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0개 전력회사 중 오키나와전력을 제외한 9개 사가 지난 1975년부터 자민당의 정치자금 모집 창구인 '국민정치협회'에 매년 기부를 해온 사실이 일본 <NHK> 방송의 1일 보도에 의해 알려졌다. 자민당은 지난 2009년까지 여당이었다.
전력회사 임원과 노조는 지난 2008~10년 자민당과 민주당 등에 폭넓게 돈을 건넸다. 임원급 700여 명은 1억1700만 엔(약 17억 원)을, 노조는 1억 엔을 건넸다. 전력회사의 자회사 및 관련 회사 35개 사도 자민당에 2억5800만 엔, 민주당에 470만 엔을 헌금했다.
전력회사들은 "개인적인 의사로 하고 있는 기부"라며 회사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기부금을 실제로 내온 사람들 중 일부는 "헌금액 기준을 회사 측에서 제시했다"며 회사의 개입 사실을 인정했다고 <NHK>는 보도했다.
예를 들어 후쿠시마(福島)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의 경우 사장이 30만 엔, 상무가 10만 엔 등으로 사실상 액수가 정해져 있었으며, 주요 임원급 간부의 경우 회사 내 총무부 담당자가 헌금을 종용한 사실도 있었다고 이 회사 관계자가 전했다.
민주당과 자민당은 정치 헌금에 따라 정책이 좌우되는 것은 아니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마구치 지로(山口二郞) 훗카이도(北海道)대 교수는 "전력회사는 국가에서 규제를 받는 기업이므로 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둘 것과 투명성이 강하게 요구된다"면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앞으로의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할지가 문제되고 있는 가운데이니만큼 당분간 헌금을 해서는 안 되며, 앞으로도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NHK> 방송은 도쿄전력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정치 헌금을 해온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NHK>방송 화면캡쳐 |
이같은 보도는 최근의 상황과 맞물려 이른바 '원자력 마피아'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낸다. 일본 중의원은 지난달 30일 외무위원회를 열어 베트남, 요르단 등 4개국과 맺은 원자력 협정을 12월 상순 안에 승인해 발효하도록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수출 재개를 위한 길닦기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태 이후 자국 내에서의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증설 계획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런 와중이니만큼 해외 원전 수출 재개는 원자력 업계에는 단비같은 소식이다.
한편에서는 헌금 등과 관련, 전력업계가 정치자금 제공을 통해 원전 수를 늘리는 등 에너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현 일본 총리는 '탈원전'을 천명한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와는 달리 원전 가동 재개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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