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방북은 북측이 승인해서 간 것이었고 (모니터링은) 당연히 협조적으로 잘 진행됐다"며 "향후 계속 잘 될 수 있게 정부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부대변인은 분배가 제대로 됐다고 평가하는지에 대해 "잘 되고 있다고 확인됐다"면서 "우리 측에서 지원한 밀가루가 실제로 제공되고 있으며 남측에서 지원했다는 점도 알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측 아동들의 영양 상태에 대해 "예상하겠지만 그다지 좋지 않다"면서도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그는 방북 성과에 대해 "지원 물자의 분배 현황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정부는 앞으로도 분배 투명성이 지속적으로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중훈 과장의 방북은 민간단체인 '평화대사협의회'가 평안북도 정주 지역에 지원한 밀가루 300톤의 분배 현황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작년 5.24 조치 이후 처음 이뤄진 정부 당국자의 평양 방문이며, 식량 분배 현황 확인을 위한 당국자 방북도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조 과장과 평화대사협의회 김민하 공동의장 등 4명은 지난 25일 중국 베이징(北京)과 평양을 거쳐 정주의 유치원과 탁아소 등 지원 대상 3개 시설을 방문, 밀가루의 배분‧보관 현황과 조리 과정 등을 확인하고 29일 귀국했다.
조중훈 인도지원과장 일문일답 주요 내용 - 일정은? "25일부터 4박5일간 다녀왔고 어제 김포공항 통해 귀국했다. 첫날은 베이징을 통해 이동했기 때문에 이동하는데 시간이 다 갔다. 26일은 모니터링을 어떻게 할지 북측과 사전 협의했다. 27일은 정주시 현장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 모니터링 현장에서 본 것은? "우리가 지원한 밀가루가 사전분배 계획서대로 분배되고 있는지, 또 밀가루가 계획된 양만큼 창고에 쌓여있는지, 조리 과정을 통해 유치원과 탁아소에 공급되는지, 매일 어느 정도 분량이 지원되는지 등을 확인했다." - 북측에서는 밀가루를 어떻게 먹나? 유치원‧탁아소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봤나? "그렇지는 않다.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이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다만 조리 과정을 확인했다. 밀가루를 다양하게 활용해서 빵도 만들고 국수도 만들고 그렇게 해서 먹는다." - 남측에서 지원한 물자라는 사실을 북측이 알고 있었나? 아이들에게도 물어봤나? "아이들에게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건 적절한 방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탁아소 관계자를 포함해 여러 북측 관계자들을 인터뷰했다. 밀가루에도 제조지와 제조업체 주소 등이 표시된 기본 포장 외에 지원 민간단체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 아이들의 영양 상태는? "특정 지역의 3군데 탁아소와 유치원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고 전체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 상태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3곳만 볼 때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외관상 그렇다는 것이다. 추운 날씨인데도 난방도 되지 않았다." - 북측의 식량 사정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간 것은 아니다. 모니터링하면서 본 것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 식량 분배는 잘 되고 있다고 보나? 모니터링은 어떻게 진행됐나? "식량을 인도하기 전에 모니터링 협의가 사전에 문서로 이뤄져야 하며 어느 기관을 방문할지 협의가 이뤄진다. 다만 어떤 수준으로 할지는 해당 단체가 판단해 하는 것이고 나는 참관하기 위해 간 것이다. 투명성 확보를 위해 민간단체가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고 이번에도 (평화대상협의회가) 촬영했다." - 방문하는 곳이 미리 정해져 있다면 모니터링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지 않나? "예를 들어 사전에 3개 시설을 방문하기로 합의하면 미리 준비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의혹이 있)지만 거꾸로 미리 합의된 3개에 대한 모니터링은 반드시 진행된다. 물자를 넘겨주기 전에 모니터링에 대한 확답을 받는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 - 북측의 태도가 협조적이고 모니터링도 잘 되고 있다고 했는데, 이번 방북이 인도적 지원 확대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분배 모니터링이 잘 되고 있다는 것은 내가 동행했던 단체에 한해 잘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한 건이 잘 되는 것보다 다른 건들도, 앞으로도 잘 되는 게 중요하다. 지원 확대는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다." - 앞으로 모니터링을 위한 당국자 방북이 계속 추진될 것인지? "북측에서 허용해 줘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검토를 해야 할 사안이다. (식량이) 갈 때마다 매번 방북한다고 답변하긴 어렵다." - 북측 관계자들을 만났나? 쌀 등 추가 지원에 대한 요청이나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은 없었나? "없었다. 기본 목적이 이미 지원된 밀가루의 현장 확인이었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민화협과 해당하는 북측 관계자들을 만났다. 정주에서는 정주시 인민위원장이 나와 분배 과정을 설명했다." |
통일부 "6.15 남측위 방북은 불허 방침"
한편 이날 통일부는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6.15 남측위)가 6.15 북측위와의 부문별 남북 공동행사를 위해 신청한 방북 건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임을 밝혔다. 박 부대변인은 "정부가 5.24 조치를 유지하고 있고 비정치적, 비군사적 관련 교류만 허용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방북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불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6.15 남측위 여성본부는 오는 30일 개성에서 6.15 북측위 여성분과위와 실무접촉을 갖겠다며 정경란 공동집행위원장 등 3명의 방북을 신청했고, 23일에는 6.15 남측위 학술본부와 언론본부, 청년학생본부가 다음달 2일 북측 해당 분과위와의 실무협의를 위해 총 6명의 방북을 신청했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여성본부의 방북 신청에 대해서는 이미 불허 방침이 확정됐으며 학술본부 등의 방북에 대해서도 "아직 검토 중이긴 하지만 (5.24 조치 등) 정부 기준에서 벗어나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정인성 6.15 남측위 대변인은 정부의 불허 방침에 대해 "매우 적절치 못하다"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실질적으로 남북관계에서의 사회문화 교류가 잘 이뤄진다는 상징이 6.15 공동위원회의 접촉인데도 정부는 이런저런 이유로 접촉을 사실상 틀어막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5.24 조치에 따라 '순수 인도적' 목적을 위한 대북사업만을 제한적으로 허용해 왔으며 지난 9월 취임한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유연성'을 강조하면서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과 종교 지도자들의 방북이 허용되는 등 일부 변화는 있었지만 '5.24 조치의 기본 틀은 유지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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