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장관은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브루킹스연구소가 후원한 '사반 포럼'에 참석해 최근 이스라엘 우파 정부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정책들로 인해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여성의 권리가 제약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이스라엘 언론들과 영국 <BBC> 방송 등이 전했다.
클린턴 장관은 먼저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가 이끄는 이스라엘 우파 정부가 일부 비정부기구(NGO)에 대한 지원을 제한한 것을 비판했다.
최근 이스라엘 정부는 '정치적' NGO들이 받는 후원금에는 무려 45%의 세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중이다. 현재 의회에서 논의중인 이 법안은 이스라엘 내의 NGO들을 '정치적'인 것과 비정치적인 것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이는 주로 해외 기부금으로 재정을 마련하는 정부 비판 단체들을 노리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 이스라엘은 명예훼손 행위에 대한 처벌을 더욱 강화해 언론을 위축시키려 하고 있다. 네타냐후 정부는 반(反) 이스라엘 정서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루는 '평화 라디오' 등에 대해 불편한 정서를 드러내 왔다.
이는 사실상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인권 침해 행위를 비판하는 NGO와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국내외의 비난을 받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4일 보도에서 이웃의 아랍 국가들이 민주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반면 이스라엘은 그에 맞선 행동을 하는 것이 '아이러니'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어 예루살렘의 일부 노선 버스에서 남성용과 여성용 차량을 분리 운행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로자 파크스를 생각나게 하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로자 파크스는 1950년대 미국의 흑백 분리 버스에서 내리기를 거부해 결국 체포됐던 흑인 여성이다.
또 클린턴은 한 행사에서 여성 가수의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이스라엘군 장병들이 자리에 남아 있기를 거부한 사례를 들어 '이스라엘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 점증하고 있다'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례는 이란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은 이스라엘의 단 메리도르 부총리와 야당 지도자인 치피 리브니 전 외무장관 등 미국과 이스라엘 양국의 정책결정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열렸으며 클린턴 장관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게 된 경로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자료사진) ⓒ로이터=뉴시스 |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유발 스타이니츠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클린턴의 발언에 대해 "완벽하게 과장됐다"면서 "이스라엘의 민주주의는 살아 있고 자유로우며 숨쉬고 있다. 세계에서 우리보다 더 나은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에 말했다.
엘리 이샤이 내무장관도 이스라엘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은 합법적인 것이었다면서 이스라엘이야말로 중동의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라고 강조했다. 질라드 어댄 환경장관도 "선출직 관리들은 먼저 자기 나라 문제를 걱정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어댄 장관은 여성 인권에 대한 클린턴 장관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스라엘 야권은 클린턴 장관의 비판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리브니 전 장관은 "이런 우려는 (이스라엘의 적이 아닌) 유엔에서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자들에 맞서 싸우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역내 군사적 이익을 보전해 주려는 사람들로부터 온 것"이라며 "이스라엘 국내외의 친구들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비공개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며 내용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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