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문화부 관리 자바드 샤마다리는 "미국이 이란 문화에 고개를 숙였다"면서 "아카데미상 심사위원들은 전쟁을 충동질하는 시오니스트들과는 다르게 행동했다"고 주장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이란 국영방송도 수상 장면을 반복해 내보내며 선전했다.
그러나 정작 이 영화는 현 이란 정권에 반대하는 개혁세력에서 폭넓은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다. 정치적 주제를 직접 건드리지는 않지만 이란 중산층 지식인들이 마주한 일상의 모순을 생생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지식인들에게는 이 영화를 보는 것이 정권에 대한 저항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이란 정치범 50명이 수상 소식에 환영 성명을 낸 것도 그때문이었다.
영화의 여주인공 씨민은 여성에 대한 억압이 없는 곳에서 딸을 키우려고 이란을 떠나고 싶어하지만 남편인 나데르는 병든 아버지 때문에 반대한다. 그렇게 시작된 이 부부의 이혼 문제는 이란 전통의 종교·윤리적 가치와 충돌한다. 나데르의 아버지를 간호하기 위해 여성 간호사를 고용하는 문제도 이란 사회의 특성 때문에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일부 강경 보수파들은 정권의 공식 환영 입장에도 불만을 내비쳤다. 한 보수 성향 영화 감독은 "(영화의 수상은) 이란에 대한 미국 음모의 연장선에 있다"고 주장했다.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이란의 아쉬가르 파하르디 감독(가운데)이 남우주연상을 받은 프랑스 배우 장 뒤자르댕과 함께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사르코지 "'아티스트' 5관왕은 프랑스 영화정책 덕분" 자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자국 영화 <아티스트>가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 등 5개 상을 받은데 대해 "영화산업 지원정책의 성공"이라고 자화자찬했다. 제1야당인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선 후보도 "(영화계에) 힘을 불어넣는 특별한 재정지원 덕분"이라며 사르코지의 말에 화답했다.
프랑스 영화 산업은 매년 세수와 방송사 투자금 등으로부터 10억 유로(약 1조50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받고 있다. 세금 혜택도 있다. 지난해에만 207편의 영화가 제작됐고 관객 점유율도 41%에 달했다.
미국의 스크린쿼터 축소 요구로 논란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도 영화산업 개방은 이처럼 첨예한 이슈다.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은 25일 FTA 반대 집회에서 '146일에서 73일로의 스크린쿼터 축소는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 내용과 충돌한다'고 주장했었다.
메릴 스트립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철의 여인>도 논란을 이어갔다. 보수당 출신인 마가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연기한 스트립이 민주당 지지자이기 때문. 대처 전 총리는 신자유주의를 도입해 민영화와 대규모 해고사태를 빚은 장본인으로, 영국 시민사회 일부는 '대처의 장례식 또한 국장으로 치르지 말고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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