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총선은 매우 복잡하고 선거 기간도 상당히 길다. 하원과 상원 선거로 나뉘어 각각 3단계에 걸쳐 진행되며, 내년 1월 중순 하원 선거가 마무리된 뒤에 상원 선거가 시작되고 내년 3월에야 모든 상·하원 선거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 28일(현지시각) 시작된 이집트 총선에서 수도 카이로의 유권자들이 '역사적인 총선'에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투표소마다 수백 명 씩 줄을 섰다.. ⓒAP=연합 |
29일 프랑스의 <AFP>통신에 따르면, 첫 이틀 간 진행될 9개 지역 투표에는 약 1750만명의 유권자가 3800여개 투표소에서 투표하게 되며 아직까지 투표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군 과도정부는 이번 총선에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 우리 돈으로 10만원을 벌금으로 내도록 할 정도로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는 첫날 예상보다 투표 참여 열기가 높자 오후 7시에 끝내려던 투표 마감 시간을 2시간 연장하기도 했다.
<AFP> 통신은 "이른 아침부터 이집트 유권자들은 주요 투표소에서 긴 줄을 이루며 순서를 기다렸으며, 카이로의 투표소에서는 수백 명의 행렬 주변을 무장한 군인이 삼엄하게 경비했다"고 전했다.
3단계에 걸쳐 498석을 뽑는 하원 선거와 상원에 해당하는 슈라위원회 위원 180석을 선출하는 선거로 이뤄진 이번 총선에는 이집트 전체 인구 8500만명 중 약 5000만명의 유권자가 참가한다.
이번 총선을 통해 선출된 의원은 1년 안에 이집트 미래의 향방을 결정할 새 헌법 초안을 만들게 된다.
<뉴욕타임스> "무슬림형제단도 세불리기에 몰두"
이번 총선이 40여 년간 철권 통치로 군림해온 독재자 무바라크의 퇴진 이후 치러지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일각에서 기대하듯 '이집트 민주화의 초석'이 될 선거가 될지는 미지수다.
총선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총선 연기와 군부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실권을 쥐고 있는 군부가 외국 단체의 감시마저 거부한 채 강행하는 선거여서 큰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이 이집트 민주화 일정에 청신호가 될지 관측이 엇갈리는 배경에는 막강한 이집트 군부가 있다.
무바라크가 퇴진했어도 사실상 무바라크의 권력 기반이었던 군부는 그대로 건재하다. 군부는 총선이 무사히 치러지고 내년 7월 대선을 거쳐 민간에 권력을 이양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지만, 형식적인 선거를 거칠 뿐 사실상 군부 독재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반정부 시위대는 아예 군부 주도로 치러지는 이번 총선을 부정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선거로 탄생한 의회가 군부와 거리를 둘 수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도 이집트에는 현재 50여 개의 군소정당이 난립하는데다 야권 최대조직인 무슬림형제단마저 다수 의석을 노리고 군부와 결탁해 시위대를 외면하고 있다면서 이집트의 미래가 그리 밝아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유권자 당 12번 투표, 투표 거부 운동 등 혼란
현재 이집트를 이끌고 있는 군 최고위원회는 기득권 세력을 옹호하고 있고, 무슬림형제단을 비롯한 야권의 유력 정치 세력은 이를 묵인하며 자신들의 영향력을 높이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십 개 정당 후보들이 난립해 유권자 당 12번이나 투표를 해야 할 정도로 복잡하고, 반정부 시위대의 투표 거부 운동이 벌어지는 등 혼란 속에서 일단 하원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하원 선거는 29일까지 수도 카이로와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 등 주요 도시에서 진행되는 1차 선거 이후 나머지 지역에서 2차(12월13일~14일)와 3차(2012년 1월10일~11일)로 나뉘어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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