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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P로 미중갈등? 선수끼리 왜 이래…"

[코리아연구원 기획] TPP와 동아시아, 분석과 제언 <3>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라는 낯선 체제가 미국 아시아·태평양 중심 외교의 중요한 수단으로 조명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국내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 협정에 참여하기 위한 교섭을 시작했다.

일본은 어떤 정치적 배경으로 TPP 교섭 참여를 선언했으며 그 파장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TPP를 둘러싼 미중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은 무엇인가? TPP 관한 코리아연구원의 특별기획 3편을 전재한다. 코리아연구원(연구기획위원장 이정철 숭실대 교수)은 정치·외교, 경제·통상, 사회통합 분야의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만든 네트워크형 싱크탱크다. (☞홈페이지 바로가기)

<글 싣는 순서>

[1] TPP를 둘러싼 일본 국내 정치적 배경 분석 및 평가 (최희식, 국민대)

[2] 미국의 동아시아 신개입 전략과 일본의 TPP 전략 (김양희, 대구대)
[3] 미중 카르텔과 중국의 반TPP 정치학 (박홍서, 한국외대중국연구소) <편집자>

▲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뉴시스

미중 카르텔과 중국의 반TPP 정치학: 미국만큼 우리에게도

I. 문제 제기

최근 미중갈등에 관한 보도는 '유행'이 되고 있다. 미국의 소위 '아시아로의 회귀'와 이를 자국에 대한 견제로 인식하고 있는 중국의 반발이 맞물리면서 미중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11월 연이어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담과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미중 양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문제에서부터 남중국해 분쟁까지 경제, 안보를 망라해 긴장관계를 연출하고 있기도 하다.

TPP를 둘러싼 미중갈등은 실재인가? 아니면 허구인가? 그것이 실재라면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 어떠한 사회현상이라도 겉으로 드러나는 피상적 성격과 수면 밑의 실재적 영역을 동시에 포함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TPP를 이용해 중국을 포위하려 한다는 주장은 피상적 현상에 대한 과도한 호들갑은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미중관계는 탈냉전기 전체를 놓고 볼 때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중갈등 필연론의 기원은 무엇인가?

Ⅱ. '자기 예언적' 미중갈등

향후 미중관계에 대해서 그동안 상반된 주장들이 제기되어 왔다. 경제적 상호의존의 심화로 미중간 협력적 관계가 강화될 것이라는 긍정론과 부상하는 중국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필연적으로 도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부정론이 그것이다. 특히, 현실주의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미국 내의 주류 시각은 미중간 갈등 심화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며 아울러 전지구적 학문적 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기도 하다.

국제정치 현상을 뉴턴 역학의 결정론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현실주의의 요지는 간단하다. 국가간 힘의 변화는 국제정치 분석의 알파요 오메가다. 따라서 신흥강대국 중국과 슈퍼파워 미국은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비극적 운명이다. 당연히 미국은 이에 대비해야 한다. 대중국 견제를 위한 안정적 군사력 유지와 동맹관계를 활용한 대중국 포위전략이 그 정책적 처방으로 제시된다.

무정부 상태인 국제정치에서 힘의 중요성은 결코 간과될 수 없다. 역사학자 카(E.H.Carr)가 비판하듯 국가간 세력관계를 무시하는 순진한 이상주의가 히틀러라는 괴물을 잉태시켰다. 그러나 그렇다고 국가간 세력관계를 '기계적'으로 이용하려는 것까지 옹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것은 이미 현실주의가 아니라 현실주의로 포장된 또 다른 관념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중갈등 필연론은 이러한 기계적 현실주의에 기반한다.

"전쟁은 외교의 연속"이라는 클라우제비츠의 유명한 경구는 핵억지력을 보유한 미국과 중국관계에서는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다. 사소한 무력충돌이라도 '공멸'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냉전기 미소 양국이 일상적인 갈등 속에서도 직접적 충돌은 극도로 자제했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현재 그리고 미래의 미중간 갈등이 본질적으로 외교적 수준에 지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물론, 여느 강대국간 관계처럼 미중관계 역시 완전한 협력은 불가능하다. 이렇다면 결국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카르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공멸 금지라는 대전제 속에서 이루어지는 경쟁이 카르텔이다. 사실 과거 미소 냉전체제는 은폐된 형태의 카르텔이기도 하였다. 1945년 2월 개최된 얄타회담의 본질은 전후 국제정치에 대한 지분 나누기였다. 2005년 9월 부시정권이 미중관계를 '이익 상관자(stake holder)'로 규정한 것은 카르텔 구축에 대한 적극적 의지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미소 얄타체제의 미중 버전인 것이다.

핵무기시대의 도래가 자동적으로 미중 담합관계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한 사고 역시 기계적이다. 냉전기 내내 핵보유국 중국과 소련의 관계가 갈등적이었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심지어 중국과 소련은 1969년 핵전쟁을 촉발할 수도 있는 무력충돌까지 불사하였다. 결국 미중관계가 카르텔이 되기 위해서는 과거 중소관계와 상이한 또 다른 구조적 요인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구분된 각자의 세력권이 그것이다.

동물세계 싸움의 거의 대부분은 텃세싸움에서 비롯된다. 그만큼 텃세가 겹칠수록 싸움의 횟수와 강도는 증가한다. 침팬지와 99%의 유전자를 공유하는 인간사회라고 무엇이 다르겠는가? 결국 국가간 세력권이 중첩될수록 국가간 경쟁관계는 심화되고 그 반대일 경우 국가간 공생 가능성은 증가한다. 그 공생관계가 바로 카르텔이다.

