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전 "방북단은 아침 8시 평양에서 조식을 한 후 김영남 위원장을 면담하고 출발할 예정"이라고 북측에서 알려왔다고 말했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한국의 국회 격에 해당하는 기구이며 김영남 위원장은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낮 1시40분경 보도를 통해 이를 확인했다. 통신은 "김영남 위원장은 27일 만수대의사당에서 (…) 이희호 여사 일행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일행을 만나 담화했다"며 "(조문단은) 깊은 애도의 뜻을 표시했고,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이 이행되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이를 위해 노력할 의사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방북단이 연이틀 북한의 '실세' 김정은과 '얼굴'인 김영남을 면담한 것은 북한이 남측 대표단에 대해 특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면담 내용 등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면이 이뤄진 자체만으로도 '민간 조문 외교'의 성과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남측 방북단의 조문 장면. ⓒ연합뉴스 |
북한이 남측 조문단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이들을 통해 남측에 일종의 메시지를 보내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들이 남측 방북단의 조문 관련 내용을 비중 있게 보도한 것은 그 방증이다.
전날 <조선중앙통신>이 이를 보도한데 이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자 1면에 통신의 기사를 사진과 함께 실었다. <조선중앙TV>도 이날 오전 10시경 남측 조문단이 김정은과 만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방영했다. 영상은 조문단이 조화를 전달하고 김정은이 이들의 손을 두 손으로 잡으며 인사말을 건네는 모습을 담았다.
화면 속의 김정은은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몇 마디 말을 건네자 허리를 숙여 귀를 입 가까이 대며 경청하는 등 깍듯한 예의를 보였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도 20초가량 대화를 나눴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남측 조문단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영상 속에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의 손을 두 손으로 잡고 허리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
방북단은 김영남 위원장 면담 등으로 인해 원래 일정보다 다소 늦게 평양을 출발해 개성공단 경유 후 오후 3시경 남측 지역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한편 북한이 선포한 애도 기간은 이날로 끝난다. 북한은 28일 김정일 위원장의 영결식을 치르고 29일에는 추모 대회를 연다.
영결식은 오전 10시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약 1시간 동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영구 행렬이 평양 시내를 한 바퀴 돌아 다시 금수산기념궁전으로 돌아오게 된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시신도 김일성 주석 때와 마찬가지로 영구보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결식 다음날에는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10만여 명이 참가하는 중앙추도대회가 열린다. 평양에서 이 대회가 열리는 동안 각 행정구역별로도 추도식이 열릴 예정이다. 추도대회가 거행되는 동안 평양과 각지에서는 조포(弔砲)를 쏘고 기관차와 선박들이 경적을 울리는 방식으로 조의를 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북한 주민들은 3분간 묵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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