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와 파타는 6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마련된 합의에 따라 파타의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임시정부의 총리로 선출했다. 압바스 수반과 하마스 지도자 칼레드 마샤알은 이날 카타르 국왕의 중재 하에 이같은 내용의 '도하 선언'에 서명했다.
압바스는 양측 모두 정치적 통합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자평했고, 마샤알은 "국민들을 단합시켜 (이스라엘의) 지배에 저항하는 노력을 기울이기 위해 묵은 상처를 치유하는데 (양측이)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날 합의에 따라 압바스 수반은 총리직을 수행하며 웨스트뱅크와 가자 등 팔레스타인 전역에 걸쳐 "총선 및 대선으로의 원활한 전환"을 준비하게 된다. 새 임시정부는 '독립적 기술 관료'들로 구성되며 가자지구의 재건설을 감독할 책임도 진다.
파타의 아잠 알아마드 대변인은 "우리는 조속한 선거 실시의 중요성에 공감했다"면서 "선거를 늦추는 어떤 장애물도 제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팔레스타인 관리는 오는 18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팔레스타인 내 모든 정치 세력들이 모이는 별도의 대화가 열릴 것이라면서 정확한 선거 일자는 이 모임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AFP> 통신에 말했다.
하마스와 파타는 지난해 4월 단일 정부를 수립한다는 원칙에 합의했으나 대화 과정에서 묵은 감정을 드러내거나 임시 내각의 인적 구성 문제를 놓고 날카롭게 대립하기도 했다.압바스는 당초 살람 파야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를 임시 총리로 세우자고 제안했으나 하마스는 이를 거부했고, 이에 따라 압바스와 마샤알 간 대화가 이어져 오다가 결국 압바스를 총리로 하는 안에 합의했다.
지난 2006년 하마스의 압승으로 끝난 총선 이후 하마스와 파타는 연정을 수립했으나 압바스가 내각을 전격 해산하면서 하마스 출신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가 쫓겨나고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무력으로 장악하면서 2007년 6월 '분단'이 시작됐다. 이후 파타는 웨스트뱅크를, 하마스는 가자를 통치해 왔다.
▲파타 측의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임시정부 수반(왼쪽)과 칼레드 마샤알 하마스 최고지도자는 6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압바스 수반을 총리로 하는 단일 임시정부 구성안에 서명했다. ⓒ로이터=뉴시스 |
이스라엘 "압바스는 양자택일해야"
이스라엘은 파타스와 하마스 간의 역사적 합의가 이뤄진 불과 몇 시간 뒤 이를 거세게 비난했다. 하마스는 '테러리스트 단체'로 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식 입장이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포함된 어떤 정부와도 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 새 과도정부 구성에 대한 합의가 계속 진행된다면 이스라엘과의 평화 협상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그는 압바스 수반에게 "하마스와의 평화냐 이스라엘과의 평화냐 택일해야 할 것"이라며 "하마스와 평화는 함께 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압바스 수반이 '도하 선언'을 추진한 것은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이 지지부진한데 대한 좌절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은 하지만 압바스 수반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을 포기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팔레스타인의 통합과 이스라엘과의 협상이라는 투 트랙은 "상호배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져선 안된다"고 말했다고 마틴 네시르키 유엔 대변인이 밝혔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어떤 팔레스타인 정부이건 간에 명확히 비폭력 노선을 선언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반면 유럽연합(EU)은 팔레스타인의 화합과 선거는 최종적으로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을 이루는데 중요한 단계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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