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당국자는 20일 오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몽헌 회장 유족에 대해서는 북측 조문에 대한 답례로 방북 조문을 허용할 방침"이라며 방북 조문 대상을 '유족'으로 한정했다.
이 당국자는 "조문 방북 허용은 북측의 조문에 대한 답례 차원"임을 강조하며 "신청내용과 상관없이 허용 범위는 유족에 한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조문 의사를 밝힌 노무현재단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등의 방북 신청에 대해 사실상 불허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유족'들의 방북 조문의 경우에도 정당이나 시민사회 인사 등의 동행은 허용되지 않을 방침이다.
▲2009년 김대중 대통령 서거 당시 서울을 찾은 북한 조문단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보낸 조화. 왼쪽 두 번째가 김기남 노동당 비서다. ⓒ뉴시스 |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현대아산 측이 이날 오전 통일부를 방문해 현정은 회장 등 조문단을 보내겠다는 입장을 알려왔다고 전했다. 이희호 김대중평화재단 이사장 측에서는 아직 접수된 방북 신청이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당초 '수행원 동행도 안 되나'는 기자들의 질문에 "수행원은 유족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동행 불가 방침을 밝혔다가 급히 "기사나 비서 등 필수적으로 필요한 수행원의 경우"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동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정정하기도 했다.
고령인 이희호 이사장은 건강이 좋지 않아 의사가 동행할 수 없다면 사실상 방북이 불가능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통일부의 엄격한 기준에 대해 일종의 '상호주의'적 태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측에서 조문단을 보낸 경우에, 그것도 유족 본인에 한해서만 방북 조문을 허용하겠다는 것이기 때문.
이는 노무현재단 등의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 5월 23일은 북한의 2차 핵실험 불과 이틀 전인 만큼 이같은 남북관계 전반 사항에 대한 고려 없이 '북측에서 안 보냈으니 우리도 안 보낸다'고 하는 것이 국격에 맞냐는 지적도 예상된다.
한편 북측에 대한 조의문 전달과 관련해서는 아직 정부의 입장이 정해진 바 없다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다. 그는 "조전(弔電) 문제는 금일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협의되지 않았다"면서 "결정된 것이 없다"고만 말했다.
현재 노무현재단은 북측에 보낼 조의문을 이날 통일부에 전달했으며 '남북강원도교류협력협회'도 최문순 강원도지사 명의의 조의문을 보내겠다며 대북 접촉신청을 한 상태다. 정부 차원에서도 류우익 통일부 장관의 발표 외에 별도로 전통문이나 조전을 보낼 계획은 없다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