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12일 펴낸 <한반도리포트 2011/2012>에서 북한의 '경제 강국' 전망에 대해 논하면서 이같은 관점을 제시했다. <한반도리포트>는 외교안보 관련 사안 및 국제정세에 대한 지난해의 평가와 올해의 전망을 담은 보고서로 올해로 2회째 발간됐다.
양문수 교수는 특히 북한의 식량배급 정상화 가능성에 대해 "정상적 배급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몇 달 만에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며 목표 달성 가능성을 낮게 보았다.
양 교수는 지난해 북한 경제의 성과에 대해 "식량, 전력, 평양 10만호 주택건설 등 3가지에 집중한 것으로 보였지만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듯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의 대중무역 의존도 심화, 교역량 급증, 황금평·위화도, 나선 경제무역지대 착공식 개최 등 북중경협이 강화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또 "포스트 김정일 체제에서 개혁개방은 피해갈 수 없는 과제"라면서도 "단기간 내 본격적으로 개혁개방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새 세기 산업혁명'과 '지식경제강국'이 주요 성과로 선전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김정일의 혁명유산이자 김정은의 대표적 업적이라는 점이 강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강성대국의 정의는 애매하고 추상적이며 북한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구호"라고 비판하면서도 그 정치적인 역할은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분석했다. 즉 "강성대국 구호를 내걸어 '고난의 행군' 기간을 마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함으로서 21세기의 첫 10여년을 그럭저럭 버티려는 것"이 북한의 목표였다면, "이를 달성하는 것으로 강성대국 구호가 의미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류 교수는 올해 '강성대국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현실을 고려할 때 "(북한은) 4월 이후 미사일 시험발사, 3차 핵실험 등을 감행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군사강국임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강성대국 진입을 방해하는 책동이 벌어지고 있음'을 인민들에게 환기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류 교수는 향후 북미 대화가 잘 진행된다면 6자회담 재개를 통한 국제적 식량지원을 통해 주민들에게 일정한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고 봤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12일 펴낸 <한반도 리포트>에서 올해 북한이 내부 결속 강화를 위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실험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정은 체제'의 안착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사진은 북한 <노동신문>에 실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례식 장면. 이 사진에는 김일성(뒤편 건물 초상화)-김정일-김정은 3대의 모습이 모두 나와 있어 흥미롭다. |
"2012년 남북관계, 진전 가능성 희박"
올해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잘 된다 한들 한계가 있다'는 비관적 관측들이 주를 이뤘다. 보고서를 펴낸 극동문제연구소의 이수훈 소장은 남북 양측 모두 내부 사정을 감안할 때 다소 위험한 상황이 예견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소장은 특히 "12월 대선은 남북관계에 변화를 초래할수 있는 중요한 정치일정"이라면서 "북한이 안고 있는 김정은 시스템의 공고화라는 과제와 남한 보수정부의 정권재창출이라는 과제가 괴이한 조합을 만들 때 2012년의 한반도 정세는 어떤 나쁜 시나리오도 설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에 대해 "김정은 후계지도 시스템은 당분간 안정적으로 작동할 것으로 예견된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경제 문제의 해결과 대외관계의 우호화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이루지 못하는 한 상당한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좀 더 비관적인 전망은 김근식 경남대 교수에게서 나왔다. 김 교수는 류우익 통일부 장관의 '유연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대북정책은 대통령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의 완고한 인식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면서 교착국면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 또한 남북 모두 각자의 내부 사정으로 인해 남북관계에서 뭔가를 해 보려 하기에는 부담이 있다면서 "위기 고조는 회피하되 남북관계의 진정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북핵 6자회담 진전은?
하지만 6자회담 프로세스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 전망에 대해서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2011년은 북핵 대화에 의미있는 반전이 있었다"고 평가하고 구체적인 사례로 남북 간, 북미 간 각각 두 차례 개최된 비핵화 대화를 들었다.
양 교수는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그간 방치해 온 북핵 관련 대화가 시작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진전"이라며 이로 인해 6자회담 재개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의 전망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북핵 관리가 필요하며, 이 관리는 대화와 지원을 통한 상황 악화 방지가 핵심"이라면서 "제3차 북미 비핵화 회담을 개최해 'UEP(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잠정 중단을 포함한 사전조치 이행→대북지원 재개→6자회담 재개' 순으로 합의를 이룰 경우 북핵 문제 논의는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 부분을 정리한 박병인 경남대 교수는 "2011년은 중국의 거침없는 질주에 대응해 미국이 동아시아를 향한 '선회전략'의 시동을 건 한 해"였다고 평가하고, 올해도 미국의 중국 견제가 계속된다면 미중관계 갈등이 심화될 수 있고 특히 해양 및 영토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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