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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프랑스에 양국관계 단절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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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프랑스에 양국관계 단절 선언

[분석]내년 佛대선 앞두고 아르메니아 학살 또 부각

터키가 프랑스에 대해 군사협력 등 양국관계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하원이 아르메니아 대학살 사건과 관련한 법안 초안을 압도적 다수로 가결한 것에 터키가 격렬하게 반발한 것이다.

프랑스는 지난 2001년 아르메니아 사건을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저지른 학살이라고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 공개석상에서 이런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면 1년 이하의 징역형과 4만 5000 유로의 벌금을 부과하는 초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만일 신속하게 상원과 의회위원회를 거친다면 내년초 시행된다.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프랑스 하원이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부정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법을 통과시키자 즉각 군사협력 등 양국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AP=연합

"사르코지가 내년 대선 위해 역사적 비극 이용하고 있다"

23일 프랑스 <AFP> 통신은 "전날 프랑스 하원이 1915년 아르메니아 학살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것을 불법으로 처벌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터키는 즉각 군사협력 관계를 단절하고, 양국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초래할 것이라고 '분노'의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인종주의와 차별, 외국인 혐오를 이용한 정치적 술수"라면서 프랑스 주재 터키 대사를 소환하고 외교적 방문을 불허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프랑스와 터키는 나토 동맹국이라는 점에서 군사협력 단절은 상당히 중대한 조치다.

에르도안 총리는 "프랑스가 터키의 영공이나 군사 기지를 이용하겠다고 요청해올 경우 사안별로 다룰 것이며, 터키의 항구에 프랑스의 군함이 입항하는 것은 전면 불허한다"고 밝혔다.

또한 에르도안 총리는 "지금 이 순간부터 터키는 프랑스와의 관계를 달리할 것이며, 터키 역사에 우리가 학살을 저질렀다는 일은 없다. 이런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프랑스와 터키의 재계는 연간 120억 유로에 달하는 양국 교역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가 내년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양국 경제위원회 회담을 거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아르메니아인 유권자들 "학살 부정하면 홀로코스트처럼 엄벌해야"

미국은 양국간의 갈등이 심상치 않자 신속하게 상호 자제해줄 것을 촉구했다. 미국의 중진 외교관은 익명을 전제로 "프랑스와 터키는 나토 동맹국이자 중요한 교역 파트너들로 양국간의 차이점을 해결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이 법이 시행되기 전에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상당 기간 양국 관계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6년에도 비슷한 법안이 추진돼 양국 군사협력이 중단된 바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위해 프랑스 내의 50만 여명의 아르메니아인 유권자들에게 영합하려고 이번 법안을 배후에서 주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르메니아인들은 대학살을 부정하는 행위를 홀로코스트처럼 엄벌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에르도안 총리는 "역사와 국민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역사적 사실을 악용하는 자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FP> 통신은 "사르코지 정부는 문제의 법안이 의원 입법이라고 강조하지만, 집권당 의원들이 주도하고 초안 가결에 참여한 의원들도 많지 않았다"면서 사르코지가 이런 비난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시사했다.

또한 이 통신은 "사르코지는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에 확고히 반대하는 입장이며, 아르메니안인 유권자들은 사르코지와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주요 지지층"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성명을 통해 "비극적 역사에 대해 아무리 명백히 거짓되고 공격적인 주장을 한다고 해도 이런 논쟁을 불법화하는 것은 양국 국민과 정부 사이에 이해증진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AP "상원에서 신속히 처리될 보장 없어"

아르메니아 학살은 제1차 세계대전 말기인 1915년에서 1916년 사이 전쟁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종교적, 인종적으로 다른 터키 내 아르메니아인들이 집단 사망한 사건으로 서방에서는 이 사건이 터키 정부에 의해 150만명이 넘게 죽은 조직적인 대량학살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터키는 오스만제국이 붕괴했을 때 서로 공격한 내전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은 것이며, 이 문제는 역사가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터키 측에서는 프랑스가 자신의 식민지였던 알제리에서 저지른 학살, 1994년 르완다 학살 사태에서 프랑스가 자유롭지 못한 점을 들어 반격하기도 한다.

미국의 <AP> 통신은 "지난 2006년에도 프랑스 하원은 비슷한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상원에 상정되기까지 5년이 걸렸으며, 결국 상원이 부결시켰다"면서 "이번 법안이 시행 단계까지 신속하게 진행되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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