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스라엘은 1인당 GDP가 2만 달러가 훨씬 넘는 중동 1위의 경제부국이다. 게다가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4% 중후반대가 예상될 정도로 외형적 경제성장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 지난 7월 30일(현지시각) 이스라엘 경제도시 텔아비브 등 전국 11개 도시에서 집값 등 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스라엘 사상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로 15만명이 넘게 참가했다. 시위대가 든 표지판에는 "국민은 사회 정의를 요구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AP=연합 |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스라엘에서는 지난달 30일 전국에서 15만명이 참가한 시위가 벌어지는 등 반정부 시위가 한달째 지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간판 일간지 <마리브>는 "15만명에 달하는 사회적 시위는 이스라엘 사상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인구는 한국의 7분의 1 수준이라는 점에서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위 규모가 컸던 경제도시 텔아비브를 비롯해 예루살렘, 베에르셰바 등지에서 시위대는 '우리는 사회정의를 요구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정의이지, 자선이 아니다'는 등 구호를 외쳤다"고 전했다. 5만 명에 달하는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진 텔아비브에서는 시위대가 하비마 과장에서 텔아비브 박물간까지 행진을 벌였다.
국민의 불만이 시위로 폭발한 배경을 보면, 한국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로 흡사하다. 주택 문제와 물가 상승으로 대표되는 '빈부격차'라는 경제사회적 갈등이 주된 동인이기 때문이다.
"텔아비브 집값 1년새 31%, 월세 50% 폭등"
이때문에 1인당 GDP 측면에서 나라 별로 소득 차이는 커도 '아랍의 봄'에는 공통적인 요인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로 '미국식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의 반발이 친미 아랍 정권들에게서 분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경우 물가상승률은 한국처럼 정부 목표치를 벗어나 4%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의 주택값은 지난 12개월 동안 14%가 오르고, 특히 경제중심지 텔아비브에서는 1년 사이에 31%나 집값이 오르고 월세는 50%나 폭등했다.
텔아비브 시위대 대변인 노이만(27)은 "생활비가 얼마나 급격히 증가했는가를 사람들이 깨닫게 되면서 국민의 불만이 비등점에 도달했다"면서 "월급이 40~50%를 월세로 내고 있는데, 2년전만 해도 26%였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AFP> 통신은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항의로 시작된 시위는 물가고와 악화되는 빈부격차에 대한 전반적인 불만으로 번져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통신은 시위대가 내건 한 플래카드에는 "3가지 일을 해도 먹고 살기 힘들다"거나 "먹고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다", "사회적 격차가 우리를 죽이고 있다"는 등 각박한 이스라엘의 현실을 드러내는 문구들이 적혀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스라엘의 시위는 이웃 아랍국가들의 반정부 시위에 자극을 받은 면이 있으며,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수그러드는 기미는 찾을 수 없다"면서 이스라엘의 시위 사태가 심각한 양상임을 강조했다.
텔아비브의 시위를 이끄는 인물 중의 한 명인 스타브 샤피르는 "마침내 사람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결정하러 나섰다"면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주택과 건강, 교육, 복지 등을 원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맞선 네타냐후', 50% 넘던 지지율 32%로 곤두박질
시위가 계속되면서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지지율도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놀란 네타냐후 총리는 주택가격 하락을 위한 조치를 발표하는 등 민심 수습에 나섰지만 국민의 반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총리 관저가 있는 예루살렘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시내 중심을 거쳐 관저로 행진하면서 "네타냐후는 집에 가라"는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알자리라>는 "여름 전만 해도 미국 대통령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줘 지지율이 50%가 넘었던 네타냐후 총리는 국민들로부터 물러나라는 소리를 듣는 신세가 됐다"면서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네타냐후의 지지율은 32%로 곤두박질쳤다"고 전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현재 이스라엘의 시위에 참가하는 주민들은 서민층뿐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다수가 젊은이거나 과거에는 이런 시위에 관심이 없어보였던 중산층들이다.
▲ 텔아비브에서 아이를 앞세운 수천명의 시위대가 육아비 부담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가 든 팻말에 "비비(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별칭)는 집에 가라"는 문구가 쓰여있다.ⓒAP=연합 |
지난달 29일에는 텔아비브에서는 엄마들이 육아비 부담이 커졌다면서 유모차에 아기들을 싣고 길거리에 쏟아져 나오는 '유모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벤구리온대 정치학자 에프레임 다비디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스라엘 국민 대다수가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면서 "노동자 가계의 사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물가는 유럽 수준인데, 월급은 제3세계 수준이라는 것이 이스라엘 노동자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대표적 진보성향 일간지 <하레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87%가 주택값 상승에 대한 시위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문에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이 아니라면 수습할 수 없는 위기에 봉착한 네타냐후 정권이 시위의 동력을 빼기 위해 팔레스타인과 분쟁을 겪고 있는 영토 문제를 더욱 부각시키면서 국면을 전환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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