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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에 비친 해병대와 한국 '군사문화'의 현주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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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에 비친 해병대와 한국 '군사문화'의 현주소는?

IHT "연이은 사고로 해병대 자부심 무너져"

지난 4일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과 잇달아 일어난 자살로 해병대 내의 구타‧가혹행위에 대한 염려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외신도 한국의 병영문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잘못된 병영문화와 한국에 만연한 군사주의적 문화의 연관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자매지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29일 해병대 민항기 오인사격 사건과 총기사고, 해병대 병사와 부사관의 자살 등 최근 발생한 사고들을 소개하며 "이런 에피소드들은 한국의 65만 강군이 직면한 문제를 두드러지게 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신문은 "한국 해병대는 오직 자원자들만으로 구성돼 군 내에서 '엘리트적' 지위를 뽐내고 있었다"며 '아무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는 해병대 구호를 소개한 뒤 "하지만 최근의 사고로 해병대의 자부심과 한국군의 전반적 기강은 불편한 조사의 대상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징집된 사병들이 한 방에서 공동생활하는 한국의 병영에서는 위계질서가 엄격하게, 종종 가혹할 정도로 강요되고 있다면서 특히 계급이 아니라 2주에 한 기씩 충원되는 '기수'에 의해 서열이 매겨지는 해병대에서 이런 경향이 더 심각하다고 전했다.

신문은 지난 14일 군인권센터가 발표한 조사 결과를 인용해, 해병대 내에서 불에 달군 숟가락이나 담뱃불로 몸을 지지고 벌레를 먹이거나 상급자들 앞에서 자위행위를 강요하는 등의 행위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보기) 또 신문은 가장 공포스러운 처벌로 꼽히는 것은 '기수열외'라며 이는 종종 '밀고자들'을 대상으로 가해진다고 전했다.

또 지난 2009년부터 이달 3월까지 해병대 소속 2개 부대에서 발생한 943건의 고막 손상과 갈비뼈 골절 등이 구타로 인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국방부의 국회 보고 자료 내용도 함께 전해졌다.

신문은 지난 3월 해병대 내에 구타와 가혹행위가 널리 퍼져 있고 하급자들은 이를 '해병대의 전통'으로 감내하도록 강요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비판과 '병영문화개선에 관한한 해병대는 타군보다 10년 뒤처져 있다'는 유낙준 해병대사령관의 발언도 함께 소개했다.

▲ 최근의 사고를 계기로 지난 22일 해병대 1사단은 중대장 이상 지휘관과 소대장, 분대장, 병 계급별 대표 등 1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밝은 병영문화 만들기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뉴시스

예비역 해병 "나약한 젊은이들이 문제"

신문은 이명박 대통령이 병영문화의 획기적 개선을 지시하고 국방부가 구타‧가혹행위 근절 및 병사 상호간의 '명령과 복종' 관행을 퇴치한다는 개혁안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병대 예비역 등 일부에서는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2008년 전역한 26세의 한 예비역 해병은 "모든 해병 자원자들은 해병을 해병답게 하는, 즉 강하게 만드는 구타 등을 참아내야 함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역시 해병 전역자인 김 모(51) 씨는 "해병대는 상위 기수를 신처럼 따른다. 이는 전시에 쏟아지는 총탄을 뚫고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며 "병영문화 개선은 해병대의 정신을 죽이고 해병대원을 계집애 같은 사내(sissies)로 만들려는 것으로, 이러한 조치에 기뻐할 사람은 김정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신문은 또한 병영문화를 둘러싼 한국 내의 세대차이도 전했다. 군 장비 등이 열악했던 과거에는 가혹한 처벌이 좀더 일반적인 현상이었고 널리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김 씨는 "나약한 젊은이들"을 비난하면서 "우리가 맞았던 것처럼 맞는다면 젊은이들은 전부 자살할 것"이라고 신문에 말했다.

신문은 "김 씨가 복무를 수행할 당시에는 군 내의 일은 군 내에서만 남아 있었고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21개월의 군복무를 더 이상 '신성한 의무'로 여기지 않고 민간인으로서의 삶과 사회 경력에 대한 불편한 간섭으로 여기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이 열악한 처우에 대해 군대에 항의하고 있다면서 "부유하고 힘있는 사람들이 때때로 수상쩍은 이유로 병역을 기피한다는 보도들은 그들의 분노에 불을 붙인다"고 꼬집었다.

'너 군대 안갔다왔냐?' 질문에 담긴 뜻

한국 사회의 군사문화 또한 지적됐다. 신문은 병영문화 개선이 군 생활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 폭넓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군대식 문화'는 오랫동안 한국 사회를 추동하고 때로는 병들게 한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고 전했다.

신문은 "직장인 남성 거의 모두가 군 전역자이기 때문에 명령에 질문을 하지 않고, 상급자를 존경하며, 조직을 우선시하는 경향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진다"며 이는 한국인들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향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에게 동료들은 종종 "너 군대 안 갔다 왔냐?"라고 묻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문은 군사문화는 개인의 독창성을 억압하고 부패를 조장하며 학교‧가정에서 신체적 폭력을 용인하도록 하는 원인으로 비판받아 왔다면서, "군 복무를 통해 한국의 남성들은 불합리성을 참아내도록 배운다"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한편 신문은 해병대 예비역들의 문화에 관심을 보이며 "오늘날까지도 해병대 예비역들은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만약 두 명의 해병대 예비역들이 만난다면, 그들은 재빨리 기수를 따져 관계를 확립하고 하급자가 '충성!'이라고 깍듯이 경례한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거의 모든 도시에 전우회가 있다. 이런 강한 조직문화는 많은 해병 지원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인"이라면서도, 가혹행위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매력 때문에 해병대를 선택한 것이 결과적 비극으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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