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는 "한반도에 지속가능한 평화를 제도화해 모든 구성원들이 안전과 삶의 질을 증진하는 것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고 시민의 주도와 참여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며 평화체제의 5대 과제를 내놨다.
5대 과제 중 첫 번째는 '화해와 협력의 제도화와 남북연합 형성'으로 남북간에 있었던 기존의 합의를 준수하며 경제협력과 사회문화 교류를 활성화해 남북 국가연합을 형성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 과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로 비핵화와 평화협상을 병행 추진하고 6자회담에서 나온 합의를 이행하는 한편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핵 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는 '남북한 긴장완화와 군비축소'로 한반도 위기관리 구조를 복원하고 서해 도서지역 무장충돌을 예방하며 남측이 선도적으로 군비를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 과제는 '동북아 평화체제 지향 및 평화협력 외교의 강화'이며, 다섯 번째로는 '안보기구의 민주적 개혁과 시민 참여의 제도화'를 강조하고 있다. (☞평화체제 구상 전문 보기)
참여연대는 특히 "시민의 안전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한 동시에 시민의 참여와 주도로 평화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이 평화체제안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시민 참여'를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한반도 평화가 위협받으면 가장 큰 희생을 치를 수밖에 없고, 동시에 평화를 지키는 가장 큰 힘이 바로 시민"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의 평화체제안은 지난 해 초 시민들이 평화체제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는 취지로 논의를 시작해 이번에 빛을 보게 됐다.
평화군축센터의 이남주 소장(성공회대 중국학과 교수)은 지난 22일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남북관계를 대화와 협상으로 풀자고 하면 '북한 정권을 돕는다' '친북이다' 등의 비판을 들었다"면서 "친북, 반북을 따질 게 아니라 평화체제라는 종국적인 목표를 기준으로 정책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과의 상호작용을 평가하는데 있어 기준은 평화체제 구축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및 국제문제 전문가인 이남주 소장은 또 최근 미국이 대외전략의 초점을 아시아로 돌리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다음은 이 소장과의 인터뷰 전문.
▲ 이남주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성공회대 교수) ⓒ프레시안 최형락 |
프레시안 : 미국이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동아시아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외정책의 포커스를 아시아로 돌리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경제적으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안보적으로는 남중국해 문제를 가지고 중국을 봉쇄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이남주 : 미국이 이번에는 '작정'을 한 것처럼 보이긴 한다. 일련의 움직임이 따로따로 분리된 게 아니라 아시아 중시 전략으로의 전환이라는 큰 전략 아래에서 이뤄진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그게 얼마나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버락 오마마 미 대통령이 내년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또한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에 힘을 쏟느라 중국의 부상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미국 내에 있다. 아시아 중시 외교가 겉으로는 장기적인 포석처럼 보이지만 실제 초점은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해 내년 대선에서 미국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본다. 이런 압박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무역·환율 문제에 대한 양보를 더 받아 내고,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모습을 미국 유권자들에게 보이려고 하는 것이다.
다만 이런 움직임이 잘못 관리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미국에 상당히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단기적으로는 미국에 강하게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자면 미국의 이런 태도는 미·중 사이의 신뢰 기반을 무너뜨리는 행위이다. 중국으로 하여금 미국을 장기적으로 볼 때 경쟁자 혹은 언젠가 충돌할 상대로 여기게 하는 것이 미국에 상당한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성장하는 중국을 이런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서 회의적이다. 미국은 아시아 중시를 얘기하지만 아시아에 그만한 자원을 동원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일정한 군비 감축은 불가피하다. 현재 미국이 치고 있는 그물은 중국을 봉쇄하기에는 지나치게 느슨한 것이다. 중국의 성장이 계속되면 아시아에서 두 나라의 힘의 격차는 점점 줄어들거나 역전되어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을 대중국 봉쇄로 관리하거나 수용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미국의 힘이 점점 쇠퇴한다는 틀에서 보면 상당히 위험한 선택이다.
