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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단의 환율정책' 스위스 중앙은행장, 환투기 의혹으로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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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단의 환율정책' 스위스 중앙은행장, 환투기 의혹으로 사퇴

정책 발표전 부인 달러 대량 매입, '이해상충' 논란 극복 못해

지난해 9월 6일 유로존 위기가 고조되면서 유로 대비 스위스 프랑의 가치가 치솟자 '1유로=1.2프랑'으로 고정하는 특단의 환율 정책을 단행해 세계를 놀라게 한 스위스 중앙은행장이 당시 이 정책을 이용한 부인의 환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9일 사임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필립 힐데브란트(49) 스위스 중앙은행(SNB) 총재가 부인의 환투기 의혹과 관련해 알려진 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이메일들이 폭로되면서 결국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 40대에 중앙은행 총재 자리에 올라 지난해 9월 강력한 환율정책을 단행했던 힐데브란트가 이 정책과 관련한 부인의 환투기 의혹으로 9일 사퇴했다. ⓒAP=연합
달러 매입과 관련해 논의한 면담 기록, 이메일 공개

힐데브란트는 고정환율 정책이 발표되기 3주 전 부인이 달러 가치 상승을 예상해 50만 달러를 매입하고, 고정환율 정책 발표로 달러 대비 프랑화의 가치가 급락한 10월에 달러를 매각해 6만7000프랑(약 8000만 원) 정도의 차익을 올린 거래와 관련해, 지난 주까지만 해도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8월15일 자로 된 '면담기록'에서 힐데브란트와 거래한 투자매니저 펠릭스 쇼버는 "달러 매입을 늘릴 것인지 그와 논의했으며, 그는 부인에게 결정을 맡기자고 했다"고 썼다. 쇼버는 이런 내용을 정리한 힐데브란트 부부에게 보낸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힐데브란드는 쇼버에게 보낸 8월16일자의 이메일에서 "달러 거래에 대한 언급이 있어 놀랐다. 어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지 않느냐"고 썼다. 이에 대한 답장에서 쇼버는 "나는 당신이 '부인이 달러 매입을 늘리길 원한다면, 나도 좋다'는 말도 한 것을 기억하는데, 무슨 얘기냐"고 반박했다.

국민적 분노로 의회 청문회 임박하자 사임

이런 문서로 인해 의혹이 더 커지자 힐데브란트는 "집사람이 나도 모르게 외환 거래를 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확실한 증거를 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이 거래에 실수가 있었다"고 물러섰다.

부인 카샤 힐데브란트도 성명을 내고 "내가 달러를 매입한 것이 남편과 관련해 '이해상충'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환율 정책 당사자인 중앙은행장 부부가 관련됐다는 이번 환투기 의혹은 국민적 분노를 일으켜 10일 의회 청문회가 예정돼 있었다.

두 사람은 뉴욕의 한 헤지펀드에서 함께 일하다가 만난 사이로 힐데브란트는 2003년 중앙은행에 들어가 2010년 초 중앙은행 총재까지 됐지만 1년만에 물러나게 됐다. 또한 G20의 국제금융규제기구 금융안정위원회(SNB) 부위원장 자리에서도 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힐데브란트는 끝까지 자신이 부인의 외환거래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스위스 의회의 다수당인 극우주의 성향의 스위스국민당과 환투기 의혹을 처음 제기한 크리스토프 블로허 당수의 정치적 기획에 당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국민당은 힐데브란트의 환율 정책을 반대해 왔으며, 연방 법무장관 출신인 블로허 당수는 힐데브란트 부부가 거래한 은행 내부 관계자의 제보를 받아 환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스위스 중앙은행은 앞으로 임원들은 2만 프랑이 넘는 거래에 대해 보고를 의무화하고, 계좌 내역도 외부 감사를 받도록 했으며, 토머스 조던 부총재가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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