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6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미국 대사관을 폐쇄했다. 로버트 포드 대사를 비롯한 18명의 미국 외교관들은 시리아에서 철수해 요르단에 도착했다. 사실상의 외교관계 단절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바사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알아사드의 퇴진은) 과연 일어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언제' 일어나는가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 리비아 사태 때와는 달리 군사행동을 앞세우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외부의 군사 개입에 의지하지 않고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 일(협상을 통한 해결)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도 "시리아 사태의 올바른 해법은 정치적 해법"이라면서 "어떤 옵션도 테이블 아래로 내려놓지 않았지만 우리의 초점은 외교·경제 등 수단을 사용해 민주적 전환이 일어나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사 행동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겠지만 외교를 통한 해결을 우선 선호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전날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시리아 반정부 세력 지원을 위한 국제 연대를 제안한 바 있다. 클린턴 장관은 '자유 시리아의 친구'들이 단결해 시리아 국민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누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3월 리비아 사태 때 서방 주요국과 유엔, 아랍연맹, 아프리카연합 등 국제기구 대표들이 모여 결성한 '리비아 연락 그룹'을 떠올리게 하는 주장이다.
클린턴 장관은 "안보리가 무력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이젠 유엔 밖에서의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면서 15개 이사국 중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13개국이 "정치적 개입 절차"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영국도 사이먼 콜리스 주 시리아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이같은 서방의 반응에 대해 러시아도 응수에 나섰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같은 날 "국제사회가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다"며 자신들에 대한 비난을 "일부 서방 국가의 목소리"로 규정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서방이 시리아 폭력 사태에 대해 "한 쪽 입장에서만" 보고 있다면서 이는 "부당하다"(indecent)라고 비난했다.
라브로프는 "성내는 사람 치고 정당한 경우가 없다"면서 안보리 표결은 자신과 미하일 프라드코프 러시아 해외정보국(SVR) 국장이 다마스쿠스에서 알아사드를 면담한 이후로 미뤄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시리아 현지 상황은?…홈스 현장의 <BBC> 기자 "숨을 곳이 없다"
시리아 현지에서는 죽음의 행렬이 이어졌다. 외신과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은 탱크와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반정부 세력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 특히 시리아 중서부의 홈스에는 맹렬한 공격이 가해졌다.
영국 <BBC> 방송은 지난 며칠 간 공격이 계속됐으며 정부군은 박격포 등을 동원한 포격을 가했다고 6일 홈스 현지에서 전했다. 홈스에 대한 외신 기자의 방문 취재가 이뤄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부 반정부 세력은 정부군의 포격에 대해 자동화기로 응사하기도 했으나 이는 헛된 시도였을 뿐이었다고 방송은 전했다.
또 시리아 반정부 단체인 시리아국가위원회(SNC)는 정부군이 탱크를 앞세워 홈스를 포위한 채 로켓포 공격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BBC>도 현지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로켓포 공격이 이뤄졌음을 확인했다.
한 현지 목격자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날 히루에만 300발 이상의 로켓이 날아들었다며 "안전한 곳은 없다. 지금 이 장소에도 로켓 포탄이 날아들 수 있다"고 두려움을 표시했다.
영국 런던에 소재한 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이번 공격으로 홈스에서만 최소 42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현지 활동가들은 <AFP> 통신에 이날 시리아 전역에서 최소 66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지난 4일 촬영된 홈스의 시가지 모습. 불에 탄 장갑차량과 건물들이 보인다. ⓒ로이터=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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