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몰상식한 캐나다" 교토의정서 탈퇴, 국제사회서 뭇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몰상식한 캐나다" 교토의정서 탈퇴, 국제사회서 뭇매

탈퇴 꾀하던 보수 정부 전격 탈퇴 선언…16조원 부담 회피 꼼수

국제 무대에서 캐나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합의가 이뤄진 직후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크리스티아나 피구에레스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13일(현지시간) "캐나다의 교토의정서 탈퇴에 유감을 표하며 특히 그 시점에 충격받았다"면서 "캐나다는 스스로와 미래 세대를 위해 국제적 노력을 이끌 도덕적 의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피구에레스 사무총장이 '시점에 충격받았다'고 언급한 것은 '더반 합의'가 나온 다음날인 12일 캐니다가 탈퇴 선언을 했음을 지적한다. 더반 회의에서는 그간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하며 온실가스 배출 규제 의무를 면제받아온 중국이 처음으로 감축에 동의하는 등 미약하나마 원칙적인 수준의 '성과'도 있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중국도 "상식을 벗어난" 결정이라며 캐나다를 비판했다. 류웨이민(劉爲民)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더반 회의에서 중요한 진전이 이뤄진 때에, 캐나다의 탈퇴는 국제 공동체의 노력에 반하는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의무를 면해 보려는 변명"에 불과하다고 몰아세웠다.

온실효과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 가장 민감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섬나라들은 더욱 격앙됐다. 남태평양 투발루에서 더반 회의에 참가한 이안 프라이 대표는 "투발루처럼 취약한 나라들에게 이는 미래에 대한 사보타지(파괴 행위)"를 의미한다며 "교토의정서 탈퇴는 분별없고 완전히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영연방(커먼웰스) 회원국인 캐나다에 '맹주' 영국도 질책을 보냈다. 영국 정부는 대변인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데 돈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치러야 하는 대가는 더 막대할 것"이라며 캐나다의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베르나르 발레로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은 "기후변화에 맞선 싸움에서 (이는) 나쁜 소식"이라고 평했고, 인도 정부 당국자들도 캐나다의 결정이 더반 회의의 성과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반에서 호소노 고시(細野豪志) 환경상을 통해 캐나다에 탈퇴하지 말 것을 권유했던 일본도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캐나다 국내 반응도 격렬하다. 캐나다 그린피스 활동가 마이크 휴데마는 "하퍼 정부는 사람들보다 환경파괴자들을 보호하는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고 캐나다 기후변화행동연대 활동가 한나 맥키넌은 "책임을 완전히 방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메일>은 칼럼을 통해 "캐나다는 세계를 상대로 약속을 해놓고 깨뜨렸다"며 "부끄러움 외에 다른 감정을 느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피터 켄트 캐나다 환경장관은 12일(현지시간) 수도 오타와에서 의회 연설을 통해 교토의정서 탈퇴를 공식 천명했다. ⓒ로이터=뉴시스

앞서 피터 켄트 캐나다 환경장관은 12일 "캐나다에게 교토의정서는 과거의 것"이라며 "우리는 교토의정서에서 공식 탈퇴하기 위한 법적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캐나다는 교토의정서에서 스스로 탈퇴한 첫 나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켄트 장관은 "(교토의정서는)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깎아내렸다. 켄트 장관이 설명한 캐나다의 탈퇴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과 중국은 책임을 안 지거나 거의 안 지고 있는데 왜 자신들만 책임을 져야 하냐는 것이다.

켄트는 교토의정서에 따른 캐나다의 부담액이 136억 달러(15조7200억 원)라면서 "캐나다의 한 가족 당 1600달러인 셈이다. 이것이 캐나다인들이 교토의정서에 지불해야 할 가격이며 이는 무능한 자유주의 정부의 유산"이라고 전 정권을 공격했다.

캐나다는 폴 마틴 총리가 이끄는 진보 성향 자유당 정부 시절 교토의정서에 서명했으나 2006년 1월 스티븐 하퍼 현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 협약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더반 회의를 앞둔 이달 초부터 캐나다 국내 언론에서는 교토의정서 탈퇴 가능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캐나다는 2012년까지 1990년대 수준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6% 감축했어야 하지만 최근 분석에 따르면 오히려 30%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에 풍부하게 묻혀 있는 석유를 함유한 모래, 이른바 '타르 샌드' 개발량이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타르 샌드'는 많은 온실 가스를 배출해 '가장 더러운 에너지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캐나다 온타리오에 위치한 퀸즈에너지환경정책연구소의 워렌 머비 연구원은 "캐나다 경제는 오일 샌드와 다른 에너지 상품에 대한 의존도가 어느 때보다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종적으로 우리의 (화석연료) 자원이 바닥나거나 세계가 더 이상 오일 샌드를 원치 않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며 "후자의 확률이 더 높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