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영국의 <BBC> 방송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지난달 28일 개막해 9일 오후(현지시각) 폐막될 예정이었던 제1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막판까지 이견이 대립해 아무런 합의가 없이 끝날 뻔 했다.
참가국들은 폐막 일정을 넘겨 36시간의 최후 협상을 11일 새벽까지 계속해 결국 '교토의정서 연장'에 합의했다.
▲ 더반 회의에서 그린피스 회원 등 환경운동가들이 실효성 있는 기후변화협약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교토의정서는 기후변화에 관한 유일한 국제협약으로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감축하도록 했으나 내년이 시한 만료였다. 만일 아무런 합의도 못했다면 기후변화협약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될 뻔한 것이다.
이번에 합의한 내용은 교토의정서를 적용하는 기한을 5년 또는 8년 연장하고 내년 카타르에서 열리는 다음 총회 때 연장 기한을 최종 확정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2015년까지 개발도상국까지 포함해 법적 강제성을 강화한 진일보한 새로운 협약을 마련해 2020년부터 발효시키기로 했다.
당초 새로운 협약에 법적 강제성을 부여하는 조항에 대해 인도가 강하게 반대했으나 '법적 결과'를 '법적 강제를 가진 결과'라는 애매한 문구로 완화해 참가국 전원 합의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2015년까지 실제로 법적 강제성이 부여된 실효성 있는 새로운 협약이 만들어질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온실가스 주요배출국 다 빠진 채 연장?
또한 새로운 협약을 대체한다는 조건으로 교토의정서를 연장하기로 한 합의 자체가 '기만적'이라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우선 새로운 협약이 발효되는 시기가 너무 늦기 때문이다. 9년 뒤인 2020년에 발표된다는 것은 그동안 국제사회가 기후변화에 대해 심각한 경고를 해온 것과 행동이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9년 코펜하겐 회의 때부터 '마지막으로 지구를 구할 기회'라며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강력한 협약을 마련할 것처럼 말들은 많았다. 하지만 이번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당사국 총회를 포함해 3년 연속 합의내용이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마나 새로운 협약은 선진국에만 제한됐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미국이나 그동안 면제됐던 개도국 등 모든 국가가 참여하게 된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교토의정서에 참여하지 않았던 미국, 중국, 인도 등에 이어 기존 참여국인 일본, 러시아, 캐나다도 2013년부터 교토의정서에서 사실상 탈퇴하기로 했다.
부속조항을 통해 일본, 러시아,캐나다는 2013년부터 의무감축국 대상에서 빠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가라앉는 나라 지원 기금 , 누가 어떻게?
이렇게 되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들이 모두 빠짐에 따라 교토의정서는 휴지조각이 됐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
이들 세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지 않는 교토의정서 연장은 의미가 없다며 총회 기간 동안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하겠다고 주장해왔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중국이 전체의 24%로 1위이고 미국(18%) 인도(6%) 러시아(5%) 일본(4%)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미국은 이미 2001년 교토의정서를 탈퇴했고 중국과 인도는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감축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일본, 러시아 등이 끊임없이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해 온 것이다.
2013년 이후 교토의정서에 따른 의무감축국은 선진국 중 유럽연합(EU) 국가들만 남게 됐다.
또한 1000억 달러에 달하는 '녹색기후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것도 이번 회의 의 주요 성과로 꼽힌다. 이 기금은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가라앉을 우려가 있는 작은 섬나라 등 기후변화로 직접적 타격을 입게 되는 국가들을 돕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1000억 달러에 달하는 재원을 마련할지에 대한 세부적 논의는 미뤄둔 상태로 이것 또한 실제로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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