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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 아이들, 군대 가선 가혹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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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 아이들, 군대 가선 가혹 행위"

후임병 입 벌리고 침 뱉기도…전문가들 "군 인권법 제정 시급"

최근 학교에서 학생들 간의 집단 따돌림 및 폭력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군내에서 발생하는 가혹행위 또한 이같은 성장기의 경험과 무관치 않다는 견해가 제시됐다.

과거 국방부 인권과에서 법무관으로 근무했던 성주목 변호사(법무법인 '다임')는 16일 "군의 인권침해적인 문화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반인권적인 군 간부나 지휘권에 의해 만들어졌겠지만 이를 계속해서 유지시키는 것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 교육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성 변호사는 이날 군인권센터 등이 공동 주최한 '올바른 군인권법 제정과 국방옴부즈만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서 최근 자신이 수임한 사건에서 가혹행위를 저지른 가해자들과 접견한 경험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성 변호사는 자신이 맡은 사건에 대해 '영내 부조리의 종합선물세트'라면서 "성폭행은 기본으로 들어가고, 가혹행위라는 부분에 있어서 정도가 굉장히 심했다. 입을 벌리라고 한 뒤 침을 뱉는다든지, 주스를 10~12캔 정도 토할 때까지 먹인다든지 하는 심각하고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드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피고인들(가해자들)이 거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전우들에게 미안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피고인들은 '학교에서도 그런 적이 있었다', '군에 입대할 때부터 선임병들도 그래 왔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토론회 발표자로 나선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학생 인권과 교권, 그리고 군인 인권과 지휘권을 대립시키고 인권보다 교권 또는 지휘권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동일한 구조의 주장이 던져지고 있다"고 학교와 군대의 유사성을 지적했다.

오 교수는 이런 상황에 대해 "입헌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당연히 폐기됐어야 할 특별권력관계에 군인과 학생, 교사가 묶여 있다"고 평했다. 그는 "군대와 학교는 인권의 사각지대를 넘어 헌법의 사각지대"라며 "군의 특수성에 대한 헌법의 우위를 확보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학교는 군대와 함께 식민주의적 잔재가 매우 강하게 남아 있는 곳"이라면서 "교육의 영역은 그나마 진보 교육감의 등장으로 지방교육자치 차원에서 학생 인권에 대한 고민이 진행 중이지만 군에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하던 인권개선 정책이 중단됐다"고 비판했다.

▲순찰중인 국군 장병들 (자료사진. 사진 속 인물 및 부대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이명박 정부 들어 군 내에서 '영장 없는 구금' 증가세"

오동석 교수는 이런 맥락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 인권과 민주주의가 전반적으로 한참 후퇴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른 참가자의 발표에서도 이같은 사례가 제시됐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이경환 변호사는 "2008년 이후 3년 연속 징계 입창자(영창에 구금된 자)가 증가했다"면서 "입창자의 숫자는 2005년 1만482명에서 2006년 인권담당 군법무관 제도 도입 이후 2007년 9347명으로 감소했으나, 2008년 이후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2010년 1만1781명으로 크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법원의 영장 없이 구금이 이뤄지는 영창 제도의 경우, 위헌성이 문제돼 폐지가 논의되기도 했으나 국방부의 강력한 반대가 있어 인권담당 군법무관 제도 신설을 조건으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면서 "영장주의의 예외에 해당하는 입창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열악한 군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군 외부로부터 폭넓은 비판과 반대 의견을 수용해 '군인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참가자들 사이에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군인권법은 지난 2007년 정부 입법안으로 제출됐으나 2008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된 후 제정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법무법인 '창조'의 김희수 변호사는 "군은 전체주의적 가치를 강하게 가지고 있다"면서 "군인권법 제정은 민관 합동기구에 의해 처음부터 법률조문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군이 앞장서서 성문을 열면 새로운 군대와 새로운 리더십이 보일 것"이라며 "시행령과 시행규칙도 마찬가지로 민간인의 참여하에 제정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른 참가자들도 "군인권법의 핵심인 국회 소속의 옴부즈만(감시인) 내지 국방감독관 제도를 반드시 신설해야 한다"며 새로운 제도적 대안 마련을 주문했다. 전 고등군사법원장을 역임한 최재석 변호사는 "현행 군인복무규율상 모호하고 포괄적으로 군인의 권리를 제한하고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보다 명확하고 제한적으로 정제한 내용을 담는 군인권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폐렴 훈련병 사망 같은 의료 사고, 해법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특히 최근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는 지난해 4월 군 의료기관의 초기 진단 미숙으로 인한 훈련병의 폐렴 사망 사례 등을 언급하며 군 내에서는 적절한 진료를 받을 권리 등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되지 않고 있는데도 별다른 해결 노력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임 소장은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강화하지 않는 한 의료 사고는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외부적으로 의회 산하에 만들어진 국가 인권기관이 (개선 과정을) 통제해야만 문제점들을 잘 지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군내 인권 개선을 위한 과제로는 입창 폐지 외에 군사법원의 폐지 등도 언급됐다. 오동석 교수는 "평시에는 군사법원을 폐지해 군인 및 군무원에 대한 재판도 일반법원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 판사 출신인 이경환 변호사도 "군 검찰관과 군 판사는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축적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다"면서 "지휘관들에 의한 재판 개입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군사법원의 문제를 지적했다.

오 교수는 "필요하다면 '혁신학교'처럼 후방 부대 하나를 인권친화적으로 시범운영해 보는 '혁신부대'와 같은 실험들을 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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