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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헤지펀드, 스위스 고정환율제 공격 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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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헤지펀드, 스위스 고정환율제 공격 태세"

"유로존 위기에 非유로 선진국들 휘청"

지난 6일 스위스 중앙은행(SNB)이 자국의 화폐 프랑의 환율을 유로 대비 1.2 프랑의 고정환율로 유지하기 위해 유로화를 '무한 매입'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거래일로 1주일째인 13일까지 유로=1.2 프랑 수준의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SNB의 고정환율제 발표는 유로 대비 프랑의 가치가 급등하면서 수출이 타격을 받고, 수입물가 급락으로 디플레이션 현상까지 일으켰기 때문에 취한 극단적 조치다.

유로 대비 프랑은 올해 들어 20%나 절상됐다. 유로화 가치가 유로존 부채위기로 계속 떨어지면서 투기성 자금들이 프랑을 안전자산이나 투기 대상으로 매입한 탓이 크다.

▲ 유로존 위기가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비유로존 선진국들의 통화가치를 교란시키고 있다. 우선적으로 타격을 받는 스위스는 결국 프랑의 환율을 유로에 고정시키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 ⓒAP=연합
하루에 GDP 6분의 1에 달하는 자금 투입 불사 선언

스위스 중앙은행은 이런 시장과 전쟁을 선언했다. 필요하다면 하루에 800억 유로라도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우리 돈으로 무려 120조원에 달한다. 스위스 국내총생산(GDP)가 4500억 유로(670조원) 정도라는 점에서 만일 800억 유로 씩 매일 유로를 사들인다면 1주일이 넘어서면 GDP를 넘어서는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것은 사실상 실행불가능하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이 점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SNB로서는 현실적으로 다른 방법도 없기 때문에 취한 극약처방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SNB는 그동안 시장에 적극 개입하면서 환율방어에 나섰지만 돈만 날렸다. 이제는 투기세력에 대해 스위스 정부가 공개적으로 극단적인 환율방어 의지를 천명하는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외환시장의 반응을 보면 SNB의 조치는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스위스 중앙은행이 패배의 쓴 맛을 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유로존 부채위기가 좀처럼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투기세력 "6개월 내에 1유로=1프랑 될 것"

스위스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지만, 유로 가치가 떨어질 게 뻔한 상황이 지속되는 한스위스 프랑은 스스로 거부하고 싶어도 안전자산으로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헤지펀드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역사적으로 고정환율을 지키기 위한 조치가 오래 지속된 경우가 없다"면서 "헤지펀드들은 스위스 중앙은행의 조치에 잠시 관망을 하고 있지만, 조만간 역공을 가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스위스 중앙은행이 고정환율제라는 극단적 수단을 들고 나왔는데도 1유로=1.2 프랑 수준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자금을 동원해 유로를 매입해서야 이 수준을 유지하는 부담이 실제로 적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이때문에 헤지펀드들은 스위스 중앙은행의 극단적 조치를 뒷받침할 스위스 정치권의 지지도 얼마 못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많은 투기꾼들이 향후 6개월 내에 스위스 프랑은 유로와의환율이 1=1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들은 스위스 중앙은행이 유로를 매입할 자금이 고갈되거나 정치적 지지가 약해질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헤지펀드 매니저 악셀 메르크는 "스위스 프랑을 매입할 계획이지만 몇 주 동안은 관망하고 난 뒤 실행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SNB의 조치에 대해 정치적 역풍이 강해지거나, SNB의 의지가 약화되는 신호가 포착되면, 프랑을 다시 매입할 것을 적극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SNB처럼 극단적인 환율 개입이 성공한 적은 거의 없다"면서 "유로존의 부채위기로 인해 투자자들은 스위스 프랑을 계속 매입하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SNB는 2009년과 2010년 환율 개입으로 막대한 손실을 본 뒤에 결국 개입을 포기한 바 있다.

프랑스 최대 은행 BNB파리바 계열로 220억 달러의 외환자금을 운용하는 오벌레이 자산운용 대표 헬리 도트포르는 일시적으로는 SNB의 개입이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본다. 기습적인 고정환율제 시행으로 프랑의 강세에 돈을 걸었던 펀드매니저들이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프랑에 베팅하기를 꺼려하게 됐다는 것이다.

도트포르처럼 예상하는 환율전문가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트포르 역시 프랑을 매도하는 것을 추천하지는 않는 입장이다. 유로존 부채위기로 인해 스위스에 투자자금이 몰리게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는 "시장은 SNB에 도전할 것이며, SNB의 조치가 성공적인지 시험해 볼 것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볼 때 고정환율제가 오래 지속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SNB가 무한정 프랑을 새로 찍어내고 유로를 사는 조치를 지속시킬 수 있다고 보는 쪽도 있다. 스웨덴의 헤지펀드 매너저 이로그 옐니크는 "1970년대에 환율방어를 위한 시장개입이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인플레 우려는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정반대로 순식간에 SNB가 두 손을 드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6개월 뒤에 유로를 팔고 프랑을 유로와 1대 1로 살 수 있는 '풋옵션'을 매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1992년 조지 소로스가 영국의 파운드화를 매도하고 달러를 매입해서 단숨에 거액의 차익을 거둘 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로화 위기 피해, 또다른 통화들로 번진다

'상품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더욱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SNB의 조치는 환율방어의 목적도 달성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스위스의 금융산업을 붕괴시킬 엄청난 실책이 될 것이라고 그는 경고했다.

지난 2003년의 일본의 사례처럼 SNB의 조치가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시 일본은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해 2003년 1월부터 2004년 3월까지 총 138회의 시장개입을 단행한 바 있다. 그 규모만 35조엔(약 486조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달러 대비 엔 환율은 한때 118엔에서 121엔까지 소폭 상승하는 정도에 불과했을 뿐 개입이 끝난 2004년 4월 환율은 오히려 정부의 개입 이전보다 더 낮은 104엔 수준으로 폭락했다.

결국 역사적 사례만 보면 고정환율을 방불케하는 정부의 강력한 시장 개입은 일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는 있어도 실패는 시간문제라는 것이 유력하게 보인다.

현재 스위스는 디플레이션 현상을 보이고 있어 통화증발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는 덜하다. 하지만 이것은 시장개입에 대한 시간을 벌어줄 수는 있어도 성공을 보장하는 조건은 못될 것이라는 경고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유로존 부채위기로 유로가 흔들리면서 피해를 보는 나라가 스위스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의 엔화뿐 아니라 우량한 비(非) 유로존 국가인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통화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선진국으로는 그동안 일본과 스위스에 국한됐던 환율 급락 현상이 다른 선진국으로 번져가고 있는 것이다. HSBC의 데이비드 블룸 환율 전략가는 "전 세계의 금리가 제로 수준인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이제 통화 약세를 목표로 환율 정책을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누구나 이길 수 있는 게임도, 계속 진행될 수 있는 게임도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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