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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포퓰리즘? 번지수가 틀렸다"

[미래연 주간논평]

최근 정치권과 정부 사이에 이른바 복지 포퓰리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정치권의 복지공약을 모두 이행하려면 향후 5년간 최대 340조원이 소요된다고 주장하면서 이대로 가면 복지예산의 증가속도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 되어 재정파탄이 온다고 경고하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재경부에 태스크포스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지난 2월 22일 취임 4주년 특별회견에서 이른바 포퓰리즘에 맞서 기존의 정책기조를 굳건히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정부의 과잉대응을 맹비난하면서 성장 위주의 정책으로 인해 양극화가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치권이 내놓은 복지강화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747 정책처럼 현실성 없는 정책이 발표되었을 때는 아무런 비판도 없었던 재경부가 유독 복지정책 강화에 대해서만 포퓰리즘이라는 잣대를 갖다 대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정치권의 공약에 대해 정부가 정치적 개입을 하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포퓰리즘이란 원래 이데올로기 혹은 정치철학적 용어로서 "보통사람들의 요구와 바람을 대변하려는 정치사상 혹은 활동"(캠브리지사전)으로 정의된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대중주의' 혹은 '민중주의' 쯤으로 직역되는 말로서 정치지도층을 비롯한 엘리트들이 대중의 요구와 바람을 따른다는 의미이며 이는 결코 부정적으로 볼 수 없는 말이다. 현대 포퓰리즘의 기원이 되었다는 미국 인민당의 정책을 보더라도 누진소득세, 상원의원 직선제, 교통ㆍ통신산업에 대한 정부 규제, 독점기업 간의 담합 금지 등 오늘날에 와서 보면 지극히 당연한 내용들이었으며 이는 대부분 나중에 미국 민주당의 정책으로 흡수되기도 하였다.

포퓰리즘이란 용어가 결정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를 띠게 된 것은 아르헨티나의 페론 정권을 비롯한 남미 국가들이 지나친 복지지출로 인해 채무불이행 사태를 가져온 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미국 MIT 대학의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아르헨티나의 채무불이행 사태가 포퓰리즘으로 인해 초래되었다는 시각은 잘못이며 오히려 메넴 대통령 정부에 의한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아르헨티나를 경제위기로 몰고 간 주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복지정책 강화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들을 정도인가? OECD에 의하면 2005년 현재 한국의 사회지출(복지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3%로서 전체 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로 낮은 비율이며 OECD 평균 23.4%에 비하면 4할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한다. 특히 민간지출을 제외한 공공지출의 경우에는 6.9%로서 OECD 꼴찌 수준이며 OECD 평균 수준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칠레, 터키, 멕시코 등 우리보다 경제수준이 훨씬 떨어지는 나라들도 한국보다 더 많은 복지지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말해 한국은 복지후진국인 것이다.

심각한 양극화와 청년 실업, 그리고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의 증가 등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 복지지출을 늘리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적인 것이며 우리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지출인 것이다. 상대방의 정책에 대한 합리적인 논쟁이나 검증 없이 '포퓰리즘'이란 딱지를 부쳐 비판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무분별한 선동정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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