1,2차 세계대전이 강대국의 세력권이 겹칠 수밖에 없었던 유럽에서 발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중소분쟁 역시 마찬가지다. 반면, 세력권이 비교적 분리된 미국과 소련은 얄타체제를 반세기동안이나 지속시켰다. '전국책'에 나오는 '먼 나라와 화친해 가까운 나라를 공격하라(遠交近攻)'의 논리는 바로 이러한 상식에서 도출된 정책적 충고이기도 하다. 향후 미중갈등보다는 오히려 중러갈등, 중일갈등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보다 높을 수 있는 것이다.

미중갈등 필연론을 외치는 기계적 현실주의는 이러한 상황을 무시한다. 핵무기 시대이든 미중간 세력권이야 어떻든 중국의 성장은 자동적으로 미중 양국의 충돌로 이어진다. 중력은 '즉각적'으로 전달된다고 가정했던 뉴턴의 가설적 주장을 그대로 국제정치에 옮겨 놓은 것이다. 그러나 태양의 폭발이 몇 분의 시차를 두고 '복잡한' 경로를 통해 지구에 영향을 주듯이, 국가간 세력변화도 유사한 방식으로 국제관계에 영향을 준다. 기계적 현실주의자는 그러한 복잡한 경로를 외면한다. 정치적 프로파간다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Ⅲ. 미중갈등은 국내정치용?

미중갈등 가능성은 물론 얼마든지 상존한다. 동일한 이유로 미중 양국 중 일방이 핵억지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기술을 선취한다면 공멸에 대한 두려움 없이 전쟁을 불사할 수도 있다. 미국의 MD체제에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대만이나 한반도와 같이 중국이 자국의 핵심 세력권이라 여기는 지역에서 미국이 매우 '도발적'으로 자리 뺏기 싸움을 건다면 미중 카르텔은 근본적으로 붕괴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가능성은 여전히 높아 보이지 않는다.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다양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미중 양국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대전제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든지, 천수이볜 정권시기 보다 마잉지우 정권시기의 안정적 양안관계에 오바마 정권이 크게 안도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채 TPP를 추진한다거나 남중국해 문제에 개입하려는 최근 일련의 행동들은 무엇인가? 당연히 대다수의 주장처럼 중국 견제용이라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결별이 불가능해진 미중간 경제적 상호의존과 남중국해 문제가 자칫 양국간 군사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은 미국의 공세적 행태가 중국견제를 넘어서는 또 다른 그 무엇을 노리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어찌 보면 중국견제는 그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결국 미국의 공세적 동아시아 전략은 '국내용' 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경제위기 극복에 어떠한 형태로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국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이 필요하다.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도 탄탄한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아시아는 구미를 당길 수밖에 없는 타깃이다. 아울러 중국견제의 뉘앙스를 풍김으로써 '유약한' 대중정책을 비판하는 미국 내 보수파들의 목소리도 잠재울 수 있다.

중국도 딱히 손해 볼 것은 없다. 내년 지도부교체를 앞두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미국과의 적절한 긴장관계는 공산당에 대한 인민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자산이 될 수 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특유의 '관리된' 민족주의를 통해 체제안정을 도모해 왔다는 사실에서 더더욱 그렇다. 당기관지 인민일보에 비해 환구시보와 같은 대중적 신문이 보다 선정적인 형태로 미중간 긴장관계를 보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TPP에 크게 우려하는 눈치도 아니다. 관영언론들은 대놓고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고 과연 그들만의 환태평양 경제협력체를 설립할 수 있겠는가라는 조소를 보낸다. APEC 회담에서 원자바오 총리가 미국의 공세적 TPP 추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은 사실 이러한 냉소적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중 경제관계는 동일한 식민지를 두고 다투는 제국주의간 경쟁이 아니라, 미국은 중국의 흘러넘치는 돈을, 중국은 거대한 미국시장을 필요로 하는 기묘한 공생관계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의도된 갈등은 대외적으로 '지역구' 관리라는 부수적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미국은 실제로 남중국해 문제를 통해 필리핀과의 관계를 강화한다든지, 중국위협론을 심리적으로 이용해 결과적으로 한미FTA와 일본의 TPP 참여를 이끌어내기도 하였다. 중국 역시 ASEAN과의 FTA를 강화하고 한중일 FTA의 체결에 강력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일견 중국이 수세에 몰린 것으로 풀이 될 수 있지만, "미국만큼 우리에게도!"라는 훌륭한 협상카드를 쥐게 된 것이다. 19세기말 열강들은 바로 이러한 논리를 통해 조선에 일련의 불평등조약을 강권하였다.

언제나 이상과 현실은 공존한다. 순진한 이상주의나 기계적 현실주의는 모두 이러한 사실을 무시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내용의 차이를 떠나 모두 세상을 자기 예언적으로 재단한다. 탈냉전기 20년 동안 기계적 현실주의는 미중갈등 필연론을 확산시켜 왔다. 그러한 상황에서 실질적 이득을 챙기는 자는 과연 누구인가?

11월 19일 동아시아 정상회담에서 오바마-원자바오는 예정에도 없던 양자회담을 가졌다. 그 전격적 회담에서도 APEC과 동아시아 정상회담 내내 벌였던 설전을 이어갔을까? 아니면 "선수끼리 왜 그래? 다 알면서…"라는 '깊은' 우의를 나눴을까? 미중갈등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세한 사실관계가 아니라 때로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전체를 조망할 필요가 있다. 미중 사이에 위치한 약소국 한국이 필히 유의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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