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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이 겨냥한 타깃 둘 중에 하나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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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이 겨냥한 타깃 둘 중에 하나만 남았다"

[월러스틴의 '논평'] 파키스탄 잡았고 이제는…

빈라덴의 덫 : 하나는 성공했고, 하나가 남았다
(The Bin Laden Trap: One Down, One to Go)

9.11 테러 직후였던 2001년 10월 나는 이렇게 썼었다.

"파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정권은 서방 친화적이며 근대화하고 있는 엘리트들과, 극단적인 보수주의자들이면서 대중적으로는 인기를 얻고 있는 이슬람 기득권이란 양대 세력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양국의 정권은 이러한 조합의 면모를 그때그때 바꿔가며 국민들을 현혹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정권의 안정성을 유지해왔다. 정책과 공식적인 발표가 모호했기 때문에 그게 가능했다."

"미국은 지금 모호하지 않게 말하고 있다. 미국은 분명 승리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우디와 파키스탄 정권은 그들의 대중적 기반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됐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빈 라덴의 계획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의 자살 공격은 미국이 그 덫에 걸리도록 유도해왔다."

▲ 사우디 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 ⓒ로이터=뉴시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빈 라덴은 파키스탄에서 그 뜻을 이뤘다. 파키스탄이 모호한 태도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은 더 이상 지정학적으로 미국의 이익에 맞게 움직일 수 없음을 뜻하는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가 됐다! 파키스탄은 미국과 거리를 두게 됐고, 아프가니스탄이나 다른 지역에서 미국이 강력히 반대하는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빈 라덴의 덫이 파키스탄에서는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사우디다.

사우디는 어떤가? 최근 사우디가 지난 70년 보다 미국으로부터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파키스탄처럼 미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지는 않아 왔다. 가까운 미래에는 어떨까? 미국과의 관계를 단절할 수 있다고 본다.

사우디 정권의 다양한 내부적 딜레마를 보라. 상위 10%의 부자들은 국가의 '근대화'가 필요하다고 강력히 요구해오고 있다. 여성 고용과 여성 운전을 허용하라는 등 여성과 관련된 문제에서 가장 뚜렷이 드러난다. 그러나 여권 신장 요구는 [사우디 정권의 기초가 되고 있는 이슬람 전통주의] 와하비즘의 속박을 풀어야 한다는 광범위한 요구를 볼 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압둘라 국왕은 그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쪽으로 꾸준히, 그러나 매우 조심스럽게 움직이면서 종교적 기득권 세력의 반감을 더 사고 있다. 기득권 세력은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근대화하고 있는' 엘리트들에게는 다른 불만도 있다. 사우디 정부는 70~80대에 의해 운영되는 노인정치 체제다. 사우디 정권은 이상한 권력 승계 시스템의 측면에서 구(舊) 소비에트 체제와 다소 유사하다. 투표를 통한 후계 결정과 유사한 어떤 것이 있지만, 단지 십여(dozen) 명만 참여하는 투표다. 50~60대들에게 실권이 주어질 가능성은 없지는 않지만 매우 희박하다. 그러한 '젊은이들'의 숫자가 상당히 늘어났고, 그들은 지금 조급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런 상황이 최고위층 엘리트 내부의 심각한 균열로 이어질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있다.

사우디 정권은 국민들에 대해 일종의 복지국가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의 모든 나라와 마찬가지로 수입과 부의 격차는 커지고 있다. 부의 재분배를 조금 개선시킬 때도 가끔 있지만, 그것은 하위 계층을 달래기보다 더 많은 요구를 하도록 자극하기만 할 것이다. 중간 및 하위 계층은 (놀랍고 놀랍게도!) 아랍의 봄에서 터져나온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를 제창하고 있다.

그리고 시아파 소수집단이 있다. 시아파는 인구의 10% 정도 밖에 안 되지만, 사우디에서 석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 남동부 지역에 살고 있어서 전략적으로 의미가 더 크고 더 중요하다. 사우디의 시아파들은 왜 수니파 다수의 중동 국가들 중에서 자신들의 종교적 정체성을 추구할 수 없는 유일한 시아파가 되어야 하는가?

사우디 정권은 지정학적으로도 이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려는 시도를 계속 해오고 있다. 사우디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비타협적인 태도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그러나 사우디는 이러한 이슈들에 대한 실제적인 접근에 있어서는, 결론적으로 말해 상당히 온건한 태도를 취해오고 있다. 태도를 갑자기 바꿈으로써 발생할 결과를 두려워한다. 그리고 사우디는 미국의 중동 정책이란 것이 미국의 국내적인 필요와 이스라엘에 대한 끝없는 헌신에 의해 너무 많이 좌우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우디는 또 이스라엘에 대해 매우 '정당히'(reasonable) 해왔다. 사우디는 자신들의 그러한 적당한 태도가 이스라엘이나 미국에 의해 충분히 보상받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우디는 이제는 아마도 훨씬 더 공공연한 방식으로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 하마스를 도울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사우디는 이스라엘 정부의 정책에서 '적당한' 어떤 것을 보지 못하고 있고, 그러한 정책이 조만간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전혀 하지 못한다.

이 모든 것들은 사우디 정권이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사우디가 이 지역에서 미국의 든든한 동맹국이 되는 걸 가능케 했던 그 '모호성'을 계속 유지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것도 분명 아니다.

빈 라덴이 놓은 덫, 파키스탄에서는 이미 성공했는데 사우디에서는 아직 안 된 건가?

* <월러스틴의 '논평'>은 세계체제론의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매달 1일과 15일 발표하는 국제문제 칼럼을 전문번역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글을 배급하는 <에이전스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월러스틴 교수의 칼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2월 1일 논평 원문보기)

* 저작권 관련 알림: 이 글의 저작권은 이매뉴얼 월러스틴에게 있으며, 배포권은 <에이전스 글로벌>에 있습니다. 번역과 비영리사이트 게재 등에 필요한 권리와 승인을 받으려면 rights@agenceglobal.com으로 연락하십시오. 승인을 받으면 다운로드하거나 전자 문서로 전달하거나 이메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단 글을 수정해서는 안 되며 저작권 표시를 해야 합니다. 저자의 연락처는 immanuel.wallerstein@yale.edu입니다. 월러스틴은 매월 2회 발행되는 논평을 통해 당대의 국제 문제를 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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