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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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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

[벡스코 리포트]<상> 한·미·일, '구속성 원조 종료 시한' 거부

제4회 세계개발원조총회가 11월 30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식을 개최했다. 개발원조 분야의 의제를 다루는 국제 포럼인 이번 총회 개막식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이명박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 세계 160여개국 대표와 70여개 국제기구 대표, 의회·시민사회·학계 대표 등 3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총회와 그 최종 결과로 나올 '부산선언'의 내용과 한계, 공적개발원조(ODA)가 나아갈 방향 등에 관해 회의에 참가한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의 리포트 세 편을 연재한다. 2010년 설립된 KoFID는 해외 원조와 개발협력의 효과성 증진을 위해 출범한 한국 시민사회 단체 네트워크다. <편집자>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30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차 세계개발원조총회 민간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이 떠들썩하다. 지난 29일 160여개국 대표, 300명의 시민사회 대표를 포함해 3500여명이 참석한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가 막을 열면서 회의장인 벡스코 주변이 매우 분주하다. 공식적인 개막식이 있던 30일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부 장관 등의 유력인사들이 참석해 회의장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했다.

이날 오전 열린 개회식에서 160여개국 대표들은 부산 총회의 최종 결과로 도출될 '부산선언'의 주요 원칙을 지지, 재확인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한 정치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정치선언문을 통해 부산이 새로운 개발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전환점이 될 것임을 지지하고 원조를 받는 나라의 주인의식과 주체성을 강조했다.

"국제원조가 효과를 내려면 정부와 국민이 함께 개발에 대한 주인의식과 비전을 가져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경제성장 뿐만 아니라 민주화가 동반되어야 함을 깨달아야합니다. (…) 개발도상국의 국민이 개발의 주인입니다. 이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는 것이 공통으로 추구해야할 개발협력의 목표입니다. 모든 개발협력 활동이 투명하고 정의롭게 이루어져야 하며, 의회와 시민사회의 감시기능이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개막식 연설문 중 일부이다. '누가 얼마나 원조를 어떻게 했느냐'에서 '원조가 개발로 이어지느냐', 즉 원조 효과성에서 개발 효과성으로 개발원조의 패러다임 전환을 목표로 하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개발에 있어서 민주화의 중요성과 협력대상국의 주인의식, 의회와 시민사회의 감시기능의 의미를 언급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특히 개발협력의 목표를 개발도상국 국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는 것으로 밝힌 것은 그동안 국제사회가 쏟아 부은 원조가 개도국 국민들의 삶의 향상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음을 인정하면서 향후의 개발원조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반갑다.

하지만 지난 이틀간 이어진 부산 총회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 자리에 모인 세계 각국의 대표들이 가난하고 소외된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이들의 더 나은 삶을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부산 총회 결과문서의 협상 과정에서 주요 공여국들의 이기주의와 실천의지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들은 개발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책임을 개발도상국에 전가하며, 새롭고 다양한 개발 주체들을 끌어안는다는 '포괄적 파트너십'을 추구한다는 명분으로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눈치를 살피며 구체적인 실행 목표와 공동의 행동계획 마련을 회피하고 있다.

공여국들의 구속성 원조(tied aid. 원조를 제공하면서 물자, 기자재 및 용역의 구매계약을 반드시 원조를 주는 국가의 기업과 체결하도록 제한하는 것 : 편집자) 개선 노력도 제자리다. 애초에 부산선언의 초안에는 '2015년까지 100% 비구속성 원조를 한다'라는 조항이 있었으나 한국, 미국, 일본 등이 강력하게 반대해 최종 결과문서에는 시한 제시가 빠졌다.

또 수원국 시스템 사용에 대한 명시적 합의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원조효과성 증진을 위환 미완의 과제를 해결하겠다면서 이를 위한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적 합의나 약속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기업, 재단과 같은 민간 섹터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국가의 책임을 민간으로 전가하고 있는 행태이다. 또한 민간 섹터가 준수해야할 원칙과 기준이 없어 원조가 기업의 사적인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전락해버릴 위험성까지 예상된다.

부산 총회가 막바지에 달한 지금,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개회식 연설 문구-"이번 정치선언에는 개발에 대한 열망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공통의 비전을 담았습니다."-가 결국 정치외교적 수사로 남지 않을까하는 씁쓸함이 이미 마음 한 가득이다.

3일간 부산 벡스코 광장을 채웠던 수많은 논의들이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오래된 속담을 재현할 것인지, 전세계 인류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읍참마속의 지혜가 될지 조금 더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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