 가운데 강경파인 하마스와는 달리 온건파인 파타), 그리고 그 지도자인 무하마드 압바스(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한다. 따라서 하마스에 비판적이다. 다음은 주고받은 대화 요약.

▲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변인 가산 카티브. 뒤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전현직 대통령의 얼굴이 보인다. ⓒ김재명
"하마스와 손잡고 5월 총선 준비중"

- 하마스는 압바스 대통령이 대이스라엘 투쟁에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하는데

"압바스 대통령은 하마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강경파들로부터 '아라파트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에 타협적'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그를 지지하는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숫자도 또한 적지 않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에 대해 강경투쟁을 고집하는 하마스의 노선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이스라엘의 강공책을 불러일으킴으로써)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압바스 대통령과 우리는 그런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각을 아우르면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에 비판적인 국제사회와 함께 이스라엘의 지배를 하루라도 빨리 끝장내는 길을 찾고 있다."

현재 팔레스타인은 양분 상태다. 지난 2006년 총선에서 하마스가 제1당으로 승리한 뒤 하마스는 파타와 연립정부를 수립하고 가자 지구의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에 올랐었다. 그러나 하마스 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압력과 압바스 자치정부 대통령의 비협조로 2007년 하마스 내각이 무너졌다. 그 바로 뒤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무력으로 장악하면서 지금까지 파타는 서안지구를, 하마스는 가자를 통치해 왔다.

- 지난해 가을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때 팔레스타인 회원국 가입을 위해 애쓸 때 하마스와 함께 손을 잡는 모습을 보였는데

"서로의 투쟁 방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이스라엘이란 공동의 적에 맞서 투쟁한다는 점에서 하마스는 동지다.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위해, 유엔의 정식 회원국이 되기 위해서 서로 힘을 합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지닌 미국의 반대로 정식 회원국이 되지는 못했지만, 유네스코 회원국 자리를 얻은 데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하마스냐 파타냐의 정파를 떠나 힘을 하나로 모아 노력한 결과로 여긴다."

팔레스타인은 지금 중요한 정치 일정인 5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지난 2월 7일 파타 지도자인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통령과 시리아에 망명중인 하마스 지도자 칼레드 마샤알이 카타르 도하에서 만나, 올해 5월 총선을 준비할 단일 임시정부 구성안에 전격 합의했었다.

- 이스라엘은 파타가 하마스와 손을 잡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왔다. 지금 팔레스타인 정치일정으로는 파타와 하마스가 함께 임시정부를 구성하고 5월 총선을 치르기로 합의했는데, 그 총선이 제대로 치러질 것으로 보는가?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반대한다 하더라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자주적인 정치 행사를 막을 권리는 없다. 미국도 중동 민주화를 말하면서 우리가 민주적으로 치르는 총선을 반대할 명분은 약하다. 5월 총선을 통해 그동안 나뉘어졌던 팔레스타인은 하나가 될 것이다. 이스라엘이 이를 방해하고 막아선다면, 우리는 단호하게 맞서면서 다시금 국제사회의 비판여론과 도움을 호소할 것이다."


▲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통령 마흐무드 압바스 ⓒ김재명
미국과 아랍국들, 팔레스타인 문제에 소홀

- 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전망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고 걱정한다. 지금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은 어느 정도인가.

"평화협상은 갈수록 전망이 흐려지니 답답하다.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을 인정하지 않고 평화협정의 정신을 오래 전부터 무시해왔다. 장기적으로는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중동평화의 길은 거의 막혀있는 상황이다."

- 미국이나 주변 아랍국들은 지금의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긴장 상황을 해소하는데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가.

"미국은 중요한 정치 일정, 즉 대선을 연말에 앞두고 있고, 주변 아랍국들도 지난해 봄부터 불어닥친 민주화 바람으로 각기 국내정치 이슈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난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 보인다. 극우 강경파가 장악한 이스라엘 정부는 그런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지난해 초만 해도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눈치를 보던 유대인 정착촌 확장 등을 마음 놓고 밀어붙이는 것 같다."

하마스 지도자, 시리아 떠나다

- 2011년 봄부터 일어난 아랍권의 정치변화, 그리고 최근 시리아에서의 유혈사태를 어떻게 보는가.

"민주화는 이슬람권 시민들의 정치적 욕구에서 1순위로 꼽혀왔다. 중동에서의 정치변혁은 바로 역사의 발전을 말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민주화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 팔레스타인 독립도 역사의 큰 흐름인 것과 마찬가지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더 이상의 학살을 그쳐야 한다. 그동안 바샤르의 비호 아래 (이스라엘의 압박을 피해) 다마스쿠스에 정치망명해 있던 하마스 지도자 칼레드 마샬이 카타르로 근거지를 옮겨간 것도 시리아의 민심이 무엇을 원하는 가를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 지금 이스라엘과 이란은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를 긴장 상태다. 이스라엘 강경파들은 이란의 핵위협에 맞서 공습을 하겠다는 말을 거침없이 하는데

"이란이 실제로 핵개발을 하는지, 한다 해도 성공할지 모르겠으나, 내가 보기에 이란 강경파 정치인들은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없애겠다는 투의 말로 위협하는데 이는 오히려 이스라엘 강경파들을 돕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안보 위협을 강조함으로써,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협상을 통해 중동평화의 길을 찾기보다는 팔레스타인 불법점령을 합리화하려는 속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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