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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 또 다시 위기 극복의 선봉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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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 또 다시 위기 극복의 선봉이 될 것인가?

[中國探究]

광동은 근현대사에 있어 서양열강이 중국을 들여다보는 창(窓)이었으며, 중국에게 있어서도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출구이기도 했다. 광동의 경제번영은 13세기 서양세력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 후, 1757년 광조우(廣州)가 국제무역의 전담창구의 역할을 하기 시작하면서 광동지역의 경제적 위치는 한 층 더 높아졌다. 이와 더불어 외부로부터의 충격 또한 광동이 제일 선봉에 서서 몸으로 막아내야 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1839년 흠차대신 린저쉬(林則徐)가 파견되어 영국무역선의 아편 2만 상자를 압수해 소각하고, 같은 해 7월 이에 불만을 품은 선원들의 난동에 홍콩 농민이 사망하는 사건으로 시작된 아편전쟁은 그때까지 쌓아올렸던 광동지역의 경제적 지위와 상업기반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말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혁명의 선봉 역시 광동이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신해혁명의 핵심은 쑨원(孫文)을 비롯한 광동출신의 애국지사들이었다는 점에서, 혁명의 모태는 광동에 있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1979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에서도 광동은 또 다시 선봉에 섰다. 또다시 밀려드는 외국의 자본에 맞서 협상과 경쟁을 전담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광동상인을 나타내는 두 글자를 선(先)과 감(敢)이라고 한다. 남보다 앞서고 과감한 그들의 성격은 이러한 역할을 담당한 역사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최근 중국경제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 배경은 광동의 경제상황에 있는데, 지난 30년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광동의 제조업 기반이 심하게 흔들리는 현상을 도처에서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급락현상은 실제로는 중국전체의 문제일 수 있다. HSBC 홀딩스가 발표한 지난 11월의 PMI(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가의 예비치가 48로 떨어져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PMI 지수가 50 이하로 내려가면 경기침체를 의미한다고 본다. 중소업체들의 연쇄도산이 끊이지 않는 광동성은 노동집약적 전통 제조업이 밀집한 관계로 이러한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 10월 광동성 지역의 수출은 전월 대비 9%나 급감하여 글로벌 성장 둔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것으로 진단되었다. 게다가 작년 광동성의 혼다 부품공장 파업사태와 폭스콘 노동자 연쇄자살사건에서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한 노동쟁의의 증가는 저렴한 노동력과 환율조작으로 달려온 '세계의 공장' 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음을 암시하는 전주곡이라 평가되는 분위기이었다. 혼다 사태 때의 중국정부의 이중적인 태도는 외자기업에게 이제 더 이상 중국의 저임금을 이용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외자기업에게 표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올해 들어서도 광동성의 노동쟁의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7일 광동성의 동관(東莞)의 위청(裕成)제화의 직원 7천명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정리해고에 불만을 품고 대규모 파업을 벌이며 가두시위를 감행했다. 위청(裕成)은 나이키 등 유명브랜드 운동화를 하청 생산하는 대만자본 기업으로서, 전 세계 운동화시장 점유율이 20%에 달하는 세계 1위 규모의 신발공장이다. 최근 유럽 경제악화의 영향으로 수출물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경영이 악화되자 정리해고와 공장이전을 감행하면서 물리적인 충돌을 빚은 것이다. 11월 한 달 동안 이외에도 컴퓨터업체, 속옷공장 등 과거 주강델타지역의 주요 산업에 속하는 업체들이 파업과 공장폐쇄를 이어갔는데, 주지하다시피 광동지역 외자기업은 홍콩과 대만의 자본이 주를 이루고 있다. 홍콩계 중소 제조업체들은 최근 경영난으로 인한 임금체불을 견디다 못해 야반도주하는 기업주들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 광동성 지방정부와 홍콩은 전통 제조업의 이와 같은 문제해결을 위해 공동으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 내자기업의 경우는 이외에도 다른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다. 일례로 현재 주강델타 지역의 민간대출 규모 증가 역시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중국 주택건설부 정책연구센터의 추정에 따르면 광동성의 민간대출 규모는 4,50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원저우(溫州)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어서 자칫 제2의 원저우사태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사태의 내면에는 경영난에 봉착한 광동의 기업들이 고리사채 시장으로 몰리면서 일부 국유은행까지 편법으로 가담하는 등 도덕적해이의 원인도 함께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광동의 기업들이 도산하는 것은 자금난 때문만은 아니다. 위안화의 절상과 인건비의 가파른 상승에 따라 저부가가치 산업제품의 경우, 이미 베트남 등지의 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확연히 떨어지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는 실업이 야기하는 사회불안을 두려워한 나머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이는 미봉책으로 일관해왔다는 것이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 것이다. 기업들은 대출한 자금을 공장가동 정상화나 구조조정의 비용에 쓰기보다는 부동산 투자와 같은 편법적인 수단으로 유용하다가 최근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붕괴되는 조짐이 나타나자 공장까지 폐업하게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주강델타 지역 제조업의 위기는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하다. 일찍이 홍콩공업총회는 올 연말까지 주강델타지역에서만 약 1만 8천 개의 홍콩기업이 도산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는데, 이는 주강델타지역에 등록된 홍콩기업 수의 1/3에 달하는 숫자이다. 한편 이달 6일 광동성 부(副)성장 자오위팡(招玉芳)은 홍콩을 방문하여, 최근 광동성이 마련한 홍콩계 기업지원방안을 발표하였다. 지원방안은 산업개혁, 수출증대, 국제시장개척, 부분적인 감세 혹은 면세, 금융서비스 강화 등 8개 영역의 30개 조항으로 이루어져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광동성 산업구조에 있어서 가공무역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홍콩자본이 중국대륙에 처음 진출할 당시 대부분 가공무역방식을 채택했었다. 현재 광동성에 소재한 3만 3천개의 가공무역기업 중 절대다수가 홍콩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광동성의 홍콩기업 지원방안의 내용 중 많은 부분은 이러한 가공무역기업의 전환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광동성의 수출 제1대상이 유럽인 만큼, 유럽의 경제위기가 광동성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인 가운데 광동성의 산업개혁의 의지는 중앙정부에게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최근 광동성의 기업환경을 일컬어 '삼난삼고(三難三高)'라고 부르고 있다. 삼난은 융자난(融資難), 구인난(招人難), 용지난(用地難) 이며, 삼고(三高)는 융자비용, 노동비용, 경영비용의 높음을 가리킨다. 이러한 가운데 광동성이 최근 발표하고 있는 일련의 산업개혁과 기업전환의 정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알 수 없으나, 광동성은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회고해 보면 1840년의 아편전쟁은 광동의 운명을 결정짓는 분수령적인 사건이었다. 광동은 그 이전에 누렸던 경제적중심지와 무역창구로서의 지위를 하루아침에 잃었다. 홍콩을 영국으로 대표되는 유럽세력의 침략거점으로 내주면서 최전방에서 외세와 대치한 보루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왔었다. 다음 세기 광동은 개혁개방의 첨병으로서 나서게 되었다. 그 결과 또다시 경제적 중심지의 위치까지 오르게 되었다. 한 세기가 지난 지금의 위기는 다시 한번 유럽으로부터 중국으로 유입되고 있다. 광동은 다시금 그 선봉에 서서 온몸으로 위기를 막아내느라 몸부림을 치고 있다. 광동이 그 선봉에서 보루를 지켜낼지 여부는 어쩌면 중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새로운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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