프레시안 : 최근 미국이 중국을 몰아붙이는 태도를 보이니까 중국도 특별히 제어할 수단이 없다는 사실도 이번 국면에 드러나지 않았나?
이남주 : 그 점에서는 앞으로 한국, 베트남 등 주변 국가들이 상당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주변국들은 중국의 성장에 두려움과 불확실성을 느끼고 있다. 그 두려움을 해소하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막기 위해 미국과의 관계를 어느 정도 원하고 있다. 그것이 미국이 아시아에 개입할 수 있는 실마리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 중간에 있는 나라들은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다. 당장은 미국 쪽으로 쏠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 어떤 상황이 출현하면 다시 중국을 의식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발전시킬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 베트남 같은 나라들이 미국의 대중 봉쇄의 기초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국만 해도 현재 미국, 일본과의 교역량을 합친 것보다 중국과의 교역량이 많다. 이런 현실이 완전히 무시될 수 없는 것이고,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들도 마찬가지다. 그게 바로 이 나라들 안에서 대중 견제의 심리가 생기게도 하지만, 반대로 끝까지 대중 관계를 악화시키는 쪽으로 갈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도로 가지 못한다. TPP도 미국이 과거 냉전 시대처럼 참여국들에게 베풀면서 포섭하겠다는 게 아니다. 그 반대다. 상대국의 시장 개방과 제도 개혁을 압박해 미국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중국 견제를 위한 아시아 국가 포섭 전략으로는 분명한 한계를 가진다.
프레시안 :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적인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되고 최소한 위협회피적인 전략이라도 취해야 한다는 게 이남주 교수의 평소 주장이다. 그러나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약 1년간 대중 강공 드라이브를 하면 한국이 양자택일적 상황에 놓이지 않을까?
이남주 : 양자택일 구도는 우리에게 최악의 상황이다. 예컨대, 베트남의 경우 남중국해 문제를 가지고 미국을 끌어들이려는 태도를 보였지만, 그렇다고 모든 외교적 자산을 미국에 쏟아 붓는 건 아니다. 지난 10월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가 중국을 방문해서는 남사군도 문제와 관련해 다른 적대세력이 양국관계를 파괴시키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합의했다. 베트남은 그렇게 외교적 공간을 가지고 미·중 양쪽에서 움직인다. 한국도 동북아의 미중 경쟁에서 어느 한 쪽에 외교 자산을 다 쏟아 붓는 것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선택이 아니다.
그렇다면 양자택일 구도에 빠지지 않는 외교적 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 한국에는 일단 한미관계가 있으니까 그걸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입장을 취하기는 어렵다. 우리도 사실 중국의 성장에 어느 정도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협하는 방식으로는 행동하지 않겠다는 정도의 입장을 취한다면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악화시키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미국으로부터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협할 수 있는 어떤 걸 같이 하자고 요구받을 경우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 미국이 구축하려는 미사일방어(MD) 체제에 한국이 참여하는 문제가 전형적인 사례다. 중국은 MD를 전략적 위협이라고 여기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그걸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거리를 둬야 한다. 그런 식으로 미중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하지 않고 양쪽 모두와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공간은 얼마든지 있다.
프레시안 : 하지만 한국에서도 내년에 대선이 있다. 국내 보수언론이 양자택일 분위기를 몰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서 MD에 참여해야 한다거나, 한국의 미사일 사정거리를 늘리는 쪽으로 한미 미사일 지침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호기인 것 같다.
