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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미군 떠나라" 총공세에 대테러동맹 '벼랑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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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미군 떠나라" 총공세에 대테러동맹 '벼랑끝'

중국 봉쇄 나선 미국의 '아쉬운 입장' 활용해 압박 나서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군이 파키스탄 병사 24명을 오폭 사망케 한 사건이 미국-파키스탄 대레러 동맹을 벼랑끝으로 몰고 있다. 파키스탄은 자국 내 기지에 머물고 있는 미군의 철수를 공식 요청하는 등 총공세를 펴고 있다.

파키스탄군의 이시파크 나딤 군 작전사령관(소장)은 30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나토군의 자국군 초소 공습을 "의도적이고 노골적인 침략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사고 당시 나토군이 파키스탄군 초소를 공습하고 있다는 경보를 받았음에도 헬기 2~3대를 동원해 계속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나딤 소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나토 산하 국제안보지원군(ISAF)은 우리 군의 초소 위치 등 상세 정보를 이미 갖고 있었다"며 "공습을 가한 곳이 파키스탄군 초소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히나 라바니 카르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자국 내 샴시 공군기지에 있는 미군들에게 15일 내에 기지를 떠나라고 공식 통보했다. 파키스탄 일간 <돈>(Dawn)은 그가 29일 현지방송 <PTV>에 출연해 내각 국방위원회 결정에 따라 이같은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카르 장관은 "이제 (미국-파키스탄) 양국관계를 재검토할 때가 됐다"며 파키스탄의 주권과 영토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존중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샴시 공군기지는 1992년 파키스탄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 왕족의 사냥여행을 위한 비행기 이·착륙 장소로 이용토록 UAE에 임대해준 것이다. UAE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 중앙정보국(CIA)이 이 기지에서 무인기 이·착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 5월 미군 특수부대가 사전 통보도 없이 자국 영토로 넘어와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다음 달에도 미군에 샴시 기지 철수를 요구했으나 얼마 후 철회했다. 그러한 전례에 비춰 볼 때 이번 철수 요구도 상징적인 것이거나 미국이 별도의 '당근'을 줄 경우 철회될 것이라는 관측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표면적인 파키스탄의 태도는 완강하다.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도 28일 UAE 외무장관으로부터 미군 철수 요구를 재검토하거나 철수 시한을 연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이를 거부했다고 <돈>은 전한 바 있다. 아시파크 카야니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도 UAE 외무장관이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30일 미군이 파키스탄의 요구에 따라 샴시 기지 철수를 준비중이라고 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은 미군이 파키스탄의 철수 요구를 대비해 몇 개월 전에 대체 기지 장소를 찾았기 때문에 샴시 기지 철수로 작전 능력에 손실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파키스탄 정부는 내달 4~5일 독일 본에서 개최될 아프가니스탄 장래에 관한 국제회의에 불참키로 결정했다. 또 파키스탄 케이블TV 사업자 단체는 파키스탄에 비판적인 <BBC 월드 뉴스> 채널을 봉쇄하기 시작했다고 <BBC>가 전했다. 앞서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으로 연결되는 파키스탄 내 나토군 수송로를 봉쇄하기도 했다. 26일 오폭 사건 이후 파키스탄 전역에서는 미국을 비난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파키스탄이 전례 없는 강공을 펴자 미국은 일단 달래기에 나섰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30일 나토군의 오폭에 대해 '비극'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다짐했다. 그는 또 파키스탄이 아프간 국제회의에 불참키로 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아프간의 안정을 위해서는 파키스탄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은 9.11 이후 미국이 제공하는 막대한 군사 원조를 대가로 대테러전에 적극 협력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행태를 수차례 보여 왔다. 파키스탄이 이번 오폭 사고를 부각시키는 것 역시 최근 중국 포위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는 미국을 압박해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계산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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