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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노숙인 연쇄살인범, 잡고 보니…

연초 총기난사 이어 흉기 연쇄살인…'전쟁 후유증' 심각

미 캘리포니아주(州)에서 일어난 노숙인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이라크전 참전병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초 이라크전 제대군인 벤자민 컬턴 반스의 총기난사극에 이어 발생한 일이어서 미국 사회에 또 한번 충격을 던지고 있다.

<LA타임스> 등의 16일(현지시간) 보도에 의하면 노숙인 4명에 대한 연쇄살인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 이츠코아틀 오캄포(23)는 지난 2006년 미 해병대에 입대해 2008년부터 이라크전에 투입됐다가 지난해 제대한 인물이다.

오캄포는 지난 13일 노숙자 존 베리(64)가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한 식당 밖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직후 현장에서 9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오캄포가 베리를 살해했다는 정황과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오캄포는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살인 사건에 대한 혐의도 받고 있다. 오렌지카운티 일대에서는 지난달 20일 노숙자 패트릭 맥길리브레이(53)이 숨진 채 발견된데 이어 28일 로이드 미다우(42), 30일에는 파울루스 스미트(52)가 같은 수법으로 살해돼 경찰이 비상근무에 돌입해 있었다.

▲미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일대에서 발생한 노숙자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 이츠코아틀 오캄포의 군복 차림 사진이 현역 시절 패용했던 인식표(군번줄) 및 미 해병대 군복과 함께 놓여 있다. ⓒAP=연합뉴스

전쟁이 남긴 상처

가족과 주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오캄포는 이라크전에서 돌아온 뒤 훨씬 '어두운' 인물이 됐다. 오캄포의 아버지 레퓨지오(49)는 아들에 대해 '사람이 변했다'고 말했다. 오캄포의 고교 동창생도 "학교 다닐 때 정말 조용했던 친구가 이라크에서 돌아온 뒤 딴 사람이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레퓨지오는 아들이 민간인으로서의 삶에 적응하려고 고군분투했지만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은 과거에는 뭔가를 하려는 의지와 욕망이 있었지만 군 제대 이후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면서 "세상이 곧 끝날 거라는 둥 부조리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AP>에 말했다.

특히 지난해 같은 동네 친구인 클라우디오 파티노(22, 사망 당시)가 아프간 헬만드 주에서 전사했다는 소식이 오캄포에게 상당한 충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오캄포의 동생 믹스코아틀(17)은 "그 소식을 들은 후 형은 전과 같지 않았다"라며 오캄포가 친구의 묘를 1주일에 2회씩이나 찾았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동생 등은 모두 그가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상태에 있었다면서 손 떨림과 두통 등의 증상을 보였다고 증언했다. 아버지는 오캄포가 병원 치료를 받은 것이 도움이 되는 듯 했으나 술을 입에 대면서부터는 그마저 효과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오캄포는 상당한 폭음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버지는 "오캄포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면서 "많이, 지나치게 많이 마셨다"고 말했다. 그는 제대 이후 이렇다 할 직업 없이 컴퓨터 게임 등으로 시간을 보냈으며 가족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으라는 권유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인 가족의 '아메리칸 드림'

오캄포의 아버지 레퓨지오 또한 노숙자 신세라는 점도 관심을 모은다. 오캄포 가족의 삶은 '실패한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이다. 2006년 고교를 졸업한 오캄포가 대학 진학 대신 군대를 선택한 것도 어려운 경제적 상황 등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캄포의 가족은 1988년 미국으로 이민했다. 아버지 레퓨지오는 <AP> 통신에 자신은 멕시코에서 변호사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으며 이민 후 미국 시민권도 취득했다. 레퓨지오는 캘리포니아에서 창고 관리인 일을 하면서 주택도 구입하는 등 이민에 성공하는듯 했다.

그러나 레퓨지오는 몇 년 전부터 직장을 잃으면서 예금도 바닥났고 이혼에 이어 노숙자 신세로 전락했다. 하지만 그는 자식들과 거의 매일 만나고 이혼한 아내도 주차장의 트럭에서 생활하는 그에게 음식을 해다 주기도 하는 등 친근한 가족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오캄포도 체포되기 전날 아버지를 찾아와 희생자 중 한 명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런 노숙자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데, 아버지도 몸 조심하시라'고 걱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아버지는 그런 말을 한 자신의 아들이 범인일 리가 있냐면서 "만약 아들이 실제로 그런 일을 저질렀다면 물론 그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뭔가 착오가 있을 것이다"라고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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