이남주 : 그런 주장을 쉽사리 밀어붙이지 못할 것이다. 보수진영도 지금 머리가 복잡하다. 우리에게는 이미 중국과 관련해 정치·안보적 문제와 경제적 문제가 분리됐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고 본다. 두 문제에는 상당한 관련이 있지만, 냉전적 논리로 중국을 다뤄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보수진영 내부에서도 견해가 갈린다. 보수진영 내에서도 한국의 경제적으로 발전하려면 중국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본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양자택일의 문제가 주어졌을 때 한국인들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이미 불확실해진 것이다. 보수 일부의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을 것이다. 보수언론이 그런 이슈를 내건다고 해서 결코 그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참여연대 평화체제안, 안보 문제에 대한 시민 참여가 핵심"
프레시안 : 이 교수께서 소장으로 있는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가 '시민이 제안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이란 걸 내놨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남주 : 우리가 내놓은 평화체제안은 완성이라기보다 논의의 출발점이라고 본다. 우선 평화체제 얘기가 그동안 수없이 많이 나왔는데 왜 또 다시 출발해야 하느냐를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첫째, 한반도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북핵 문제나 군사적 긴장 문제 등을 각각의 사안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다. 포괄적인 최종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많은 대화가 있었지만 북핵 문제나 군사적 긴장이 해결되지 않고 경우에 따라 심각한 위기로 발전하는 근본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 지구적 차원의 냉전 체제는 해소됐지만 한반도에서는 냉전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한 불일치가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 과거 국제 냉전 체제에서는 일정한 힘의 균형이 이뤄졌고, 따라서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통제하는 기제로 작동하는 면이 있었다.
그러나 한반도에만 냉전 체제가 남게 되면서 더 극단적인 대결 구도로 가고 있다. 북핵 문제도 과거 국제 냉전 체제가 제공하던 북에 대한 보호막이 없어지면서 북한이 체제 안전의 중요한 수단으로 핵 개발을 선택했던 게 지금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다른 군사적 긴장과 충돌도 마찬가지다. 각각의 사안으로 접근해선 풀리지 않는다. 평화체제로 전환할 때만 풀 수 있다는 걸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큰 변화를 겪은 원인 중 하나는 한국과 미국이 북한 붕괴론을 받아들였고, 북한 붕괴만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기본 지향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 기본 입장에 따라 정책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북한 붕괴론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비현실적이며 부정확한 예측이다. 붕괴론에 따른 정책은 오히려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결과만 초래했다. 이제 남북이 공존하면서 문제를 풀 수 있는 길에 대한 비전을 가져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그간 남북관계를 대화와 협상으로 풀자고 하면 '북한 정권을 돕는다' '친북이다' 등의 비판을 들었다. 그러나 평화체제라는 종국적인 목표를 제시한다면, 그 목표를 기준으로 해서 어떤 정책이 친북적인지 아닌지, 어떻게 하는 게 문제인지 등을 평가할 수 있다. 북한과의 협력 자체를 두고 친북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게 아니라, 우리의 최종 목표를 분명히 세운다면 그게 북한 정권을 그저 돕는 건지, 아니면 우리 모두가 잘 되는 길인지를 따질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하면 남남갈등 극복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셋째, 그간 평화체제에 관한 논의는 일반적으로 정부 차원의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시민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평화체제 논의를 해야 한다. 시민적 관점에서 평화체제란 무엇인가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원하는 평화체제는 단순이 정부끼리 만나 협정 몇 개 만드는 게 아니다. 그 과정에서 시민들의 평화감수성도 더 키우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 가는, 즉 우리 공동체의 구성 원리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참여연대 차원의 평화체제안을 모아서 제시한 것이다.
▲ ⓒ프레시안 최형락 |
이남주 : 한반도 평화체제의 주요 과제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2항에 넣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휴전체제를 정전체제로 전환하는 문제다.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묶었다는 게 핵심이다. 전쟁 당사자들이 평화적 관계를 정립하지 않고 전쟁만 중단한 것이 한반도의 여러 문제를 발생시키는 근본 원인인데, 북한과 미국이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전쟁 당사자들이 평화적인 관계를 만드는 것과, 한반도 비핵화가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가장 중요한 원칙임을 강조하고 싶다.
