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9일 '남북경협 효과분석 및 경협 정상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개회사를 통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통일재원 마련 방안, 소위 '통일 항아리' 사업은 언제 쓰일지도 모르는 돈을 계속 쌓자는 비현실적 발상"이라면서 "남북간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통일을 앞당기고 비용도 줄이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통일 항아리'란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방중 기간 중 공식화한 통일재원 마련 방안으로, 기존 남북협력기금 내에 별도의 계정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류 장관이 직접 이름지은 이 계정은 남북협력기금 불용액과 정부 출연금, 민간 모금과 출연금 등으로 채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송 의원은 "현재 정부의 조치는 5.24 조치(천안함 사건 이후 내려진 남북 교류 중단 조치)로 인한 피해는 기업이 알아서 감당하라는 것"이라며 "도발을 저지른 것은 북한인데, 왜 우리 기업이 계속 피해를 보아야 하는가"라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북한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우리 정부를 믿고 들어간 것"이라며 "미국의 경우 체제전환국과 개도국에 대한 자국 기업의 투자위험에 대해 '해외민간투자진흥공사'(OPIC)를 통해 사실상 100% 보장해주고 있다"며 정부에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남북 경협기업의 피해 사례를 보고하고 대안을 논의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협의기구인 '개성공업지구 기업책임자회의'의 강창범 기획재정분과위원장은 5.24 조치 등으로 인한 남북 경협 후퇴로 인해 특히 경협 후발 기업들이 연쇄적인 피해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개성공단 후발 기업들의 평균 가동률이 35% 선이라며 낮은 가동률로 인한 경영수지 악화가 신용등급 강등, 이로 인한 금융 비용 급증과 재무상황 악화로 이어져 결국 도산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위원장은 "따라서 후발 기업은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자구책으로 무리하게 근로자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업체 간) 복지경쟁 과열 상황은 가뜩이나 경영수지가 악화된 후발 기업들에게는 더 큰 부담으로 귀착되고 있으나, 손 놓고 볼 수만 없는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언론에 보도된 이른바 '개성공단 초코파이 지급 논란'의 본질도 알고보면 경협 상황 악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초코파이 지급 가이드라인 설정 등의 문제도 근로자 확보나 집안 단속을 위한 무차별적·무제한적 초코파이 지급으로 인해 파생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촬영된 개성공단의 모습 ⓒ통일부 |
실제로 대북 제재로 인한 북측의 피해보다 남측의 '때리는 손'이 더 아프다는 지적은 그간 수 차례 있어 왔다.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토론회 발제에서 "5.24 조치 이후 1년 반 동안 (…) 남한의 경우 직접적 손실만 해도 27.5억 달러, 간접적 손실은 74.8억 달러에 달하는 반면 북한의 직접적 손실은 5.3억 달러로 평가된다"면서 이같은 "자해행위"와 같은 조치는 해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5.24 조치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가 공공연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있지만 대북정책 기조는 여전히 '비핵·개방·3000'의 연속선상에 있다"며 "비핵·개방·3000은 기본적으로 북한과는 상관이 없는 정책으로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나아가 류우익 장관의 '유연화 조치'에 대해서도 "통일부 장관 교체 이후 대북 교류와 관련해 다소 유화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으나, 확실하고 분명한 메시지는 담지 못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5.24 조치가 계속되고 있는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유화적 조치는 편의적인 조치로 흐를 가능성이 크며, 정정당당한 조치가 아니라는 측면에서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비판받기 쉽다"면서 "현재 우리 정부에 필요한 것은 정책적 아집을 버리고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행동에 옮기는 일"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통일부는 위로부터의 강력한 제동에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식물부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을 수용하고, 정부의 정책을 이해해 달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현 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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