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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갑작스런 이산가족 상봉 제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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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갑작스런 이산가족 상봉 제의 속내는?

[기자의 눈] 북미 대화 발표일 맞춰…총선용 이벤트?

정부가 '3월 봄 이산가족 상봉'을 목표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14일 북측에 제의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 통해 '20일 개성이나 문산에서 실무접촉을 하자'는 내용의 통보문을 대한적십자사 명의로 북측 조선적십자회에 보냈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준비에는 2개월가량이 소요되어 3월 상봉은 비현실적이다. 또 3월은 대규모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실시되는 시기여서 남북간 어떤 회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같은 점으로 미뤄볼 때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추진은 총선용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제안이 북미 3차 고위급 회담 발표에 맞춰 이뤄진 것으로 볼 때 '북한과 미국은 만나는데 한국은 뭐하느냐'는 비판을 피해보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유중근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제의를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성사되고 나아가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을 포함한 남북 간 인도적 현안을 협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북측 적십자회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봄에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과 뜻을 담아서 보냈고 이뤄지길 바란다"면서 "3월 봄에 상봉이 이뤄졌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을 선제적으로 제안해야 한다는 요구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이에 정부는 '여건만 성숙되면 못할 것 없다'는 태도였지만, 실제로는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에서 "북측이 상봉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제일 중요한 여건"이라고 말했다. 남측은 이미 준비가 됐고, 문제는 북측이라는 얘기였다.

그로부터 사흘 후인 지난 10일 북한은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통일부의 이산가족 교류 촉진 발언에 대해 "민심을 오도하기 위한 기만술책"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상봉확대와 교류촉진을 논하고 '상봉여건'이 어쩌니저쩌니하는 것이야말로 발을 묶어놓고 뜀뛰기하겠다는 격"이라며 남북 교류를 묶어 놓은 5.24 조치부터 풀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북한의 태도가 이처럼 완강하고, 김정일 사망 당시의 조문 문제로 인해 남측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흐름으로 볼 때 류우익 장관이 말한 '북측의 여건'은 마련되지 않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뜸 비현실적인 3월 상봉을 제안한 것은 국내정치적 고려가 더 크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이나 대북 식량지원 같은 인도주의적 사안에는 정치적인 고려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 실무접촉 제안에서 알 수 있듯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와 인도주의적 사안을 철저히 국내정치적인 필요에 이용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이산가족 상봉은 2009년 9월과 2010년 10~11월 단 두 차례만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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