또 전체 내용에서 중요한 것은 평화 지향적인 정신에 따른 선도적 행동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남북관계에서 북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을 전제조건으로 내걸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남측이 선도적으로 실천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군비 통제의 경우 북에 대한 군사력 우위를 고려해서 병력 감축과 복무기간 단축, 군비 동결 혹은 절감에 나서서 남북 군비통제 협상을 남측이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급변사태를 대비한다는 구실로 입안되고 훈련되는 각종 공격적인 작전계획들을 폐기하고 그와 관련한 자극적인 군사훈련을 중단하자는 것도 들어 있다. 그렇게 남측이 선도적으로 실천해서 호혜주의적 접근을 하자는 게 강조하고 싶은 원칙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져오기로 하면서 자체 방어 능력을 키우기 위해 자주국방론을 말했다. 그러나 군비증강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기본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참여연대는 비판했었고, 그 입장이 이번 평화체제안에도 들어가 있다. 특히 재래식 무기에서 남측이 북측보다 현격히 강하고 북은 그에 대해 비대칭 전력인 핵무기를 추구한다. 그런 상황을 고려하면 군비증강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건 적절치 않고 군비 축소에서 남측이 선도적으로 가면 오히려 북쪽도 군사력에 의존하지 않는 국가 전략을 짜게 될 것이다. 우리가 선도성을 강조하는 것은 그런 의미다.
또 우리 평화체제안이 특별히 제기하는 것은 안보 기구에 대한 민주적인 개혁과 시민 참여다. 작년 천안함 사건 이후 문제의 심각성을 모두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안보 문제에 대한 시민사회와 의회의 효과적인 통제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한반도의 안보 논리가 통제되지 않은 방향으로 확장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 대응이 그랬고, 해외파병 정책도 그렇다. 이런 것들이 한반도, 한국이 지향해야 할 국가 비전과 충돌되는 측면이 많다. 이에 대한 효과적인 민주적 통제의 강화, 시민 참여를 강조하고 싶다. 다른 평화체제론과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동북아 다자안보협력 추구에 있어서도 동북아 시민사회들이 평화 문제를 다루는 포럼을 발전시키는 사업을 해보려고 한다.
프레시안 : 참여연대 평화협정안은 근본적인 문제를 잘 정리하고 그간의 논의를 집대성한 의미는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우선순위가 없다는 느낌도 든다. 향후 활동계획을 포함해서 어떤 활동에 우선순위를 둘 지에 대해 말해달라.
이남주 : 이번 평화체제안은 전체적인 비전이다. 한반도 전체가 잘 사는 게 뭐냐 하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북을 붕괴시키자는 거냐, 공존을 통해 새로운 변화의 길을 찾는 거냐, 그런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백화점식으로 여러 내용을 담았다.
이 중에서 아무래도 우리가 주력해야 할 내용은 평화체제가 공상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연결된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고, 그를 통해 시민들이 한반도 평화만들기에 참여할 수 있는 활동에 주력할 생각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활동이다. 그건 단순히 제주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가 평화적인 쪽으로 변화되지 않고 일방적인 안보 논리만을 강요할 경우 전국 어디서나 발생될 수 있는 문제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및 동아시아의 대결 구도와 연관해서 해결해야만 제주 해군기지도 정상적인 해결의 길을 찾을 수 있다.
또, 휴전선 부근에서 탈북자 단체들이 북한에 전단을 날리는데, 남북 긴장을 고조시키고 지역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했다. 그런 현장에 가서, 주민들이 직면하는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려면 한반도 차원의 평화적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쪽에 포커스를 맞출 생각이다. 현장에서 그 내용을 공유하고 거기서 제기되는 내용을 평화체제안에 추가시키는 활동을 할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평화체제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라는 과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다른 하나는, 안보 문제에 대한 시민 참여에 대한 논의에 역점을 두려고 한다. 안보 문제에는 정부 밖에 발언권이 없다는 문제를 바꿔야 군사 문화나 안보 논리가 정권의 안보로 전환되는 문제를 차단하고, 안보가 민주주의의 정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전체댓글 0